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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출장 - 우아하거나 치열하거나, 기자 곽아람이 만난 아티스트, 아트월드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제목이 좋다. 미술 기자로서 미술이 전시되고 거래되는 현장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객관적인 기자의 눈으로 때로는 주관적인 시선으로 작가나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은 현대미술이 어떤 지점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미 미술은 자본가들의 부의 축적이나 부의 과시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일부 작가의 작품은 너무 천문학적인 가격이어서 어쩐지 의심스러운 마음마저 든다.
2000년대 들어 중국 미술시장이 끓어오르면서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발돋움 하고 있었다. 1986년부터 홍콩 경매를 열어온 크리스티는 2008년부터는 홍콩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도 뉴욕이나 런던과 마찬가지로 이브닝 세일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 50-
위의 글처럼 미술시장은 자본과 함께 움직인지 오래 되었다. 예술의 태생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애초부터 그림은 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중세는 교회에 의해 그려졌고 이후에는 왕이나 귀족의 필요에 의해 그려졌고 이제는 돈을 가진 사람들에 필요에 의해 그려지는 시대가 되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만남은 얼떨결에 이루어졌다. 그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의 작품사진을 본 기억은 있다. 포름알데히드로 방부처리한 상어를 전시한 사진이었는데 그 작품의 제목이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란다.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그가 화가인지 사업가인지 애매하다. 그의 작품에 그 엄청난 가격이 매겨진 것은 그를 띄워 돈을 벌어보려는 자본의 속성 때문인 것 같고 그도 그런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잘 이용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제프 쿤스도 그에 못지 않게 비싼 작품 가격으로 유명한 화기이다. 기자는 이 화가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인터뷰 내내 까칠하게 대하던 모습과는 반대로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중적인 그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그의 작품, 보라색 포장에 금색 리본이 묶인 세이크리드 하트는 신세계 백화점 옥상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적재적소의 배치가 아닌가 싶다. 백화점과 300억짜리 예술작품이라, 완벽한 조화다.
로버트 인디애나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그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LOVE를 재배치한 그의 작품은 너무나 익숙하다. 그게 작품이란 걸 모를 만큼. 그냥 글자인 줄 알았다는... 로버트 인디애나는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아서 누구나 이 이미지를 베꼈고 그의 작품은 저평가되기에 이른다. 기자가 그가 살고 있던 섬으로 가서 그를 만났던 집이 기억에 남는다. 기린 등 온갖 동물 인형들에 둘러 싸인 모습이 동화 속에 사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랄까.
기자는 책을 읽는 내내 출장의 힘듦을 이야기했지만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부럽기만 했다.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선 화가와 그림들을 만날 수 있고 게다가 여행까지 덤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