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 지음 / 분도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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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사람들이 왜 신앙을 가지려하는지 알 것 같은, 조금은 이해할 것 같은 책이다. 

 

  어제 '오 마이 갓'을 우연히 보았는데 대만의 자제공덕회라는 불교봉사단체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 프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 몇 가지가 있었다. 자연재해로 집을 잃을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이슬람사원을 지어주면서 그들에게는 이미 종교가 있으니 다른 종교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천주교에서는 기독교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벗어나는데 천 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는 신부님의 말씀. 마지막으로 그 생각에서 벗어나는데 아마 몇 천 년은 걸릴 것 같다는 개신교 목사님의 말씀. 아직 개신교에서는 내 종교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으로 읽혔다.

 

  왜관수도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베네딕도 수도원의 자급자족하는 일상이 소개되고  이후에는 미국의 뉴튼 수도원으로 방문이 이어진다. 뉴튼 수도원에서는 빅토리아호의 선장으로 만사천명의 목숨을 구한 후 수도자로 살아간 마리너스수사의 삶에서 숨겨진 우리 현대사와 잠깐 조우하기도 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 수도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마리너스 수사의 삶에 놀라기도 하고 작가처럼 그런 엄청난 일을 겪었다면 당연한 일이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아마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봉쇄수도원의 44년간 좁은 방안에서 기도하는 삶을 살다가 간 나자레나 수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우리나라의 사찰에도 3년이나 혹은 몇 달씩 스스로를 가둬놓고, 그 안에서는 절대로 말도 하지 않고 하루에 한 번씩만 구멍 같은 것을 통해 전달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도정진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도 정말 끔찍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44년이라니. 신앙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나로서는 짐작이 되지 않는다. 나자레나 수녀는 사교계의 화려한 여인에서 어느날 느닷없이 들려온 사막으로 가라는 말씀에 스스로 봉인된 삶을 택했다. 나자레나 수녀의 기도는 두 가지였다. 교회의 쇄신과 정화, 한국의 평화. 그녀의 기도가 얼마만큼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베네딕토 16세교황도 교황청 안에서 스스로 봉인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번 책은 예전의 책보다 훨씬 신앙에 몰입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느껴졌다. 스스로 말하듯이 종교에 심취한 아줌마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가 이런 식의, 교회에서나 하는 간증 같은 고백을 해도 괜찮은가 싶을 만큼. 같은 신앙인의 입장이라면 돌고돌아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친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고 나같은 무신론자의 입장에서는 종교가 어떻게 사람들을 지배하는지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우연한 행운이나 별 것 아닌 단순한 일들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하느님을 발견하는 모습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작가가 유난히 자기 중심적인 사람인 것도 같고. 하느님이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믿음 없이는 견뎌내기 힘들만큼 삶이 고단했나보다 싶기도 하고.

 

  어쨌든 내게 믿음은 없지만 천주교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카톨릭계여서 고 2때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종교 시간도 있었고 학교 안에 작은 성당과 수녀님들과 신부님이 계시는 사제관도 있었다. 예전에 배웠던 찬송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고 같은 반에 몇몇 친구들은 카톨릭신자가 되기도 했다. 그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특별하게 여겨지던 수녀님들도 그냥 그렇게 특별하지만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참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교장 수녀님은 좀 무섭기도 했지만. 다른 수녀님들은 심지어 재미있었다. 자신이 수녀가 된 이야기를 아주 무심하게 들려주셨고 시간이 나면 절에도 자주 놀러간다고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런 수녀님들 덕분에 종교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종교를 삶의 한 방식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신앙고백은 참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예전의 수녀님들처럼 좀 무심하게 들려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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