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판다 Peter Panda 1
나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어릴적 한번쯤은 꿈꾸었음직한 수호천사, 혹은 요정의 존재. 바로 여기에 그가 있다! 다만, ‘피터’라고 불리는 그들은 실체가 없는 정신체같은 존재로, 그들이 머문 인간이 바라는 이상형의 모습으로 그 옆에 존재한다는 것. ‘피터’들의 대표주자 격으로는 피터팬이 있다는데...여기서 주인공 루이의 피터는 실체가 팬더인형이지만, 루이의 눈에는 조금 느끼하기까지 한 독특한 패션의 섹시남으로 존재한다. 만약 지금 이곳에 정말 나에게도 '피터'가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팅커벨 대신 건장한 느끼남이 나와 수호요정을 자처하는게 어째 좀 깨기도 하지만, 왠지 느끼느끼자뻑오버남 피터판다의 늪과 같은 매력에 점점 빠져버릴 거 같다. 일단 예상치 못한 개그컷들에 허를 찔린 듯이 웃음이 나고, 나예리님의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그림체, 게다가 날이 갈수록 몽환적이고 섹시함이 줄줄 넘치는 그 그림체에, 피터를 제외하고도 족히 4명은 되는 꽃미남들이 등장하니 눈으로 배가 부를 지경이다. 그런데, 뭘 딱히 기대한 것도 아닌데, 왜...왜 성별모호한 루이의 성별이 확신되는 순간 뭔가 허전함을 금할 수 없는 건지...

 

 피터의 말대로라면 그중에 분명 루이의 운명의 상대가 있음직한 세명의 소년, 자비, 희수, 혜왕, 그들의 관계는 뭔지 모를 미스테리한 분위기까지 풍기고, 루이가 어린시절 만났던 천사님의 이미지까지 세소년의 보호자인 성우형이랑 겹치면서, 얽히고 설킨 그들의 관계는 대체 어디서 접점을 찾아야할지, 어디서부터 풀어 나가야할지조차 모호하다.  게다가 책 권두에 나란히 등장하는 예고편을 비롯, 군데군데서 왠지 슬픈 전개의 암시마저 느껴지고, 다들 비밀이나 상처를 지닌 인물인거 같아, 과연 그것들의 정체가 무엇이며 언제쯤 얼굴을 드러낼지도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의 장르를 정의해보자면, 판타지미스테리성장물? 이정도가 될 거 같다. 여러 가지를 품다보면 자칫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로 흘러버릴 염려가 있는데, 앞으로도 확실하게 판타지미스테리성장물의 정체성을 끝까지 잘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일단 한꺼번에 많은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상황이나 대략적인 분위기정도까지 한번에 보여주려다 보니, 뭔가 어수선하고 결정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가 부족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일단 베이스는 탄탄히 깔았으니 이제 힘차게 이야기를 엮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니, 역시 앞으로를 더 기대해 봐야 할 거 같다. 앞으로 이야기에 탄력만 더 붙는다면, 예술적인 그림체에, 몽환적인 분위기, 멋지구리한 캐릭터들까지 한데 잘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 탄생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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