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4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윤진 옮김 / 민음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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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아니 한장한장 넘길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아니 폭발하기 직전의 꽉 막힌 듯한 느낌이다. 애초 사건을 따라 가는 소설이 아닐 거라 예상은 했고 이런 심리소설 혹은 무의식 혹은 한 남자의 의식을 따라가는 소설일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참기가 힘들다. 읽어내기가 힘들다. 왜 이 남자는 이렇게 살아야하는가? 정신병자여서? 탈영병이어서? 혹은 그가 살고 있는 세상에 적응해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모르겠다. 아마도 이 세상 누군가는 이런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무의미한 세상에 회의와 좌절을 느끼면서... 

  하지만 꼭 이렇게 숨 막히게 답답하게 그 무의미한 일상을 보여줘야 할까? 과연 독자들이 해변가에서 마주친 개나 따라다니고, 동물원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일상을 보내고, 아무 의미도 없는 사물들에 시선을 주고, 아무 의미도 없는 대화를 하고 듣는 한 남자의 삶에 흥미를 가질까? 한 사람의 평범한 독자로서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인류를 대표하는 한 인물로서 만들어진 아담 폴로라는 인물, 현실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온갖 감정을 느끼며 사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소설 속 인물 그 자체라는 생각이든다. 소설 속에서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대로 움직이는 인물, 그는 왜 평범한 인간의 행동을 보이면 안 되는 것일까?  아직 20대의 젊은이로서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야망을 갖고, 아니면 평범한 인간적인 사고를 갖고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가면 안 되는 것일까?    

  그는 왜 현대문명을 인간사회를 거부하게 된 것일까? 모르겠다. 끝까지 읽다보면 그의 행동에 동의할 수 있는, 혹은 최소한 공감은 갈 수 있는 동기가 있겠지. 끝까지 읽고 찾아낸 동기라면 이 정도일까. 어머니의 편지와 아담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려주는 시몽 트위드뮈르라는 소년의 이야기에서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것, 아주 지능이 뛰어나다는 것, 현실을 두려우움의 대상으로 보는 어린아이 같은 감정을 지녔다는 것 등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물론 아담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그가 예로든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자료는 그것들 뿐이므로 그의 말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나 의사처럼 결국 그 자신의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이야기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폭력, 성숙하지 못한 심리상태로 인해 현실의 폭력성을 알게 되고 현실의 언저리 부근에서만 존재하는 인간이 되었다? 뭐 그런 추리들... 

  유일하게 아담의 편이 되어 읽었던 순간들은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였다. 주치의와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심리학의 잣대로만 아담을 평가하려 하고 아담의 말을 현학적인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몰아부친다. 유일하게 그가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한 여학생을 향해 아담은 세상에 대한, 자신에 대한 자신의 분석을 털어놓지만 결국에는 그것조차 지치고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담은 자신이 존재하는 그대로 존재하고 싶어할 뿐이다. 존재하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이 평화롭다고 느끼는 대로 살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아담이 정신병원에서의 생활을 너무나 순순히, 마치 행복한 듯이 받아들이듯이. 

  그렇게 되면 아담 스스로 정신병원행을 택했다는 뜻이 될까? 사람들 앞에서 한 연설과 행동들은 사람들의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던 것일까? 심리학은 그런 그에게 온갖 병증을 갖다 붙인다. 계통적인 편집적 망상, 심기증 경향, 과대망상, 극소 집착증, 피해망상, 정당화를 통한 책임 회피 증세, 성도착증, 정신착란... 그는 우리의,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정신병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입장에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나는 그를 정신병자로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스스로 정신병원에서의 삶을, 지극히 단순하고 한가로운 삶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아담 폴로에게는 이 세상 삶의 방식이 맞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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