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려치는 미술사 : 르네상스의 천재들 후려치는 미술사
박신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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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미술사: 르네상스의 천재들

박신영 / 마로니에북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영상과 이미지 속에서 살다보면 문득 시각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피로감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들 대신, 오래도록 변치 않고 내면을 울리는 깊은 아름다움을 갈망하게 됩니다. 저 역시 눈과 마음이 지칠 때면 종종 오래된 고전 미술의 세계로 눈을 돌리곤 합니다. 머리로 시대를 분석하기 보다는 그저 한 점의 그림이 내뿜는 감정에 오롯이 기대고 싶어서 말이죠.


프레임을 깨고 나온 사람들

보통 우리가 어떤 장면을 포착하거나 누군가의 모습을 남기려 할 때 대상이 정면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완벽한 구도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늘 그렇게 정면만을 향하고 있지 않죠. 저는 조토가 그린 그림 속 제자들의 뒷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일으며 먹먹함을 느꼈는데요. 때로는 누군가의 굽은 등이나 묵묵히 돌아선 뒷모습이 수백 마디의 말보다 더 진실한 검정을 전달하니까요. 정면만을 고집하던 견고한 시각적 틀을 깨고 과감히 인물의 등을 보여준 조토의 선택은, 그저 붓질의 방식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진짜 숨 쉬는 사람의 온기를 불어넣은 사건이었습니다.

르네상스 3대 천재들의 '선조'는 누구라고 해야 할까요? 바로 양치기 소년이었던 조토 디 본도네입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깊이 위안이 되는 감정들

나이가 들수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평온하고 이성적인 어른의 가면을 쓰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이나 끝없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날도 있죠. 마사초가 그린 아담과 이브의 모습은 신성하고 우아하게 쫓겨나는 비련의 주인공이 아니라, 세상이 무너진 듯 얼굴을 감싸고 엉엉 우는 그들의 모습이 가장 바닥에 떨어진 날의 우리 얼굴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고상한 신화적 포장지를 벗어던지고 인간의 가장 적나라하고 처절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이 그림은 완벽하지 않고 때론 찌질해 보이는 나의 우울과 슬픔을 오히려 보듬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모나리자>의 기구한 운명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인권이나 환경 운동가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틈만 나면 페인트나 수프 같은 것들을 그녀의 얼굴에 뿌려대고 있으니까요.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는 길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거나 남들이 하지 않은 시도를 할 때 당장 근사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익숙한 미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세상에 내보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저입니다. 보티첼리가 르네상스의 흐름 속에서도 무려 200년이라는 지난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리스 신화를 직접 화폭에 담아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새로운 시선이 온전히 피어나기까지 그가 겪었을 내면의 망설임과 결단이 고스란히 전해졌거든요. 누군가의 기준에 맞춘 기성품 같은 취향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예술을 통해 배워야 할 가장 아름다운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반니는 피렌체 전체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부가 늘어났음에도 소박하게 옷을 입고 먹으며 사람들이 보기에 전혀 사치를 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 예술이란 내 삶의 경험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기에, 이 책을 덮고나면 딱딱한 미술사 지식이 아닌 나 자신과 세상을 더 깊게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을 수 있을 거예요.


#취향의발견 #르네상스는왜여전히최고의예술인가 #후려치는미술사 #미술사 #예술감상 #인문학 #도서리뷰 #30대추천도서 #감성에세이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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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 영웅들의 시대 - 왕건, 견훤, 궁예, 유금필, 그리고 인생 역전을 노린 승부사들
우재훈 지음 / 주류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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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 영웅들의 시대

우재훈 / 주류성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뉴스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굳게 믿었던 상식이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것 같아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지곤 하죠. 최근 팍팍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준 책을 만났는데요. 왕건이나 궁예 같은 영웅들의 무용담이 아니라 우리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혼란기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냈던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고요.


한반도의 진짜 전국시대

흔히 후삼국 시대를 통일 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짧은 과도기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시기를 견고했던 질서가 무너지고 오직 실력만이 당위를 압도했던, 한반도 역사상 유일무이한 전국시대로 바라봅니다. 팍스 신라라는 거대한 우산이 찢어진 후,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각자 도생의 길을 찾아야만 했죠.

가장 흥미로웠던 건 영사의 중심에서 밀려난 조연들의 삶을 세밀하게 조명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거대한 시류 속에서 가문을 지키기 위해 투항해야 했던 호족들, 생존을 위에 어쩔 수 없이 무리를 지어야 했던 민초들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습니다. 그 시대의 혼란은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고통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낡은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는 무한한 기회의 장이기도 했으니까요.

궁예는 미륵불을 자처하고 있었다. 미륵이란 일종의 종교적 구원자, 곧 혼란의 시대에 세상을 구원해줄 메시아같은 존재였다.

