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된 공자와 동양사상
황태연.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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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핵심은 이것이다. 중국의 화약, 나침반, 인쇄술이 르네상스의 물적 토대가 되었다면 공자를 비롯한 중국의 사상은 계몽주의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 과감한 발언이다. 처음에는 함부로 이런 주장을 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볼테르, 케네, 아담 스미스 등의 서양철학자들과 공자, 사마천 등의 주장을 비교해가며 근거를 들어가는 과정에서 저절로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이 정도면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공자의 사상이 유럽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에 선교를 목적으로 들어온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중국의 고전이 번역되면서부터이다. 공자의 철학은 기독교적 사랑과는 다른 의미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공자의 말은 신의 개입이 없어도 인간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저자들은 공맹철학보다는 성리학을 받아들인 조선의 선택보다 공자의 철학을 받아들인 예수회선교사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한다. 조선은 공맹이 아닌 성리학을 받아들임으로써 지나치게 관념론으로 빠져버렸다고 비판한다.

 

공자는 무엇보다도 백성을 부유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민본주의, 농본주의, 자유상업론이다. 이 공자의 부민철학을 이어받은 사마천은 농본주의, 상본주의, 농상양본주의의 자유시장을 주장하였다. 사마천의 자유시장은 영국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어진다. 애덤 스미스의 독창적인 주장이라고 알고 있던 주장이 결국에는 사마천, 공자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또 케네의 중농주의적 자유경제론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공자의 '임금은 영유하되 간여하지 않는다'는 사상이 영국의 입헌군주제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한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사상은 유럽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프랑스혁명 이후 합리주의적 철학이 유럽을 지배하면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에 공맹의 철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저자들은 동양사상이 유럽의 계몽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영 정조시대의 조선은 세계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역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주장이다. 조선 후기의 몰락은 스스로 부족한 것 없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지나친 자만심이 몰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패치워크 문명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다지 새로운 개념은 아닌 것 같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이 문명은 자기비판적인 개방성을 가지고 자신의 문화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문명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19세기 이후 괄목할 만한 서양의 발전과 반대로 동양의 몰락은 패치워크문명을 형성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저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서양문화의 흐름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또한 이런 책이 등장한다는 건 세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서양의 물질문명과 철학을 받아들인 중국이 현재를 넘어서 어떠한 형태의 패치워크문명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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