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아직 '청춘의 문장들'을 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이 먼저 내 손에 들어와버렸다. '청춘의 문장들'에 대해 들은 소문이 컸던 탓일까 기대만큼의 몰입은 없었다. 하지만 김연수의 글에서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만이 느끼는 동질감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진다.

 

작가의 고향 김천이 그에게는 자신만의 스트로베리 필드였듯이 나에게도 고향은 그런 곳이다. 그곳 김천은 작가에게는 중간 기착지같은 느낌이랄까. 작가에게 그곳은 머물러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이었다. 내게도 고향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늘 떠나야 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떠난 이후 그곳은 떠나왔다 돌아감을 반복하는 곳이 되었고 이제는 돌아가는 것이 어쩐지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 되었다. 나도 변했고 우리들만의 스트로베리도 변했으므로. 우리들만의 스트로베리 필드에서 살았던 그 시절 고향에 머물겠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우리가 스트로베리 필드에서 살았던 시절 우리는 정치에 대해 몰랐지만 그냥 막연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게 있었다. 그 분위기라는 게 작가가 말하는 거대한 귀가 아니었을까 싶다. 작가는 대구고등법원 김천지청에 옥상에 산다는 거대한 귀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옥상으로 올라가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려했던 행동들이 소설가가 되어 여러 권의 소설을 펴낼 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8월이었고 내 기억에는 내가 살아왔던 날들 중에서 가장 더웠던 날들 중의 하나였다.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세 가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났던 그날. 더웠고 혼란스러웠고 믿기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벌어졌어야 할 일들이 그날 하루에 일어났던 그날은 왠지 시간이 뒤죽박죽이 된 것 같은 날이었다. 그날은 앞으로도 내가 맞이 할 세상은 그럴 것이라는 경고같은 것이었을까.

 

그날의 일은 정리되지 않은 서랍처럼 뒤죽박죽인 채로 남아 있다. 내가 아마 작가였더라면 그날을 글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문장이 내 안에는 들어있지 않다.그러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김연수 작가의 문장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작가는 이런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고 말한다. 겸손한 문장,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는 자가 쓰는 문장,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아래서 쓰는 문장. 문장을 쓴다는 것이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든 일임을 알고 있는 작가의 겸손이 엿보이는 문장이다.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움직였던 문장을 적어본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다른 모든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한 권의 책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해졌고 그래서 점점 고전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166-

 

다시 10년 지난 뒤 정말로 청춘의 흔적마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내가 어디에 서 있게 될지 궁금해지는 하루다. 아니 두려워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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