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0 - 40개의 코스, 40일간의 여정, 유럽편 오상준의 골프 성지순례
오상준 지음 / 키에프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40

오상준

키에프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일 비슷한 풍경의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며 언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 이 책을 만났다. 골프고스 설계가이자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40일 동안 유럽의 40개 골프코스를 순례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골프장은 정형화된 유물이 아니다. 변화하는 흙과 잔디, 나무와 함께 코스는 살아 숨 쉰다.

본문 중에서

네덜란드의 바람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숲, 아일랜드의 거친 해안과 스코틀랜드의 장엄한 고원까지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골프를 잘 알지 못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울창한 숲, 파도 치는 절벽 너머로 샷을 날려야 하는 아찔함, 100년의 시간을 간직한 클럽하우스의 고풍스러움까지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QR코드로 코스 영상도 함께 볼 수 있다. 골프를 몇 번 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닦인 페어웨이와 그린의 경치에 감탄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코스의 이면에 숨겨진 설계가의 철학과 의도를 읽어내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골프든 인생이든 욕심, 집착, 쓸데없는 걱정을 버리고 희망을 잃지 않으면, 결국 잃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얻게 된다.

본문중에서

저자의 40일간의 여정 동안 골프라는 공통의 언어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득하다. 프랑스에서 길을 잃었을 때 우연히 만난 인연을 아일랜드의 골프장으로 초대해 함께 라운드를 즐기고 이름도 모르는 골퍼들과 세찬 비바람을 뚫고 나아가면서 동지애도 느낀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바람이 없는 골프는 골프가 아니다'라고 말하듯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 순응하면서 그 순간을 즐기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성지순례를 꿈꾸지만, 대부분은 현실의 벽 앞에서 미루거나 포기하고 만다. 저자는 그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나도 나만의 성지순례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40/40 #골프여행 #유럽골프코스 #오상준 #골프성지순례 #책추천 #여행에세이 #버킷리스트 #골프책 #인문학적골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서점 북두당
우쓰기 겐타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 서점 북두당

우츠키 겐타로

나무의마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이야기의 힘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이 무뎌지는 기분이 들 때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을 만났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했던 그 이름없는 검은 고양이가 환생을 거듭해 신비한 고서점 '북두당'의 책방지기가 되었다는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강한 척도 좋지만, 어차피 '마지막'이라면 아늑한 곳에서 죽는 편이 낫지 않겠어?

본문 중에서

소설의 주인공인 검은 고양이 '쿠로'는 무려 여덟 번의 생을 반복하며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상처와 불신을 안고 살아왔다. 특히 쿠로의 첫 생이 나쓰메 소세키의 옆이었다는 사실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은 독자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름 없이 주인을 관찰하던 시니컬한 고양이가 수많은 생을 거치며 어떤 상처를 품게 되었을지 상상해보았다. 쿠로는 새로운 고양이들과 서점 주인 기타호시 에리카를 만나고 작가를 꿈꾸는 마도카를 통해 과거의 주인을 떠올린다.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심과 과거의 상처로 가득했던 쿠로의 시선이 점점 변하는 과정을 보니 내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여기서 마음대로 지내도 돼.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말이야. 그러다 마음이 내키면, 당장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너에 대해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

본문중에서

쿠로는 나쓰메 소세키에게 이름을 받지 못했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주인의 본명인 긴노스케를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삼을 만큼 한 존재로서 오롯이 인정받는다는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작가의 고양이라는 쿠로의 독백은 글을 쓰는 고통과 이야기의 힘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존재로서의 정체성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일본 문학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일본 문학에 대한 오마주를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문학과 고양이의 오랜 유대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한 것 같다.

어쨌든 고통 앞에는 반드시 기쁨이 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수많은 생을 거치며 상처를 안고 살아온 쿠로가 구원을 찾아 나서는 대서사다. 냉소적으로 변해버린 쿠로가 북두당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잊고 있던 온기를 되찾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고양이와 함께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고양이서점북두당 #일본소설 #판타지소설 #나쓰메소세키 #고양이책 #책추천 #서평 #북스타그램 #신간도서 #이야기의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년 동안의 증언

김응교

책읽는고양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외치며 외국인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참정당이 15석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0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 사회 깊숙이 자리한 배타성과 혐오의 그림자가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서늘해졌다.

