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로이 - 고대 미술과 문학으로 읽는 트로이 신화
수잔 우드포드 지음, 김민아 옮김 / 루비박스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사실 트로이라는 명칭에는 익숙하지만 이 이야기가 역사적인 사건을 이야기화 한 것인지 신화 그 자체인지 모호했었다. 여기저기서 읽은 신화들과 뒤섞여서 누가 누구인지도 헷갈리고, 내 기억 속에서는 이야기 저 이야기가 뒤섞여 있기도 하고... 요즘 고대사를 읽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당장 빌려왔다. 일단 표지 그림부터가 마음에 들고 수많은 도판들이 있어서 책도 잘 넘어 갈 것 같았다. 예상대로 책은 한 이틀 만에 다 읽었는데, 내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 되어 있던 이야기가 이제 좀 질서를 되찾은 것 같다.
표지의 그림은 트로이를 지원하기 위해 나선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리아를 창으로 찌르는 순간 적에게 사랑을 느끼는 아킬레우스를 포착한 장면이다. 아킬레우스를 바라보는 펜테실리아의 눈빛 역시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듯 흔들린다. 그러나 아킬레우스의 창은 결국 그녀의 목숨을 빼앗는다.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의 내면에서 일어난 불꽃 같은 흔들림을 엑제키아스라는 뛰어난 도자기 화가가 시간 속에 멈춰 놓았다. 마치 사랑이 영원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트로이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토로이 신화를 단순하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트로이 신화의 인상적인 장면을 그린 그리스 도자기화를 텍스트로 해서 들려준다. 트로이 전쟁을 촉발시킨 헬레네의 탄생을 그린 그림에서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명의 여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가리는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심판, 10년에 걸친 전쟁 후 트로이가 함락되는 장면까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서사와 그림으로 트로이를 풀어나간다. 이 그림들이 그려진 시대는 대체로 기원전 500년 전후이다. 실제로 트로이에는 기원전 1260에서 1230년 사이의 어느 시기에 화재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고 성벽은 무너지고 학살이 자행된 유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때 일어난 일이 우리가 알고 있는 트로이 신화의 바탕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세기 후에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 (호메로스는 그리스의 미케네에서 소아시아로 건너가서 그곳 문화와 융합된 형태인 이오니아 문명을 만들었던 그리스인에 속한다.)에 의해 트로이 전쟁을 노래한 '일리아드'가 만들어지고 그리스 화가들은 일리아드에 나오는 장면들을 도자기에 그려넣었다.
이 도자기화를 통해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뒤섞인 고대 그리스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가장 쉽게 트로이를 접할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헬레네의 탄생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복잡하지 않고 군데군데 인상적인 장면에서는 그림을 배치해서 흥미롭게 이어간다. 흥미진진한 신화의 세계와 고대 그리스 문화를 함께 접하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