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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보다 먼저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1권이 더 마음에 든다. 1권은 18년 만에 다시 가톨릭으로 돌아온 혹은 돌아오려고 하는 작가의 내면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면 2권은 하느님의 사랑이 모두 자기에게 향해 있다는 믿음이 좀 불편하게 느껴졌다. 물론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자신같은 사람에게도 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식으로라도 살아갈 힘을 얻고자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겉으로는 강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내면이 참 약하고 불안정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작가는 개인적인 가정사로 고민이 많을 때 우연히 한 달 간의 수도원 기행이라는 취재 요청을 받고 이 여행을 떠난다. 파리에 도착해서 처음 방문한 곳은 아르장탕 수도원이다. 이 곳은 한번 들어가면 스스로 원해서 나올 때까지는 쇠창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봉쇄수도원이다. 6년의 수련기간을 거쳐 종신서원을 받게 되면 평생을 그 수도원에서 지내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곳에서의 삶은 스스로 고행을 선택한 길인 것도 같고 한편으로는 복잡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대신 편한 삶을 선택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는데 프랑스의 성당들은 대부분 프랑스 혁명으로 한 번쯤 파괴되었단다. 이런 추세는 나중에 스위스의 불어권 지역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자수도원인 마그로지 수도원은 1848년 프랑스혁명 때도 아무도 쫓겨나지 않았을 만큼 낮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중세뿐만 아니라 근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의 힘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종교가 서민들의 편에 서지 않고 오히려 서민들을 억압한다면 그걸 진정한 종교라고 할 수 있을까. 종교가 권력인 중세와 같은 세상은 솔직히 무섭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누군가 말했다. 고등종교와 하등종교의 차이는 바로 네 자신의 변화를 원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데 달려 있다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이 새 삶을, 다시 한 번 인생을 시작하게 하느냐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274-
하지만 고등종교와 하등종교라 구분하는 것 자체 필요할까. 이런 발상은 내가 가진 종교만이 우월한 종교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어떤 종교든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종교여야 한다. 사람을 속이는 거짓 위로가 아니라 진실된 위로. 얼마 전 어떤 책에서 세상에 사이비 종교는 없다 말을 읽은 적이 있다. 다만 신생 종교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통종교라고 말하는 기존의 종교의 입장으로 봤을 때 신생종교는 사이비 종교일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전 유대교도의 입장에서는 막 생기기 시작한 기독교가 사이비 종교였지 않았을까.
한 종교가 절대적 진리일 수는 없다. 종교도 문화이니 만큼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변화 속에서 사람들을 위로하는 혹은 작가의 말로 옮기면 사람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종교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