사진으로 만나는 역사의 현장

이 책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국내 곳곳에 숨겨진 다양한 유적지의 사진들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텍스트로만 읽으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눈앞에 펼쳐진 생생한 사진들과 어우러지니 마치 그 시대로 직접 역사 산책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안성, 원주, 춘천 등 평범해보이는 지역들이 사실은 천 년 전 치열한 생존의 무대였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왕륭의 시대를 읽는 눈 하나만큼은 닥월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선택 하나로 자신의 핏줄로 무려 5백 년 동안 이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살아낸 모든 이들이 주인공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후삼국 시대의 수많은 호족과 저항하던 민중들은 배신자나 도적으로 폄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변절이 아니라 거친 풍랑에서 나름의 닻을 내리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삶도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거나, 누군가의 시선에는 부족해 보이는 선택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판이 흔들리고 기준이 무너지는 위기의 순간에 남들이 정해놓은 잣대에 나를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각자의 삶에서 훌륭한 주인공이니까요.

태조 왕건의 국내 정치는 좋든 싫든 호족과의 관계에서 시작되고 호족으로 끝이 났다.

생한 유적지 사진과 함께 역사의 지혜를 건네는 이 깊이 있는 역사 철학서를 펼쳐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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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사진 - 사진의 오래된 미래
김경훈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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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사진

김경훈 / 북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죠. 하지만 사진을 못 찍는 똥손은 나들이를 가거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카메라 뒤로 숨거나 남들이 찍어주는 사진을 받기만 하는 입장입니다. 구도를 맞추는 것도 빛을 조절하는 것도 너무 어렵기만 하죠. 게다가 요즘은 프롬프트 몇 줄만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기가 막히게 멋진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스마트폰의 자동보정 기능도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에서 25년간 사진지라고 일해 온 김경훈 기자의 신간을 읽으면서 사진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완벽한 구도보다 중요한 서사

과거의 저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사진, 즉 흔들림 없이 또렷하고 구도가 완벽한 사진만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을 의식하느라 주눅이 들어 있었죠.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제가 놓치고 있던 가장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사진을 찍는 나 자신입니다. 타인의 인정이나 칭찬을 떠나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순간을 기록하는 나의 즐거움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사진가의 시각에서 벗어나면, 즉 사진을 비즈니스 도구나 내가 하는 일의 보조 수단으로 보면 프롬프토그라피라는 편리함과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감각

저자는 AI가 만들어낸 완벽한 이미지와 인간이 찍은 사진의 결정적인 차이를 짚어냅니다. 초점이 조금 나가고 앵글이 비뚤어졌더라도, 제가 서툴게 찍은 사진 속에는 그날의 공기, 피사체를 향했던 저의 애정, 셔터를 누를까 말까 망설였던 그 모든 시간의 맥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AI가 단 1초 만에 뽑아낸 매끄러운 결과물에는 존재할 수 없는 현장에 있던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고유한 온기 말입니다.

과거 신문 혹은 TV가 가졌던 권위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지만 아직 사진에는 진실이 담겨야 한다고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사진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 지는 것은 사진의 재현력에서 비롯되는 기록성과 신뢰성 때문입니다.


셔터 속에서 발견하는 소통

노출과 초점을 맞추는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기계가 사람을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기계가 알아서 선명하게 찍어줄 테니, 이제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남길 것인가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사진의 기술보다는 마음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대단한 인생 사진은 아닐지라도, 세상을 향해 나의 방식으로 말을 걸고 교감하는 법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결정적 순간'은 화면 속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순간에 셔터를 누름으로써 순간의 정수를 포착한다는 의미입니다.

일 술의 발전에 주눅 들거나 사진 찍기를 지레 포기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완벽하지 않은 나의 시선 마저도 얼마나 가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는지 그 즐거움을 꼭 발견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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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 - 34살 민주사회주의자는 어떻게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 시장이 되었나?
시어도어 함 지음, 박상주 감수, 김재서 옮김 / 예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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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

시어도어 함 / 예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보다 보면 참 답답할 때가 많죠. 늘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뻔한 레퍼토리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번에 읽은 책은 한 편의 잘 짜인 드라마보다 더 강렬한 울림을 주었는데요. 자본주의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한복판에서 당선 가능성 8%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33세의 우간다 출신 무슬림 이민자가 어떻게 판을 뒤엎었는지 생생하게 담아낸 기록입니다. 단순히 남의 나라 선거 이야기가 아니라 견고한 주류 사회의 벽을 깨고 대중의 진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방식이 무엇인지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라 꼭 한 번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화려한 스펙보다 공감의 메시지

세상에는 정말 화려한 스펙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책의 주인공 조란 맘다니가 상대해야 했던 인물들도 그랬죠. 인지도 100%를 자랑하는 전 뉴욕주지사나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은 현직 시장을 상대로, 평범한 주의회 의원이었던 그가 꺼낸 무기는 단순했습니다. 거창한 이념 논쟁이 아니라, 당장 매달 내야 하는 월세에 짓눌린 평범한 시민들의 고통에 주파수를 맞춘 겁니다. 기득권이 부동산 투기 세력의 이익을 대변할 때, 그는 세입자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확성기처럼 키웠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말씨로 포장해도 결국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삶의 팍팍한 현실을 정확히 짚어주는 진정성 어린 메시지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규모 있는 선거에 뛰어들어 승산이 희박해 보이던 싸움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해 내려면 여섯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매력적인 후보, 시대에 맞는 시의적절한 메시지, 충분한 자금, 강력한 현장 조직력, 탁월한 미디어 관리 능력, 그리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팀 등 여섯 가지가 그것이다.

