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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ㅣ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프랑스 혁명의 현장을, 기요틴이 사형수의 목을 내리치는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기분이다. 혹시 내가 저 기요틴 아래 목을 내놓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혁명 속의 군중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지만 그 속의 한 개인은 또 얼마나 위태로운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전쟁이나 혁명 같은 엄청난 사건은 후대에 남을 역사를 만들지만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의 삶은 제대로 기억되지 않는다.
두 도시 이야기는 바로 그 개인의 삶을 복원해내고 있다.
이 이야기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 하나의 축은 혁명의 여파에 휩쓸리기도 하고 맞서기도 하는 마네트 박사, 딸 루시, 사위 찰스 다네이, 루시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시드니 카튼 그리고 그들 모두를 돕는 텔슨 은행원 로리이다. 다른 하나의 축은 혁명을 준비하고 일으키는 드파르주 부부와 수많은 자크들.
이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그들이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그들의 삶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런던은 마네트 박사가 잃어버렸던 딸고 함께 생활하면서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하는 곳이고 한때는 에브레몽드 후작의 조카였던 찰스 다네이가 사랑하는 아내 루시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곳이고, 시드니 카튼이 비록 이제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지만 여전히 연모의 마음으로 루시를 방문할 수 있는 곳이고, 로리에게는 가끔 마네트 박사와 루시 부부를 만나 인생의 말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들은 프랑스 혁명의 발발과 함께 완전히 다른 도시인 파리로 오게 되고 그들은 예전에 누렸던 평화로운 생활 대신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인간성을 저버리는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혁명의 광기가 지배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오히려 더 위대한 인간성을 발휘한다. 마네트 박사는 의사의 신분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시 하기 시작하며 사위 찰스 다네이를 구명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찰스 다네이는 자신의 가문에서 일했던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파리로 돌아오고, 루시 역시 탑에 갇힌 남편을 보기 위해 매일 같은 장소를 찾아가다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로리 역시 찰스 다네이와 루시가 런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도움을 주고, 마지막으로 시드니 카턴은 찰스 다네이를 기요틴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자신의 목을 기꺼이 기요틴에 내어준다.
다른 한 축인 술집 주인 드파르주는 바스티유 감옥에서 풀려난 마네트 박사를 돕는 한편 아내와 함께 혁명의 날을 준비한다. 드파르주 부부의 술집은 수많은 자크들이 운명의 날을 기다리는 곳이며 마침내 그 열망들이 스스로 불타올랐을 때 혁명의 날이 시작된다. 혁명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광포해지고 잔인해진다. 그 잔인함의 일면을 보여주는 인물이 드파르주 부인이다. 그녀에게도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언니가 에브레몽드 후작에게 농락당하고 그 와중에 가족이 죽음을 당한 것이다. 그녀에게 귀족은 자신의 적이고 시민의 적이며 처단해야할 대상일 뿐이었다. 그녀는 맹목적인 복수심에 휩싸여 에브레몽드 후작의 조카인 찰스 다네이를 기요틴으로 끌고 가려한다.
조금 의아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것은 혁명을 일으킨 인물들을 지나치게 잔인하고 때로는 드파르주 부인처럼 비열한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아마도 영국인에게 프랑스 혁명은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위협이었고 그래서 혁명의 위대함만을 그릴 수는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혁명이라는 말 자체는 순수하다. 하지만 혁명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순수하지만은 않으므로 드파르주 부인 같은 인물이 탄생했을 것이다.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혁명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위대함, 그리고 잔임함 중에 찰스 디킨스가 어느 쪽을 더 강조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둘다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인간은 두 가지 면 모두를 가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