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요정 - 전자기학의 탄생과 격변의 연대기
이태연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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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요정

이태연

동아시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퇴근 후 현관에 들어서면서 전기 스위치를 올린다.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컴퓨터를 켜고, 넷플릭스를 보는 모든 일상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인 전기에 기대고 있다. <전기의 요정>은 익숙함에 가려져 있던 위대한 서사를 눈앞에 펼쳐보여주는 책이다.

실제로 보고 싶은 그림인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의 거대한 <전기의 요정>그림에서 책이 시작된다. 현대 문명을 가능하게 했던 108명의 과학자를 담은 그림이다. 이 책은 복잡한 수식이나 어려운 이론 대신에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스토리를 진행한다.

페레그리누스는 자석의 실험 관찰을 통해 인력 및 척력에 대해서도 그 기본 원리를 정립하였다.

본문 중에서

과학의 역사를 말할 때 패러데이, 맥스웰, 테슬라, 에디슨 등 교과서에서 굵은 글씨로 배웠던 과학자들은 인류의 지평을 넓힌 거인들이다. 이 책은 거인을 있게한 수많은 요정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자석의 쌍극성을 처음 실험으로 증명했지만 낯선 이름으로 남은 페레그리누스나 열의 전달을 연구하며 전자기학의 토대를 마련한 프랑스의 과학자들 처럼 이론 뒤에 가려져 있던 조력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며 100달러 화폐에 등장하기도 하는 프랭클린은 전기의 역사에서도 지울 수 없는 업적을 남겼다.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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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요정>은 작고 미미한 호기심의 불씨가 어떻게 인류 전체를 밝히는 거대한 빛이 되었는지를 잘 엮어냈다. 자석, 번개, 전기, 자기장 등 수천년에 걸친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것 같다. 학창 시절 단편적으로 외웠던 공식과 법칙들이 어떤 시대적 고민 속에서 태어났고 어떤 과학자의 어깨 위에 서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새로운 지적희열을 느꼈다.

과학은 직선의 형태로 쭉 발전됐을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이 그려내는 과학사는 오히려 수많은 논쟁과 시행착오, 정치적 암투와 인간적인 질투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곡선의 역사 같다. 특히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을 두고 벌인 기나긴 논쟁은 과학이 쉽게 이뤄지지 않음을 실감나게 증명해준다.

정답을 향해 달려가는 깔끔한 여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박하며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비선형적 과정이야말로 이것이 진짜 과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패와 오류조차도 다음 세대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되었다.

맥스웰 방정식은 정적인 조건에 머물러 있던 전기와 자기의 물리적 현상을 마침내 동적인 현상으로 이끌어 낸 위대한 이론 체계이다.

본문 중에서



현재 인류는 반도체, 인공지능, 전기차, 로봇, 양자컴퓨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에서 과거의 발견은 때로 낡고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손에 쥔 스마트폰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차가운 금속이 아니라 수 많은 '요정'들의 꿈과 좌절, 빛나는 질문들이 합쳐진 타임캡슐 같다. 뻔하게 반복되던 나의 하루가 조금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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