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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평점 :
말을 감칠나게 하는 사람이 매력있는 것처럼, 때로 어떤 사람의 글을 보고, 그 사람을 전혀 모름에도 반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은근슬쩍 묻어나오는 유머와 상식, 혹은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감각... 논리적인 글이든, 재미난 글이든,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한 글이든, 정말 ‘글발’이 있다는 것도 굉장한 능력임에 사실이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서 그 맛이나 재미가 틀려지는 것처럼, 같은 글이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게 마련이니. 그런 면에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똑같은 나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은, 은근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관심없는 척 고개를 돌리면서도, 사실은 곁눈질로 넘겨다보고 싶을 만큼.
기본이 되는 중요한 강조 포인트는 세가지다. 지식, 구성, 문장력. 하지만 세가지를 달랑 ‘기억만’ 한다고 해서 글이 술술 써지는 것은 당연히 아닌만큼, 글쓰기의 전략을 읽어가는 것은, 한발한발 같이 걸어가면서 그것들에 대해서 익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설령 글쓰기 원칙이란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도 구체적으로 적용에 들어가자면 모호할 수도 있는데, 단순히 주제면 주제, 구성이면 구성, 그것에 대해 설명만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많은 읽기 자료가 등장하고, 하나의 예문에 대해 뒤이어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설명을 해주니 더 끄덕끄덕 쉽게 이해가 된다. 게다가 각장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정리해보고, 응용해볼 수 있는 과정이 있어서, 대충 페이지만 넘기다 도망치려야 도망칠 수가 없다. 마치 수학문제를 풀 때, 기본문제를 열심히 풀고 나자 뒤쪽에 복습문제와 응용문제가 짜라란~ 등장하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사건도 빛이 나게 만드는 이들의 문장력을 어깨너머라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인 문장력, 그것을 키우는 방법도 궁금했더랬다. 하지만 역시 맛깔나게 표현해내는 것은 어떤 기술처럼 쉽게 전수 받을 수 있는게 아니라, 스스로 자꾸 많은 표현을 보면서, 연습해보면서 체득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다루는 문장력에는, 문장구성 연습이 주되다고 할 수 있으니. 하지만 생각을 확장시키면서 문장만들기, 문장을 여러 종류 만들고 결합시켜 보는 것, 이런 것이 결국은 문장력을 키워가는 과정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방법론적인 면을 다루는 책은 지루해지기 쉬운터라 좀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지식이나 정보를 주욱 나열만 하면 머릿속에서 뒤엉키고 순식간에 흩어져 버릴텐데, 같이 하나하나 만져가며 이해해가는 느낌이라 더 정리가 잘 되는 것 같다. 다만, 꽤나 두툼한 분량에 생각해야할 것도 많아서,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는 않는 편이다. 급하게 보려면 힘든 책이라, 천천~히 여유를 갖고 읽어야할 것이다. 손에 펜을 들고! 종이를 준비하고! 글은 그냥 술술 쓰이는게 아니고, 쓸수록, 다듬을수록 좋아진다고 하지만, 사실 어렵게 공부하거나 이런저런 복잡한 고민하지 않고,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체득하여 멋지게 글을 써내는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던 헤밍웨이의 말처럼, 글쓰기에는 정말 누구에게나 고난이 따르는거겠지?
전략을 커다란 얼개며 계획으로 보고, 전술은 그것을 이루어내는 기술이라고 할 때,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은 비단 전략만이 아니라 전술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책인 것 같다. 원리만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적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이렇게 본다면 책 자체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듯 싶다. 어쩌면 새로운 것이 없다거나 좀 딱딱하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좋은 예시문들을 보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뿐 아니라, 방법적인 면으로도, 논리적으로 글을 구성하거나, 글을 잘 써보고 싶고 연습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