과연 그들은 언제쯤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할까. <백년 동안의 증언>은 이런 답답함 속에서 만난 책이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무참히 학살당한 조선인들의 비극을 일본 정부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지우려 했는지, 그리고 지난 100여 년간 지신을 기억하고 복원하려 했던 한일 양국 시민들의 치열한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기사 하단부에 "피살자 총합계 6,661인"이라고 보도했다. 이 숫자는 실종자를 포함한 숫자이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가장 포괄적인 첫 조사였기에 유의미하다.

본문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15엔 50전'이라는 시를 처음으로 읽었다. 쥬우고엔 고쥬센(15엔 50전). 이 평범한 숫자가 조선인을 색출해 죽이기 위한 단어였다는 사실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탁음 발음이 어려운 조선인들이 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군인과 자경단에게 학살을 당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를 통해 일본 정부가 퍼뜨린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를 저지른다'는 유언비어가 학살의 방아쇠였음을 명확히 지적한다. 이것은 국가가 기획하고 조장한 명백한 국가 폭력이었다. 일본이라는 파시즘, 즉 지배 체제가 저지른 폭력인 것이다.

그래서 "쥬우고엔 고쥬센"을

"츄우코엔 코츄센"이라고 발음했더라면

그는 그곳에서 곧 끌어내려졌을 것이다

본문중에서

일본인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자국은 물론 타국에서도 끔찍하고 잔인한 학살을 저질렀다. 이 책에서는 그 모순의 근원을 일본 사회 구조에서 찾는다. 자신의 '나와바리'에서는 철저히 배려하지만 그 밖에 있는 타자는 '적'으로 간주하는 섬나라 특유의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절망적인 역사만을 이야기했다면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일본인들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룬다.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하고 간토대지진 학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후세 다쓰지 변호사를 존경하게 됐다.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전쟁은 적과 아군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싶은 상처를 준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단순한 반일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고,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으려는 일본의 시민 단체와 양심 세력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 세력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있을 수도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진부하지만 절대적인 명제를 다시 생각했다. 간토대지진 당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는 현재의 문제다. 일본 정부의 변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일지라도, 바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을 격려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을 멈추면 안 된다. 읽는 내내 눈물이 흘렀지만 두 나라의 민주 시민이 손잡고 '기억의 연대'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미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년동안의증언 #간토대지진 #김응교 #책읽는고양이 #조선인학살 #역사 #기억 #진실 #혐오사회 #한일관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악관 말하기 수업 -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테리 수플랫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악관 말하기 수업

테리 수플랫

현대지성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직장 생활 연차가 쌓일수록 말하기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진다. 더 논리적으로 더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에 여러 책을 뒤져여봤지만 뜬구름 잡는 기술뿐이었다. <백악관 말하기 수업>의 제목을 보고 세계 최고 리더의 연설문 비서관이 알려주는 비법이라면 대단한 기술이 담겨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단순한 화술에 대한 책이 아님을 꺠달았다.

이 책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 즉 인문학적 통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발언으로 인해 여러 문제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돌아보면서 무엇이 옳을지 결정하라.

본문 중에서

힘 있는 목소리, 막힘없는 논리, 현란한 데이터를 말하면 설득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 안에 있다고 말한다. 오바마가 무명의 정치인에서 단숨에 전국적인 스타로 떠오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의 핵심은 화려한 정책 분석이 아니었다.

케냐에서 온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뿌리, '버락'이라는 이름에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이 해도 위화감이 없는 이야기는 결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한다. 나의 경험, 나의 실수, 나의 신념이 담긴 이야기야말로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발표의 성공은 무대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전에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달렸다.

