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라졌다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수 코벳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흔번 째 생일날, 버나뎃은 요정을 부를 수 있다는 약  ‘포리오 게러흐’를, 젊음을 위해! 라고 외치며 마셔버렸다. 그 결과,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 12살이 된 채 눈을 뜨게 되고 만 것.


 엄마가 12살로 돌아간 어찌보면 황당한 상황이, 초반부터 들어온, 괴짜처럼 보일정도로 민간전설이나 민간요법에 빠져있는 버나뎃의 어머니의 얘기와 자연스럽게 겹쳐지면서, 요정세계의 판타지와 리얼하게 그려내는 현실이 기막히게 접점을 가진다. 정말로 마법의 세계에 풍덩! 뛰어든 듯한 흥미진진한 얘기가 펼쳐지는 한편,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등장인물들에게선 현실감이 느껴진다. 에피소드들도 꽤나 현실적이어서 웃음이 나고, 게다가 상당히 생동감있는 문체라고나 할까. 대화나 설명이 보여주는 정경이 생생하게 쉽게 연상이 되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얘기들인데도, 어쩐지 대사가 지루하지 않다.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리라고 생각했던 처음의 생각과 다르게, 먼발치서 지켜보는 엄마의 애틋한 모습, 엄마의 부재속에 변화하고 적응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펼쳐진다. 처음엔 엉망으로 굴러가던 집안이지만, 그간 바쁘다는 이유로 육아나 집안일을 엄마에게 전담시키듯 넘겨버려 그 방면에 대해선 영 젬병이던 아빠도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과 가정생활에 대해 더 알아가며 친숙해지고, TV광 케빈이나 떼쟁이 닐도 점점 변화해간다. 안그래도 성숙한 장남 패트릭은 속으로 한뼘은 더 자란 것 같고. 점점 커져가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잔소리나 하겠지-라며, 엄마가 사라지기 전날 엄마를 보다 고개돌려버렸던 패트릭, 그 장면이 나중에 패트릭의 머릿속에 뱅뱅 맴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하면서.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후회하면서도, 자꾸 반성하면서도 상처주고 마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나중엔 버나뎃과 그 엄마의 관계처럼, 마법이 아니고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것인데... 문득 가족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고, 엄마의 입장에선 어쩌면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게 했을 내 아이의 사랑스럽고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해줄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버나뎃과 제러드는 패트릭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맡겼다. 단지 패트릭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회하는 일을 돌릴 수 있는 약 ‘포리오 게러흐’. 지금 이 순간 내가 그 약을 먹는다면 아마 돌리고 싶은 일들이, 그런 순간이 굉장히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 순간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 이상 후회를 만들지 않도록, 요정에게 소중한 이들을, 소중한 순간들을 뺏기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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