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 교양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2210년 동면을 앞둔 역사학자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지구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1980년대 후반에 처음 출판된 책이라 90년대 초반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을 거쳤고, 2006년의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전쟁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게 되어버렸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가능성 있는 예언을 들려 주고 있다.

  21세기 초반 공룡처럼 덩치를 부풀려가던 자본가들이 정치권력을 뛰어넘는 세계무역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지구를 자본의 손아귀에 넣게 될 즈음 최초의 유전자변형 아기가 태어나고 달 식민지, 화성식민지 개척에 착수한다. 세계인구의 15%에 불과한, 한국을 포함한 30개의 부국이 재화와 서비스 생산의 85%를 차지할 만큼 빈곤의 괴리는 더욱 심해진다. 결국 2040년대 초 최악의 불황이 닥치고 굶주림으로 수억의 사람들이 죽어 갔고 더욱 심해진 온난화로 세계의 저지대 곳곳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유럽과 태평양 연안 국가들 만큼 부를 누리지 못하는 미국이 지구 국가 연합에서 탈퇴하고 지구국가연합 사령부와 미국간의 전쟁(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그 후 세계 곳곳에서 약 1년간 벌어진 전쟁으로 북반구는 거의 초토화되고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다.

  북반구에 비해 덜 파괴된 남반구를 중심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계당을 결성해서 지구를 하나의 체제 아래 편성시킨다. 국가와 민족의 개념을 없앤 1000여 개의 성으로 나누어지고 세계연방이라는 하나의 체제 아래 다스려진다. 세계연방은 지역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개인간의 소득 격차도 2배를 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본주의는 완전히 사라지고 이익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생산이 원칙이 되고 모든 불평들이 사라진 안정된 사회로 진입해 간다. 대신 세계연방의 관료조직은 비대해지고 세계는 획일화되고 개인의 자유는 모든 면에서 제한된다.

  2100년을 전후로 해서 거대한 관료조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작은당, 순공산당, 존엄당 같은 작은 정당들이 등장하고 드디어 작은당의 주도 아래 세계연방은 와해되고 인구 천명, 2천명 정도의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1000만 명 정도의 큰 공동체까지 4000내지 5000여 개의 공동체 (태양계에 있는 식민지 공동체까지 합해서)로 나뉘어진다. 각각의 공동체는 고도로 발달된 기술로 다른 공동체와의 물자교류 없이도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정도였고 특별한 정치체제 없이 각각의 공동체가 원하는 방식대로 운영해 나간다.

  그 사이 인간은 유전자변형 인간을 끊임없이 만들어냄으로써 지적인면, 도덕적인 면, 신체적인 면 모두에서 우수한 인간형을 만들어냈고 인간의 수명은 200년으로 늘어났다. 수명 연장 뿐만 아니라 영원히 살 수 있는 기술도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복제한 인간에게 의식 전부를 옮김으로써 생명이 연장되는 식이다. 또한 태양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화성을 지구화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또 다른 지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우리 태양계 너머 다른 태양계 탐사를 통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있는 행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주를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게 된다. 

  과연 자본주의의 멸망이라든가, 세계 3차 대전으로 인한 70억 명의 죽음, 하나의 체제 아래 통일되는 세계연방, 그 후의 자치에 의한 다양한 공동체 같은 것들이 200여년 안에 나타날까.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저자가 말한 것 같은 우주 식민지 개발이나 다른 태양계로의 진출 같은 우주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지금의 과학이 인간이 살만한 우주 식민지 개발을 가능하게 할 만큼 급속도로 발달하진 않을 것 같다. 인류의 미래사라는 이름답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미래를 예측하고 있지만 과학소설을 읽거나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본다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으면 될 것 같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어느 한 나라나 일부 지역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서 그다지 생생하게 와 닿지 않는달까. 조금 산만한 느낌도 있고. 어쨌든 부피에 비해 쉽게 잘 넘어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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