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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1주일 넘게 걸려서 읽고 있는데 지금 백페이지쯤 남았다. 문장이 길고 온갖 인물 군상들의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용이라서 읽어나가는게 더디기는 하지만 자꾸 빨리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한꺼번에 빨리 읽어내려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문장 하나하나,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 혼란스런 가치관들이 쏟아내는 무수한 말들을 가슴에 조금은 담아가면서 읽으려고 했다. 뭐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를 이처럼 잘 그려내고 있는 작가도 없을 테니까. 책을 읽어가면서 드는 생각은 작가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참으로 관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인간에 무관심한 작가라면 인간의 내면을 그렇게 잘 그려낼 수는 없을 테니까.
언젠가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총합소설이라 일컫던 말이 떠올랐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이 만든 모든 인물 하나하나에 그 성격을 부여하고 보조적인 인물일지라도 그 사람만의 특징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인게 아닐까 싶다. 소설의 가장 기본은 역시 인물의 성격창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물 하나하나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해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요즘 잊고 있었던 고전의 맛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요즘 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냥 상품 하나를, 그저 유행하는 상품 하나를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 뿐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는다. 책을 덮는 그 순간 모든 것들이 머리 속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문학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쓰고 버리는 소모품 같다는 느낌이랄까. 요즘의 소설에서 받는 느낌은 그렇다. 소모품. 좀 슬프고 씁쓸한 느낌의 말이긴 하지만 언젠가부터 문학 또한 소비의 대상이고 보면 그렇게 말한대도 그다지 억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것들은 전대의 무수한 소모품 중에서 살아남은 것들일 테니까.
지금 우리가 소모하고 있는 문학들 중에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즉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않고 남아 있을 것들이 얼마나 될까.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설, 시, 온갖 종류의 책들을 보면 시장마다 마트 마다 상품이 흘러 넘치듯이 읽어달라고 아우성치는 책들이 흘러넘치는 것 같다. 글자란 게 발명된 이후로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는데 아직도 할말이 저렇게 많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글쎄 어쩌면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일까. 혹은 사람들의 상상력엔 한계가 없기 때문일까.
모처럼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에 만만치 않은 두깨의 책을 독파하고 나니 괜히 으슥해지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