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회에서의 법
로베르토 웅거 / 삼영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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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후세대들은 딜레마에 봉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위대한 인물들이 남겨놓은 유산의 보호자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자율성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이다. 그러나 이들은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마지 못해 자신들의 야망을 제한하고 기술적인 능숙함으로써 작은 영역을 탐구하게 된다. (9면)

 

2. 사회이론은 사회에 대한 탐구이며, 그 특징들은 몽테스키외와 그의 동시대인들 그리고 계승자들의 저서들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마르크스, 뒤르깽, 베버의 저서들 속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우선 사회이론은 고대인들이나 스코라학자들의 정치사상과 대립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확립하였다. 특히 그것을 이전의 전통과 구별시켜 주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 하나는 그 자체의 목적이나 방법에 대한 관념과 관련되며, 다른 하나는 인간의 본성과 역사의 관계에 대한 견해와 관련된다. (11면)

 

3. 고대인들의 정치철학은 기술적인(descriptive) 동시에 규범적(prescriptive)이었다. 이것은 정치철학이 어떻게 사회가 조직되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었다거나 개인과 사회에 대한 정치철학의 관점을 실제로 활용하려고 하였다는 사실 이상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두 가지 사실은 근대사회이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통이론이 사용하였던 방법이 사실과 가치, 기술과 평가를,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구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12면)

 

4. 근대인들이 보기에 고대인들은 존재로서의 인간보다는 당위로서의 인간에 대한 견해를 근거로 환상적이고도 불필요한 학습체계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고대인들은 인간본성의 악마적 심연을 설명하는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천박하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근대인들은 성급하게 악(evil)의 전문가가 되었다. (14면)

 

5. 논리적 관계와 인과적 관계가 다른 점은 후자가 연속성에 지속성을 첨가하는 반면, 전자는 연속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연속성과 지속성의 결합은 시간이다. 인과적 설명은 항상 시간 내에 있는 사건들의 관계를 설명한다. 논리적 분석이 다루는 것은 시간 바깥의 개념들의 관계를 다룬다. (19면)

 

6. 설명의 문제를 다루는데 합리주의와 가장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고의 전통은 역사주의란 명칭하에서 진행된다. 합리주의가 계몽주의의 산물인 반면, 역사주의는 낭만주의 운동과 제휴된 역사지리지에 의해 대변된다. 역사주의는 논리적 추상성보다는 인과관계를 지배적인 사유체계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프로그램은 무엇이 실제로 발생했으며 왜 그러한가를 발견하는 것이며, 설명 뿐만 아니라 기술을 위한 과정이다. (21, 22면)

 

7. 변증법, 이상형 또는 구조에 의해 결합되는 요소들은 총체성을 구성한다. 구성요소들은 a가 b에 앞서고 b가 c에 앞선다는 직선적 배열로 정립되지 않는다. 이러한 설명방식은 동시적이고 순환적인 상호연계성을 강조한다. (27면)

 

8. 하나는 인과적-결정론적 세계이며, 다른 하나는 구조적-비결정론적 세계이다. (29면)

 

9. 고전사회이론에서 사회질서의 문제에 대한 논의의 출발은 두 사상적 전통의 대립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두 전통 중 하나는 도구주의 혹은 사적 이해의 원리라고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정당성 혹은 합의의 원리라고 하는 것이다. (35면)

 

10. 이 원리에 따르면 인간들은 자기이해(self-interest)에 의해 지배받으며 개인적으로 선택한 목표들을 성취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들에 대한 판단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 선택의 궁극적인 근거가 한 개인의 의지인 한, 자기이해의 관념은 타인들의 복지에 대한 이타적 관심을 포용할 정도로 확대되기도 한다. (36면)

 

11. 공유된 신념은 사람들을 서로 이해하게 하며 그들이 서로에게 무엇을 기대해야만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인간행위의 기본적인 체계는 개인적으로 규정된 목적을 효과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의 선택이기보다는 공유된 이해와 가치들의 내재화이다. (42면)

 

12. 그러나 왜 우리들은 사회질서의 속성으로 조화가 갈등보다 더 본질적이라고 전제해야 하는가? 그리고 만일 합의가 갈등에 의해서 파괴되고 변형되는 조건들을 판단할 수 없다면, 공유된 신념과 이념의 관념에 호소해서 무엇을 얻겠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설명할 수 없다면, 정당성의 원리는 단지 하나의 미스테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데 불과하다. (44면)

 

13. 합의이론에서 규범이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살펴보면, 그 이론의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개인들을 결속시켜주는 합의가 단단하고 그들의 행위를 결정하는 힘이 클수록, 규범의 역할은 훨씬 적어진다. 규범이 할 수 있는 일은 집단이 공유한 가치들의 구체성이나 일관성이 떨어질 때 적합한 행위기준들을 명확히 하는 것이며, 이러한 가치들의 범위와 강도가 불충분할 때 그 집행을 보장하는 것이다. (44면)

 

14. 그 관계에 대한 고전사회이론가들의 태도는 17세기 중반 이래로 이미 정치철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에 대립해 온 사고의 맥락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사회계약원리였다. 홉스로부터 루소 그리고 칸트에 이르는 사회계약이론가들은 가치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시념을 포기하였다. 자연적 질서와 도덕적 질서가 연장선상에 있다는 전통적인 견해는 포기되었으며, 도덕의 세계를 자연의 세계로 환원하거나 두 영역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사고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계약이론가들은 계속해서 초역사적인 인간본성의 전제에 의존하였다. (51면)

