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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요정>은 작고 미미한 호기심의 불씨가 어떻게 인류 전체를 밝히는 거대한 빛이 되었는지를 잘 엮어냈다. 자석, 번개, 전기, 자기장 등 수천년에 걸친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것 같다. 학창 시절 단편적으로 외웠던 공식과 법칙들이 어떤 시대적 고민 속에서 태어났고 어떤 과학자의 어깨 위에 서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새로운 지적희열을 느꼈다.
과학은 직선의 형태로 쭉 발전됐을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이 그려내는 과학사는 오히려 수많은 논쟁과 시행착오, 정치적 암투와 인간적인 질투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곡선의 역사 같다. 특히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을 두고 벌인 기나긴 논쟁은 과학이 쉽게 이뤄지지 않음을 실감나게 증명해준다.
정답을 향해 달려가는 깔끔한 여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박하며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비선형적 과정이야말로 이것이 진짜 과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패와 오류조차도 다음 세대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