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인 검은 고양이 '쿠로'는 무려 여덟 번의 생을 반복하며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상처와 불신을 안고 살아왔다. 특히 쿠로의 첫 생이 나쓰메 소세키의 옆이었다는 사실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은 독자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름 없이 주인을 관찰하던 시니컬한 고양이가 수많은 생을 거치며 어떤 상처를 품게 되었을지 상상해보았다. 쿠로는 새로운 고양이들과 서점 주인 기타호시 에리카를 만나고 작가를 꿈꾸는 마도카를 통해 과거의 주인을 떠올린다.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심과 과거의 상처로 가득했던 쿠로의 시선이 점점 변하는 과정을 보니 내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