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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고양이의 일기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앤 파인 글, 베로니크 데스 그림, 햇살과 나무꾼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터프한 고양이답게 이름도 터피인 고양이가 있다. 그리고 터피네 식구로는 터피가 사고를 치고 올 때마다 터피를 변호하며 징징짜는 엘리, 말썽쟁이 터피에게 잔소리를 늘어 놓은 엘리네 아빠, 엘리네 아빠보다는 잔소리를 덜 하는 엘리네 엄마가 있다. 어쨌거나 주인공은 무시무시한 킬러 고양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니는 터피다. 이야기는 터피의 일기 아닌 항변으로 시작한다.
월요일, 킬러라는 이름답게 터피는 귀여운 아기새 한 마리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죽였다고 고백한다. 화요일, 뜰에서 치르는 아기새의 장례식에 식구들의 눈총을 받으며 참석한다. 수요일, 쥐 한 마리를 물고 온다. 물론 죽은 쥐다. 엘리네 아빠는 터피가 죽였다고 단언하지만 터피는 죽은 쥐를 물고 왔을 뿐이라고 한다. 목요일, 옆집 토끼 섬퍼를, 제 몸집 만한 섬퍼를 끌고 들어온다. 물론 섬퍼는 죽어 있다. 엘리네 아빠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한다. 결국 비눗물로 깨끗이 씻기고, 드라이어로 깨끗이 말린 다음, 밤 12시가 지나서 자루에 죽은 섬퍼를 넣고, 울타리 구멍을 통과해서, 토기장에 몰래 자는 것처럼 (아니 자다가 죽은 것처럼)위장해 놓는데 성공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토요일 동물 병원에서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돌아오는 길, 옆집 사람들을 만난다. 옆집 사람왈, 목요일에 죽은 토끼를 뜰에 묻어놨는데 그 토끼가 털이 보송보송하게 손질되어 토끼장에 누워 있더라는 것이다. 엘리네 가족들 그런 희안한 일이 있었냐며 시침뚝떼며 연극을 한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엘리네 아빠 터피를 째려 보며 소리친다. 토끼를 죽인 척 하다니 거짓말쟁이 녀석! 어라, 자기네들이 북치고 장구치고 오해해놓고선. 난 죽였다고 한 적 없어. 징징짜는 엘리는 터피가 죽은 쥐도 섬퍼도 묻어주라고 물고 왔다고 나름대로 해석을 한다. 터피더러 인정많고 마음씨 고운 영웅이라 뭐라나.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도 터피가 쥐와 토끼도 죽였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많았다. 두 가지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죽은 토끼를 물고 왔을 뿐이라고 말하는 터피와 터피가 죽였다고 철썩같이 믿는 엘리네 엄마 아빠. 책을 끝까지 주의 깊게 읽지 않는 아이들은 엘리네 엄마 아빠의 말처럼 터피가 옆집 토끼 섬퍼를 죽였다고 단정지어 버린 것 같았다. 또 책 내용보다는 삽화에 더 강한 인상을 받는 아이들이 많았다. 터피가 쏜 총알이 피튜니아 꽃을 관통하는 그림. 그런 그림들의 이미지에서 터피를 정말 킬러 고양이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독자들도 터피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엘리네 아빠, 엄마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에게 된다. 억울한 터피의 마음을 느껴보라는 작가의 의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