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편력 1 -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 주는 세계사 이야기, 개정판 세계사 편력 1
자와할랄 네루 지음, 곽복희 외 옮김 / 일빛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 세계사는 참 어렵고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퍼즐과 같은 느낌이었다. 고3때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가 참담한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세계사는 어려운 것이란 각인이 되어 있었던지 이런 류의 책들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 또한 전 3권의 두툼한 분량 때문에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도 자꾸 뒤로 밀리고 하던 책 중의 하나였다. 읽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2권째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고대사는 상당히 재미있었고 근현대사 또한 흥미로왔다. 생각보다 책장이 잘 넘어가진 않지만 항상 다음 번 편지가 기대되는 책이었다.

  독립한 인도의 초대 수상이었던 자와할랄 네루가 옥중에 있으면서 딸에게 주는 편지 형식으로 쓴 것이다. 서양인의 눈으로 본 세계사가 아니라 동양인의 눈으로 본 세계사란 점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인도인이니 만큼 우리가 쉽게 접해 볼 수 없었던 인도와 이슬람의 역사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었고 특히 2권에서 러일 전쟁에 대해 다룬 부분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일본의 승리가 서양 제국주주의 지배를 받던 많은 아시아 국가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면 때문에 아직도 일본이 아시아에 대한 침략 전쟁을 서양 열강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억지를 부리는 단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것이 서양 제국주주의 충실한 모방에 불과한 것임을 이후에는 밝히고 있지만.  

  세계사를 읽다보면 매번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왔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서양의 열강들이 앞다퉈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가 등을 식민지화하려고 하고 있는데 조선이라는 나라는 당쟁이나 일삼고 이 세상에 강대국은 중국밖에 없다는 듯이 중국 눈치만 보고 있었으니... 우리는 조선을 식민지화한 일본을 항상 욕하지만 근본 원인은 나라를 지키지 못한 조선인 모두의 책임이지 않을까. 영국의 제국주의부터 그 뒤 서양 열강들의 식민지화 과정을 보면 제국주의적 본성은 일본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약한 나라는 철저히 교묘하게 짓밟히고 제국주의 나라를 위한 원료 공급지나 공업화에 성공한 열강들의 공산품 소비지로 전락한다. 온 세상의 적이라고 알고 있는 독일제국과 싸우기 위해 영국이 식민지 인도인들을 강제징집한 것이나 태평양 전쟁 중 일본이 아시아 식민지 국민을 강제동원한 것이나 뭐가 다를까. 영국은 전쟁에 이겼고 일본은 전쟁에 졌다는 차이만 있을 뿐. 그 틈바구니에 있는 조선이나 인도는 그들의 전쟁을 위한 도구였을 뿐. 역사는 강한 나라에 의해 씌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뿐이다. 

  한번도 강한 나라였던 적이 없던 우리가 고구려에 심취하는 것도 제국에 대한, 보다 강한 나라에 대한 열망이 아닐까. 우리에게도 권력이 주어졌더라면 서양 열강처럼 제국주의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구려 지배 시의 만주 토착민들은 그들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권력을 가진 자는 어느 민족,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 보다 많은 것, 보다 힘 있는 것이 되려는 인간의 본성은 역사가 발전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지금 이순간에도 세계는 크고 작은 분쟁으로 가득차 있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전쟁은 계속 될 것이다. 젊은 세대들에겐 영원히 누려온 것만 같은 이 평화도 고작 5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유지된 것일 뿐 외국의 눈에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분쟁지역인 것이다.   

  저자의 편지는 1933년에서 끝이 나지만 후기에서 히틀러에 의해 오스트리아가 병합된 후 체코슬로바키아마저 분리되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의해 맺어진 뮌헨조약에 의해 이 침략행위가 묵인되기에 이르는 시기인 1938년까지 기술하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제2차 대전에 목전에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유럽에 민족주의가 등장한 이래 유럽은 바로 이 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영국의 식민지 아래 저항하던 인물이었던 만큼 유럽을 특히 영국을 긍정적으로 서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겠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를 묵인한 결과 제2차 세계 대전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 듯한 인상이다. 광대한 역사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책에서도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감옥에서 접하는 책은 제한적이고 어떤 사건에 대한 저자의 서술 중에는 분명 오류도 있을 수 있고, 편협된 생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를 보는 다른 시각을 이 책이 갖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특히 고대사부터 시작되는 1권은 꼭 다시 읽어보고 싶고 고대사가 좀더 자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저자는 고대사보다는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근현대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듯했다. 한 번 훑어보고 덮어 버리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물론 두툼한 두께 때문에 쉽게 손에 잡히지는 않겠지만... 이 두꺼운 책을 읽다보면 좀더 말랑말랑한 다른 책들을 읽고 싶은 유혹에 종종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유혹을 이겨내고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는 인간의 긴 역사를 함께 걸어온 듯한 뿌듯함과 기분 좋은 피로를 함께 느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