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없는 세상을 ~위하여

이그노벨상 이야기 - 천재와 바보의 경계에 선 괴짜들의 노벨상 ㅣ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2
마크 에이브러햄스 지음, 이은진 옮김 / 살림 / 2010년 10월

몇 달 전 신문에서 이그노벨상 수상 기사를 보고 블로그에 스크랩했다. 수상자를 찍은 사진에서 그들은 즐거워하고 가벼운 표정이었다.

방귀 냄새를 흡수하는 팬티,코 파기, 변기 붕괴사건, 초스피드 출산기계 등 세상에 이런 연구도 있나, 하는 것들은 파헤치고 몰두하는 과학자나 연구자들은 이외로 진지했다.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그들은 기발했고 착상은 신선했고 노력은 눈부셨다.

이그 노벨상을 시상하면서 이런 연구를 하는 이들을 인정해주자는 의미도 있지만, 세상의 권위라는 공으로 신나게 놀고 있는 느낌이었다. 노벨상은 지구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 이다. 그 방면의 전문적인 업적을 인정해주며 지구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공헌도를 측정한다. 노벨상만큼 범지구적인 상은 아직 없다. 이런 노벨상을 히죽대며 가볍게 만든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의 지구 기여도보다는 노벨상이 지향하는 보편적 권위를 살짝 밟는다.

권위없는 상은 어떨까? 상은 직급 높은 사람이나 상급의 주최자가 주는 상일수록 그 레벨이 높다. 선생님보다는 교장, 교장보다는 장학사, 장학사보다는 교육감, 교육감보다는 시장이 준다면 더 놓은 고급 단위에서 인정해주는 것같다. 이렇게 본다면 범지구적 권위의 노벨상은 지구 최고급 레벨의 상이다.

또 다시 질문을 던지자. 상에 권위가 없다면 그 상은 무엇이 될까? 아마 그건 축제가 되지 않을까? 축제는 껍질 벗고, 긴장 벗고, 권위 벗고, 속옷까지 벗고 편하게 즐기지는 거다. 편한 건 가벼운 거니까. 그래서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이 즐겁고 가벼워보였나 보다. 아무튼 권위없는 세상을 위해 축제를 벌이자.

그래서 와인잔을 품위 없이 치켜 들며 치얼스~.

정치적으로 드는 의문,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 그가 구한 것은 동물원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The Earth)’였다!
로렌스 앤서니 지음, 고상숙 옮김 / 뜨인돌 / 2009년 3월

  이라크 전쟁에서 구할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동물도 있었다. 전쟁의 참상이나 폐허를 보여줄 때 인간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말한다. 하지만 인간과 수천년을 함께 살아온 동료이자, 인간보다 먼저 이 지구에 존재했고 한때는 주인이었던 동물도 전쟁에서 인간의 동료로서 인간만큼 고통받는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폭탄이 터지고 헬기가 날고 총을 쏘아대는 상황에서 동물도 인간처럼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공포로 상처받고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걸 알게 되어 동물이 좀더 가까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글을 다 읽고 난 뒤 마음에 찝찝함이 남았다. 무얼까? 동물을 구해준 미군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애정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인간 본성의 선함이나 베품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라크 전쟁은 누가 일으켰는가?

그 속에서 정말 극도의 공포와 고통을 겪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폭탄이 집 안방으로 날아오고, 친척이나 가족이 몰살당하고, 마실 게 없어 썩어가는 물을 퍼마시고, 무엇보다 언제 있을지 모르는 공격에 항상 불안한 채 끔찍한 스트레스와 공포로 하루하루를 지내야 하는 이라크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은 점이 아쉽다. 후세인이 버리고 간 호텔에서 미군이 맥주를 마시는 동안 가족을 위해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동물원에 몰래 들어와 양동이를 훔쳐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해가는 이라크인들의 피폐한 일상이 이 글을 읽으며 계속 그려져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점령군 미군의 절대적인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동물원을 구하는 일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서 미군이 점령군이 된 상황에서 그들의 협조 아래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말살하는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어떻게 지구적인 평화나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인가? 그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그래서 동물을 구하려고 사지로 뛰어든 저자와 친구와 협력자들의 경험이 모든 생명과 커뮤니티를 엮어내는 관계의 감동적인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이 자칫 감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 저자가 구한 것은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뛰놀던 동물이 아니라 피가 튀는 이라크 전쟁터의 한복판의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동물뿐만 아니라 전쟁의 공포에서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던 인간이라는 생명이 벌벌 떨며 살아남으려고 안간힘 쓰는 전쟁터 한복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달리는 사람일 뿐입니다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정철상 지음 / 라이온북스 / 2011년 7월

