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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씨 이야기 ㅣ 비룡소 걸작선 14
요제프 라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난 이런 동화가 좋더라구요. 요즘 녀석들이 하는 말을 흉내내본 말이다. 요즘 아이들이 뭔가 어른스럽게 말하고 싶을 때는 ~라구요 란 말을 끝에 붙이곤 하는데 듣고 있으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렇다. 우리 나라 작가들이 많이 쓰는 너무 사실적인 동화보다는 엉뚱하고 기발한 이런 동화가 훨씬 재미있다. 내가 낄낄거리며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는 듯이 또 그 짓이냐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 하고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책은 내용은 저학년에 맞는 내용이지만 저학년이 보기에는 글자가 제법 빽빽해보이는 책이라 4학년 정도는 되야 부담갖지 않고 읽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세상 물정에 닳을대로 닳은 녀석들은 이런 책들의 순수한 묘미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꽤 영리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들도 이야기 자체에 푹 빠져 읽기보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 평가해버리곤 한다. 그냥 재미있게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을 따라 읽어가면 좋을텐데 이런 걸 억지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상상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어쨌든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너도밤나무 오두막에 여우 한 마리가 들어온다. 너도밤나무 오두막에 사는 산지기 보비누시카 씨가 숲에서 어린 여우 한 마리를 주워온 것이다. 산지기의 딸 루젠카는 이 여우를 너무 사랑하여 책도 읽어주고 글씨도 가르쳐준다. 이 여우는 아무도 모르게 사람의 말을 따라하고 심지어 읽기 쓰기까지 완벽하게 배운다. 여우는 루젠카가 읽어주는 동화 속에 나오는 여우들처럼 멋진 여우로 살고 싶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여우 씨(이쯤에서 우리는 여우 씨로 부르기로 한다. 이젠 꼬마 여우가 아니라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어른이므로)는 숲으로의 가출 아니 출가를 결심한다.
출가한 여우 씨는 숲 속에 있는 동굴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문명을 경험한 여우에게는 너무 초라하고 깨끗하지 못한 곳이긴 하지만. 여우 씨는 배가 고프지만 문명인이므로 사냥을 할 수는 없다. 숲 속을 다니던 여우 씨는 또 다른 산지기 브제지나 씨가 사는 오두막을 발견한다. 브제지나 씨의 헛간에서 몰래 가져온 탁자에서 마침 여우 씨는 소시지 두 개를 얻는다. 여우 씨는 맛있는 소시지를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여우 씨는 브제지나 씨의 오두막을 기웃거리다가 전화로 소시지를 주문하는 브제지나 씨의 말을 듣고 목소리를 흉내내어 전화로 소시지를 주문하기도 하고, 고깃간 주인을 속여 소시지를 두 개나 훔쳐 오기도 하고, 고깃간 주인이 잃어 버린 돈을 찾아주고 소시지를 얻기도 한다. 이런 사건으로 인해 여우 씨는 사람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된다.
하지만 아직까진 멋진 여우로 살아갈 기회가 찾아온 건 아니다. 드디어 여우 씨에게도 기회가 찾아온다. 엉뚱하게 아니 뚱뚱하게. 웬 뚱뚱하고 땅딸막한 남자가 숲 속에 함부로 들어온다. 여우 씨는 생각한다. 이 땅달보 녀석은 숲 속에 몰래 들어와서 사냥을 하거나 버섯을 따가려는 게 분명하다. 여우씨는 다짜고짜 땅달보를 쫓아낸다. 그리고 여우 씨는 이 숲의 주인인 영주님께 편지를 쓴다. 위의 행동을 증거로 자기는 훌륭한 산지기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여우 씨의 훌륭한 자질을 직접 목격한 땅딸보 아니 영주님은 여우 씨를 산딸기 언덕의 산지기로 임명한다. 거기다가 산지기 만이 살 수 있는 멋진 오두막도 준단다. 전용 요리사까지. 여우 씨는 산지기만이 입을 수 있는 유니폼에다 나무총(진짜 총은 위험하다며 여우 씨가 사양한다.)를 매고 산지기로서의 폼나는 삶을 시작한다. 산딸기 언덕에 가면 세상에서 제일 멋지게 사는 여우 씨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