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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여행 -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ㅣ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백승휴 지음 / 오아시스 / 2015년 5월
평점 :
이 책은 내용은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도판이 아름답다. 책 표지만 봐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말 그대로 여행이다. 인문학 여행, 미술 여행, 피렌체를 거쳐 베네치아까지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도시로의 여행. 이 여행을 끝낼 때쯤 유럽을 중세의 암흑에서 깨운 르네상스를 단지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오감으로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페트라르카는 중세를 암흑의 시대로 정의했다. 그건 그 당시 새로 발굴된 고대의 문화가 그의 눈에 너무나 찬란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중세 사회의 문제가 교회의 지배아래 인간의 창조성이 억압되는 데서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76-
르네상스는 고대를 재발견하는데서 시작된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고대의 문명이 비잔틴제국과 아랍권문화에 보존되어 있었고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에 고대 유물이 남아 있었다. 르네상스 양식을 창안한 브루넬레스키는 로마의 폐허를 뒤져 누구도 성공할 거라 믿지 않았던 원형 돔을 완성한다. 당시 고딕양식에 익숙한 피렌체 시민들은 완벽한 조화와 비례,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어진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을 기이하게 여겼다고 한다. 지금의 시선으로는 우아한 르네상스 양식보다는 고딕양식이 더 기이하게 보이는데.
피렌체를 대표하는 화가로는 보티첼리를 들 수 있다. 보티첼리가 그리기 시작한 그리스로마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들은 당시에는 세상에 없던 신상품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당대 최고의 상품이 되었다. 오래지 않아 이탈리아 다른 지역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아름다운 비너스와 사티로스, 뮤즈 등이 자유럽게 그려졌다. 중세에는 '비너스의 탄생'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르네상스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책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보다는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이 더 놀랍게 다가왔다. 조각가로서 한 번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사람이 어떻게 천지창조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자세히보니 미켈란젤로의 그림들은 조각을 마치 그림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웠다가 조금 익숙해지니까 입체적이고 조형적인 그림들이 너무 완벽해 보여서 지루한 느낌마저 있다.
이 때쯤 베네치아로 가서 조르조네, 티치아노 등의 그림을 보면 왠지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약했던 화가들의 그림은 색감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베네치아는 상업이 활발한 도시여서 그 당시만 해도 귀한 물감들을 다른 도시에 비해 비교적 구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특히 조르조네에 의해 종이 위에다 유화를 그리는 기법이 시작된 이후 색감은 더욱 생동감 있어지고 표현력도 더욱 좋아진다. 조르조네의 '폭풍'은 풍경화의 시작을 알리는 그림이기도 하다.
베네치아에서 여정이 끝났다. 하지만 르네상스는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이 책 한 권으로 르네상스가 시작될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건축이나 미술 뿐만 아니라 당시 이탈리아 도시국가 간의 힘겨루기, 또한 위세가 약해지기 시작하는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교황, 플라톤 아카데미를 만들어 인문부흥에 앞장 섰던 메디치가문, 그리고 메디치가 두 형제의 한 여자를 둘러싼 사랑 이야기 등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은 르네상스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