유치한 프레임 공격을 넘기는 단단함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때면 으레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쪽의 거센 견제와 공격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선거판이 치열해지자 상대 후보들은 정책에 대한 건강한 비판 대신 맘다니의 나이나 신체적인 조건을 들먹이며 유치한 프레임을 씌우려 듭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 이렇게 본질을 흐리는 억지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때가 종종 있죠. 하지만 맘다니는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며 진흙탕 싸움에 빠지는 대신, 자신만의 묵묵한 페이스를 유지하더라고요. 외부의 쏟아지는 포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공이 결국 사람들에게 더 큰 신뢰를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2016년에는 시민권이 없었기 때문에 버니 샌더스에게 한 표 던지고 싶어도 투표를 할 수 없었다. 2020년 나의 생애 첫 대통령 선거 투표에서 그를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시대의 문법을 읽는 감각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부분은 선거 캠프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긴 글과 딱딱한 연설문에 의존하던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세대의 문법을 정확히 공략했죠.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그래픽,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짧고 강렬한 영상 메시지는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요즘 사람들이 소비하는 시각적 언어로 번역해 내지 못한다면 결국 외면받고 만다는 것이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출신의 슈퍼부자들이 열심히 자신이 가진 돈을 세는 동안, 차세대 리더들은 더 평등한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일 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벽을 만났을 때, 남들 다 하는 뻔한 방식이 아니라 나만의 센스와 진심으로 어떻게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지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직장인공감 #일잘러 #기획의힘 #멘탈관리 #조란맘다니 #뉴욕시장선거 #커리어고민 #서평 #책추천 #마인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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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멘델에서 합성생물학까지, 유전자를 다시 읽다
김훈기 지음, 전방욱 감수 / 동아엠앤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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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김훈기 / 동아엠앤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면서 한계에 부딪힐 때면 우리는 흔히 타고난 기질이나 유전자를 탓하곤 합니다. 건강이든 성격이든 능력이든, 애초에 내게 주어진 유전자가 이 정도이니 어쩔 수 없다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죠. 이런 유전자 결정론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가장 쉬운 핑계가 되기로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책은 그토록 견고하게 믿어왔던 생명과학의 상식을 흔들어 놓습니다. 유전자는 결코 닫힌 결론이 아니라, 이제 막 쓰이기 시작한 첫 문장과 같았습니다.


운명을 다시 읽는 시간

학창 시절에 배웠던 멘델의 유전 법칙이나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떠올려보면, 유전자는 생명체를 찍어내는 완벽하고 변하지 않는 붕어빵 틀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과거사의 거대한 흐름을 짚어내며, 유전자라는 개념 자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멘델의 추상적인 유전 인자가 DNA라는 물질로 구체화되고, 마침애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방대한 정보로 확장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도비니다. 유전자는 고정불변의 코드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발현 여부를 결정짓는 지극히 유연하고 기능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지만, 우리와 부모 사이에는 닮음과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유전자는 전달되지만,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는데도 왜 우리는 각기 다른 모습과 특성을 가지게 되는 걸까요.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이 예측 불가능성을 설명하는 현대 과학의 정교한 발견들이었습니다. 유전자가 내 몸속에 존재한다고 해서 항상 스위치가 켜지는 것은 아니며, 조건과 환경에 따라 발현이 전혀 달라지는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이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내 몸 안의 장내 미생물들조차 나의 특성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총합이 아니라 무수한 환경적 요인과 시간, 우연이 얽혀 만들어진 놀라운 결과물인 셈입니다.

DNA의 주요 기능이 단백질 생성임이 밝혀지던 시기, 과학자들은 한편으로 원하는 DNA 염기서열을 골라 읽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해독을 넘어 합성의 시대로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첨단 생명과학은 더 이상 실험실 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내가 가진 질병의 위험을 예측하는 DTC 유전자 검사부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우너하는 유전자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 심지어 자연에 없는 생명체를 직접 설계하고 제조하려는 합성생물학까지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인류는 유전자를 수동적으로 읽어내던 시대를 지나 직접 쓰고 편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한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이 막강한 도구를 손에 쥐고 어떤 윤리적, 사회적 선택을 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제 유전자는 더 이상 물질적 존재에 머무르지 않고 추상적인 '사회화된 개념'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차피 난 타고나지 못했다는 오랜 핑계는 이제 내려놓고, 나라는 사람의 다음 페이지를 어떻게 더 단단하게 채워갈지 현실적인 힌트를 얻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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