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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모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3월
평점 :
요시다 슈이치, 처음 들어본 작가이고 처음 읽은 글이다. 단편을 읽어가는 동안은 이름만으로는 작가의 성별을 구별할 수 없어서 이런 단편을 쓰는 사람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궁금해하다가 어쩐지 여자이지 않을까 짐작했다. 하지만 일본작가의 글들은 남자들도 어쩐지 굉장히 여성적이라는 느낌이어서 남자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수필을 읽었을 때 작가가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왠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편에 관한 첫인상은 최근에 읽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처럼 짧고 일상을 아주 잘 포착하고 있지만 레이먼드 카버만큼 밀도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다.
일일이 다 소개하기 힘들지만 '드라이클리닝'이 괜찮았다. 후미코는 세탁소가 아닌 세탁을 대행하는 일을 한다. 보통 여자아이들보다 거친 말투를 썼던 후미코는 어렸을 때 남동생과 다투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엄마는 꼭 빨래를 개는 일을 시키곤 했다. 그렇게 빨래를 개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곤 했다. 후미코의 남동생은 뭔가 칭찬해주는 말을 하면 그 말을 인정하지 않은 아이였는데 후미코의 가게에서 일하는 배우지망생 요네타니는 그런 점에서 동생과 닮은 데가 있다.
후미코는 요네타니가 비가 오는데도 우산도 쓰지 않고 가게로 들어오길래 자신도 모르게 걱정하는 말 대신 손님의 옷이 비에 젖는다는 말을 먼저 내뱉고 만다.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케익을 먹으라고 권하지만 요네타니의 목소리에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난 후 요네타니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는데 아마도 어떤 배역에 캐스팅이 된 모양이다. 후미코는 칭찬하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둔다. 대신 '비그쳤네. 세탁물 수거'라고 말한다. 요네타니는 후미코의 말에 한껏 신이나서 승리의 포즈를 취한다.
따뜻한 소설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대체로 이런 느낌의 소설들이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한 순간을 포착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이런 이야기들을 잘 만드는 것 같다.
뒤에 실린 수필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이야기들이며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아서 (참 소설도 남산 타워로 올라가는 길이 배경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어딘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 수필도 그렇고 단편도 그렇고 이 책을 통해 본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른 책들 사이에서 혹은 더위로 지치고 일로 지치는 힘겨운 일상 사이에서 휴식처럼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