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 그가 구한 것은 동물원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The Earth)’였다!
로렌스 앤서니 지음, 고상숙 옮김 / 뜨인돌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라크 전쟁에서 구할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동물도 있었다. 전쟁의 참상이나 폐허를 보여줄 때 인간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말한다. 하지만 인간과 수천년을 함께 살아온 동료이자, 인간보다 먼저 이 지구에 존재했고 한때는 주인이었던 동물도 전쟁에서 인간의 동료로서 인간만큼 고통받는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폭탄이 터지고 헬기가 날고 총을 쏘아대는 상황에서 동물도 인간처럼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공포로 상처받고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걸 알게 되어 동물이 좀더 가까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글을 다 읽고 난 뒤 마음에 찝찝함이 남았다. 무얼까? 동물을 구해준 미군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애정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인간 본성의 선함이나 베품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라크 전쟁은 누가 일으켰는가?

그 속에서 정말 극도의 공포와 고통을 겪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폭탄이 집 안방으로 날아오고, 친척이나 가족이 몰살당하고, 마실 게 없어 썩어가는 물을 퍼마시고, 무엇보다 언제 있을지 모르는 공격에 항상 불안한 채 끔찍한 스트레스와 공포로 하루하루를 지내야 하는 이라크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은 점이 아쉽다. 후세인이 버리고 간 호텔에서 미군이 맥주를 마시는 동안 가족을 위해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동물원에 몰래 들어와 양동이를 훔쳐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해가는 이라크인들의 피폐한 일상이 이 글을 읽으며 계속 그려져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점령군 미군의 절대적인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동물원을 구하는 일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서 미군이 점령군이 된 상황에서 그들의 협조 아래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말살하는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어떻게 지구적인 평화나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인가? 그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그래서 동물을 구하려고 사지로 뛰어든 저자와 친구와 협력자들의 경험이 모든 생명과 커뮤니티를 엮어내는 관계의 감동적인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이 자칫 감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 저자가 구한 것은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뛰놀던 동물이 아니라 피가 튀는 이라크 전쟁터의 한복판의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동물뿐만 아니라 전쟁의 공포에서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던 인간이라는 생명이 벌벌 떨며 살아남으려고 안간힘 쓰는 전쟁터 한복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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