본문중에서

나는 이제껏 설득이란 완벽한 논리로 상대의 이성을 굴복시키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하기의 본질이 이성을 넘어서 감정적인 연결에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연결되는 순간은 상대의 말에서 진심을 느끼고, 감정에 공감하고, 그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떄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전체 준비 시간의 50%를 생각과 조사에, 25%를 집필에, 25%를 편집과 연습에 사용하라는 '50-25-25' 법칙을 제시한다. 청중을 깊이 이해하고 가치를 나누는 과정에 더 큰 시간을 쏟으라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과 즉각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을 때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찬양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원칙들은 국가 정상의 연설뿐만 아니라 고객 프레젠테이션, 팀 회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려운 전문 용어 대신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소통하는 법은 모두 대상을 '사람'으로 중심에 두었을 때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희망을 강조한다. 말의 마지막은 언제나 청중에게 희망을 주며 마쳐야 한다.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은 결국 희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넘어 나의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이 가르쳐준 가장 위대한 말하기의 본질이었다.

#대화법 #화술 #오바마 #말잘하는법 #백악관말하기수업 #버락오바마 #말하기잘하는법 #스피치 #직장인필독서 #책추천 #서평 #자기계발 #인문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뚝들

김홍

한겨레출판


은행 대출심사역인 주인공은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상사의 눈치를 보고, 실적에 압박을 느끼며,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삶이 영문 모를 사건에 휘말리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은 안타까웠다.

트렁크에 갇혔다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불분명했다. 아직 그것이 불행인 줄을 확신하지도 못했다.

본문 중에서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지옥철에 몸을 싣고,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서 눈만 깜빡이다 퇴근하는 삶에 갑자기 죽은 사람들이 '말뚝'이 되어 도시 한복판에 나타난다.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부품처럼 살아가는 개인의 삶이 얼마나 취약한지, 사소한 균열 하나가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빚은 단순히 갚아야 할 채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기억의 끈이자 관계의 지표다.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관계를 손익으로 계산하게 만들지만, 이 소설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진짜 중요한 가치를 알려준다. 서로에게 기꺼이 내어준 마음과 그것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다.

납치당한 사람한테 왜 탈출 못 했느냐고 비난하는 형사 있다고 가서 말하면 되죠? 스레드에 올리고 보배드림에도 올릴겁니다. 녹음해도 돼요? 지금부터 녹음하면서 조사받을게요.

본문중에서

도시 곳곳에 출몰한 말뚝들 앞에 서면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린다. 처음에는 그저 미스터리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말뚝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눈물의 의미를 짐작하게 되었다. 말뚝들은 이름 없이 제대로 애도받지 못한 채 사라져간 사회적 죽음의 현현이었다.

사람들이 편리한 일상을 누리는 동안 어디에선가 존재했지만 애써 외면하고 쉽게 잊어버렸던 죽음들이다. 그들의 억울하고 서글픈 사연이 말뚝이라는 형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말을 걸어온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슬픔을 제대로 겪지 못한 채 덮어두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선배는 쓰레기같이 굴지 말라는 말을 몇 번이나 당부하듯이 덧붙였다. 잘 생각해보면 기회라는 말도 했다.

본문 중에서

말뚝이라는 재난 앞에서 정부와 시스템이 보여주는 행태는 너무 현실과 똑같아서 기가 찼다. 강제적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현상을 은폐하려는 모습은 지난 몇 년간 뉴스를 통해 질리도록 봐왔던 장면과 똑같았다. 거대한 부조리 앞에서 주인공 장을 포함한 개인들은 한없이 무력하다.

이 거대한 혼란을 잠재우는 것은 거창한 시스템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름조차 없던 말뚝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그의 사연을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다른 존재를 향한 연민과 연대의 마음을 잃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내 주변의 수많은 '말뚝들'을 생각해봤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슬픔과 내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을 생각했다. 거창한 행동은 아니겠만 그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말뚝들 #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1기 #한겨레문학상 #장편소설 #소설추천 #사회비판소설 #미스터리소설 #책리뷰 #서평 #북스타그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