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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우편기 ㅣ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19
생 텍쥐페리 지음, 배영란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12월
평점 :
감동적인 작품은 늘 장면으로 기억이 남는다. 중편이나 단편이었는데 제목은 잘 기억 나지 않고, 그 주인공도 배행기 조종사였고 사막의 한 고원에 불시착했던 것 같다. 조종사가 불시착한 그 사막의 모습이 마치 꿈속인듯 기억에 남아 있다. 바닥에는 보석과 같은 모래 알갱이들이 깔려있고 배경은 모두 오렌지색으로 물들어있던 그 느낌. 사막의 밤은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장면이었다. 어린 왕자보다 그 작품 이후 생텍쥐페리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실제 비행기 조종사였던 그의 생활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삶과 작품이 크게 다르지 않은 작가가 바로 생텍쥐페리였다. 지중해 어딘가에서 실종된 그의 마지막 모습도 한편의 그의 소설처럼 아련하다. 비극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형태로 삶을 마감한 느낌이랄까. 그저 책상 앞에서 앉아서 머리만 굴리는 그런 작가가 아닌 삶에 철저히 다가선 작품을 쓴 작가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어린 왕자처럼 순수한 감정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들... 작품들을 통해 느껴지는 작가의 이미지는 참으로 세상의 시선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대로 살다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남방우편기는 작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같다. 어쩐지 작가의 삶과 닮아 있는 작품 같기도 하고, 그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베르니스의 죽음이 20년 쯤 뒤에 오게될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억측이긴 하지만. 그의 직업이 비행기 조종사이고 보면 죽음은 그의 삶에 언제든, 경고도 없이 닥칠 수 있는 것이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기에 그의 소설은 언제나 삶의 본질, 삶의 그 순수한 모습을 추구하는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땅, 이 세계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내려다보는 비행기 조종사의 시선에 세상은 때로는 잘 구획된 울타리나 들판, 숲처럼 질서 정연하기도 하고, 지상 가까이로 다가가면 비행기의 동체를 흔드는 느닷없는 바람과 구름처럼 오히려 세상이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워 보였다. 작가 자신의 모습이나 다름없는 주인공 자크 베르니스에게는 지상에서의 삶이 비행기조종 만큼이나 혹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지 않았을까. 첫사랑의 연인을 자신의 삶 속으로 데려오고 싶어했지만 그럴수 없었던 것처럼. 결국 누군가의 우편을 전달하기 위해 비행을 계속 하던 그는 피살되고 그가 전달하려했던 우편물만 사람들 속으로 돌아오게 된다.
생텍쥐베리의 작품은 20세기 초 항로를 개척할 당시의 상황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막 알아가기 시작하던 무렵의 호기심과 아직은 베일에 싸인 생명력 가득찬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아직 세상은 다 개척되지 않았고 그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용기와 두려움, 순수함을 작품마다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처녀작인 남방우편기를 시작으로 새롭게 생텍쥐페리의 작품세계로 다가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