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 - 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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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에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보았던 은하수가 이제는 기억속에서 희미해져간다. 작은 시골 동네 한길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길고 하얀 은하수가 하늘을 가로질러 뻗어 있었다. 지금은 그 은하수길이 마을의 어느쪽에서 어느쪽 방향으로 뻗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도 시골엘 가면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분명히 작은 동네의 하늘을 뒤덮은 채 은은하게 반짝이던 은하수길이 우주 저편으로 달아나버렸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운이 좋다면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이아, 견우직녀성 정도 보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 이제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조차 제대로 볼 수 없고 유독 밝게 반짝이는 것이 별인지 인공위성인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별을 본다는 의미는 별의 시원, 나아가 내가 어디서 왔는지, 우주는 어디서 시작됐는지, 우주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 책은 내가 본 몇 권 안 되는 대중들을 위한 물리학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제목부터 흥미를 끌만한 데다가 책의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과학의 산물인지 상상의 산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이론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개봉한 'The one' 이란 영화도 평행우주 개념을 영화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수많은 우주에 존재하는 똑같은 "나"가 유일한 존재가 되기 위해 다른 "나"을 없애는 이야기. 이 책은 다른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지, 다른 우주로 가는 여행이 가능한지, 물리법칙이 이런 여행을 허용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다중우주란 개념은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확대시킨다. 지구란 태양계를 돌고 있는 세 번째 행성이며, 태양계는 우리가 속한 은하의 변방에 속해 있으며 이런 태양계가 우리 은하내에도 수없이 있으며, 우리 은하는 우주에 속해 있는 무수한 은하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우리의 우주는 더욱 빠른 속도로 팽창을 하다가 절대 온도에 가까운 거대한 동결로 멈추고 될 거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때는 은하도 별도 행성도 생명체도 모두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론은 여기서 우주의 종말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바로 평행우주란 개념이 그것이다.

  우리의 우주는 거대한 동결로 종말을 맺겠지만 우리의 우주 너머에는 또 다른 우주가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앞으로 일어나게 될 온갖 우주적 사건을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의 모습으로 진화해서 )그 순간까지 존재하게 된다면 그 우주들 중 하나의 우주로 이주를 해서 새로운 문명을 형성할 수도 있다 는 것이다. 하지만 무수한 다른 우주는 우리의 우주와는 다른 물리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므로 그곳의 생명체는 그 우주의 물리법칙에 맞는 형체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아무런 물질도 없는 텅빈 공간만 있는 우주도 있을 것이며, 내가 태어나지 않은 우주도 있을 것이며, 드라마 "궁"처럼 조선의 왕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우주도 있을 것이며, 온갖 가능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론을 관측하는 건 지금의 과학으로서는 불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오류가 없는 이론이라는 것이다. 

   이런 다중 우주라는 이론이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은 아니다. 물리학의 발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한 이론인 것이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고전물리학, 원자규모의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 거기에서 발생하는 초끈이론, M이론 등을 거치는 동안 직면한 여러가지 물리학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도중에 발견한 여러 이론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물리학의 여러 이론을 접할 수 있는 동시에,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곁들일 수 있고, 철학적이고(누군가 보고 있지 않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신화적인 주제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종합서(이런 용어가 가능하다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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