어느새 자기계발서를 손에 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평소 자기계발서에 거부감이 있었다. 세상사의 복잡함과 무수한 관계를 간략하고 단순하게 정의하는 점에 큰 반발을 가지고 있었다. 또 그것이 자기계발서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 손이 간 이유는 저자가 직업을 서른 번이나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저자는 초등학교 때 집이 없어 버스를 개조한 버스차에 살았을 만큼 가난했고 그래서 열등감과 좌절감에 시달렸다는 솔직한 일화에는 무척 공감 갔다. 저자가 서른 번이나 직업을 바꾸었지만 그런 경험이 인재발굴과 직업 상담하는 지금의 일을 하게 만든 바탕이 되었다고 할 만큼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 저자한테서 가장 배울 만하다고 여기는 점은 학교 다닐 때 열심히 노력했지만 성적이 안 오르자 자신이 머리가 나쁘다는 걸 인정하며 나쁜 머리를 안 들키려고 공부 안한 척 했다는 솔직한 일화에서 드러나듯이 자신을 대단한 사람처럼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저자는 TV 출연도 하고 책도 여러 권 펴냈고, 기업이나 단체에서 강의 의뢰가 끊이지 않고 들어 올 만큼 유명해졌는데도 여전히 겸손하다. 자신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고, 그냥 달리는 사람일 뿐이고 자신은 여전히 가진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며 자신을 그냥 일반인이라고 말한다. 그 점이 저자의 경험이 마음에 스며들게 한다.

법륜스님은 즉문즉설 문답에서 ‘너도 별 거 아니고 나도 별 거 아니다. 그러니 너나 나나 잘나고 못나고 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다 약하고 부족한 존재다. 나는 잘났는데 너는 못났고, 너는 잘났는데 나는 못난 게 아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별 거 아닌 존재들이다. 그만큼 인간 자체가 약하고 모자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런 약하고 부족한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려 인생을 헛되게 보낸다. 약하고 모자라는 자신을 인정하기 힘들어 돈이나 권력이나 직업이나 성공으로 부족한 자신을 덮으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약하고 부족한 자신을 그냥 드러낸다. 그래요, 나 가난했고, 주식하다 날렸고, 한우물 못 파서 서른 번이나 직업을 바꾸었어요. 그래요 나 부족합니다. 하고 솔직하게 드러냈고, 그래서 공감이 간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찾아주고 불러주고 인정해 주지만 여전히 나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노력합니다. 라고 여전히 솔직하게 말하고있다.

겸손하다. 그래서 서른 번 직업을 바꾼 그의 이력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내 삶에 작은 힘을 주었다.

인간은 동물을 보고 동물은 인간을 구경한다.

본다는 것의 의미 ㅣ 동문선 현대신서 16
존 버거 지음, 박범수 옮김 / 동문선 / 2000년 4월

 동물은 왜 동물원에 있고 동물은 인간을 어떤 눈으로 보며, 인간은 동물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라는 주제로 역사적 맥락을 짚으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하나하나 들추어낸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고 인간과 동물이 자연속에서 함께 살던 시대에 동물과 인간은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인간이 물질의 일부로 급속히 편입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생활은 분리되고 그러면서 동물과 인간의 소통을 사라져 버렸다.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자 동물과도 분리되었다.

그래서 동물은 동물원에 있고, 인간은 인형이나 만화 속 동물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원에 가서 동물이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관계가 되었다. 이 사이에 동물과 인간의 소통은 사라져버렸다

부족해도 괜찮아~

나의 멘토 나의 성인 - 가톨릭 사제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최고의 멘토
제임스 마틴 지음, 성찬성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1년 12월

 기독교에는 없는 카톨릭 성인의 삶을 자세하게 그렸다. 카톨릭 신부인 저자의 경험이 성인 한 명 한 명과 연결되어 어떻게 신앙의 모범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연결되는 지점이 절묘했다. 성인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깊숙이 받아들여 나가는 과정 또한 풍요롭고 신선하다.

소개한 성인들 중에서 베드로 성인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교회의 반석이라는 베드로는 뛰어나지도 훌륭하지도 않았다.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지만 예수님이 잡혀갈 때 두려워 스승을 세 번이나 배반했던 그가 오늘날 교회를 세운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모자라는지 충분히 겪으며 이런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데 있다. 나아가 베드로는 하느님은 바로 이런 부족하고 모자람 속에 머무르신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베드로 성인이 마음에 남은 건 나처럼 약하디 약하고 밑빠진 독처럼 채워지지 않는 인간도 성인이 될 수 있겠다고여겼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점이라고는 눈 닦고 찾아 봐도 먼지 한톨 발견하지 못하는 인간이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별볼일없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나의 그 별볼일 없는 것 속에 머무시고 늘 나와 함께 계시므로 훌륭하지 않은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도록 베드로 성인은 이끌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