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이라는 재난 앞에서 정부와 시스템이 보여주는 행태는 너무 현실과 똑같아서 기가 찼다. 강제적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현상을 은폐하려는 모습은 지난 몇 년간 뉴스를 통해 질리도록 봐왔던 장면과 똑같았다. 거대한 부조리 앞에서 주인공 장을 포함한 개인들은 한없이 무력하다.
이 거대한 혼란을 잠재우는 것은 거창한 시스템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름조차 없던 말뚝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그의 사연을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다른 존재를 향한 연민과 연대의 마음을 잃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내 주변의 수많은 '말뚝들'을 생각해봤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슬픔과 내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을 생각했다. 거창한 행동은 아니겠만 그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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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