 

15. 방법, 사회질서, 근대성의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궁극적으로 인간본성에 대한 관점을 필요로 한다. (54면)

 

16. 인간본성관이 사회이론의 프로그램을 고양시키는데 필수적이라는 생각은 혼란스러운 것이다. 결국 사회이론은 역사 위에 존재하는 단일한 인간본성이라는 관념을 거부하는 바로 그 행위에 의해서 자체의 정체성을 확립하였다. (55면)

 

17. 유사성의 두 가지 주요 형태는 기능적 분화와 친화이다. 사회생활의 상이한 영역들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현상들이 마치 퍼즐의 조각들처럼 보다 포괄적으로 현실을 이해하는 견해와 결합할 때, 기능적인 분화가 있다. 맥락 속에서 그리고 아주 상세하게 관찰되는 사회적 사실들이 신념과 행위에 유사한 의미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될 때, 친화가 존재한다. 흔히 친화와 분화는 동시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법체계의 원리들은 일련의 기능적으로 분화된 개념들로서 출발한다. 그러나 개념체계의 각 구성인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다른 구성원들의 정책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발전한다. (29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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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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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가촉천민은 카르마(업, 운명)의 논리에 세뇌되어 살아왔다. 미천한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전생의 악업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다. (8면)

 

2. 오늘날 인도 인구는 세계 인구의 16퍼센트를 차지한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여섯 사람 중 한 명이 인도인인 셈이다. 그 인구의 16퍼센트, 곧 인도인 여섯 사람 중 한 명인 1억 6500만명이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렸던 달리트(억압받는 사람들)들이다. (9면)

 

3. 힌두교에서는 신이 카스트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기원전 1000년경에 만들어진 힌두경전 '리그베다'는 인간의 계급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언급하였다. 그에 따르면, 태초에 우주의 본질을 상징하는 거대한 신 푸루샤가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를 창조했는데, 푸루샤의 입은 사제인 브라만이 되었고 팔은 군인계층 크샤트리아가 되었다. 허벅지에서는 상인 계급 바이샤가, 두 발에서는 노예인 수드라 계층이 탄생하였다. 이 네 계급은 색깔이라는 의미를 가지 바르나 제도, 곧 사성제라고 불린다. 그리고 사성제에 들지 못하여 '아웃카스트'로 불리는 불가촉천민이 있었다. 그들은 수드라보다 더 낮은 최하층민이었다. (9, 10면)

 

4. 베다를 들으면 귀에 납물을 부을 것이요,

베다를 암송하면 그 혀를 자를 것이며,

베다를 기억하면 몸뚱이를 둘로 가를 것이다. (10면)

 

5. 인도에는 스승에게 감사의 선물을 바치는 전통이 있었다. 에칼라비야는 그 전통에 따라 스승인 드로나차리야에게 자신을 노예로 바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승은 소년의 몸이 아닌 오른손의 엄지를 원했다. 그러나 스승은 소년의 몸이 아닌 오른손의 엄지를 원했다. 활솜씨는 오른손의 엄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예칼라비야는 신과 같은 스승의 뜻을 따르려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엄지손가락을 스승의 발밑에 바쳤다. (11면)

 

6. 이 일화가 알려주는 진의는 고귀한 태생이라고 사회와 제도가 인정한 상층 카스트들의 무서운 권력 독점욕이다. 높은 신분의 그들은 불가촉천민이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사회제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불가촉천민들은 그런 차별에 저항할 수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희생할 수 밖에 없던 에칼라비야의 희생과 순종은 미화되었다. 말없이 체제에 동조한 그의 행동은 신화가 되어 사회제도로 거세된 아웃카스트의 복종을 이끌어 내는 수단이 되었다. (12면)

 

7. 1950년 1월 26일, 공화국을 선포하는 인도 헌법은 불가촉천민의 폐지를 선언하였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신분과 종교를 근거로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문화하였다. ... 그렇다고 카스트의 차별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13면)

 

8. 지금도 인도인들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상대의 이름만으로 그 사람의 카스트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인도인은 국내에 있건 국외에 있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카스트를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카스트 제도는 정교하게 바뀌었으나 그 독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13면)

 

9. 불가촉천민은 카르마(업, 운명)의 논리에 세뇌되어 살아왔다. 미천한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전생의 악업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다. 천하게 태어나 한평생 변소청소부로 살아가는 그들은 '전생에 내가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걸 거야'라고 생각하고 내세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현재에 주어진 미천한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그들의 이승에서의 다르마(의무)였다. 다르마란 한 개인이 가족, 친족, 카스트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의무와 책임이다. 즉, 청소부의 다르마는 더 나은 내세를 기대하며 변소청소를 잘 하는 것이다. (14면)

 

10. 카스트 제도에 대한 반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기원전 5세기경의 석가모니였다. 카스트 제도에 의문을 품은 그는 카스트 제도를 부정하였다. (15면)

 

11. 삶의 존엄성을 성취할 길은 오로지 교육뿐이었다. (27면)

 

12. 다무는 평생토록 주어지는 환경에 지배되길 거부했으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노력했다. 자식들을 끝까지 교육시켰고 성취감을 불어넣었다. (28면)

 

13. "마하르를 개돼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게 뭔 놈의 전통이야? 그런 비인간적인 전통은 개나 물어 가라고 해. 나는 그런 전통 따위는 지키지 않겠어. 나는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야. ..." (40면)

 

14. "의무를 저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어디 보자. 이제껏 육십 평생을 살았지만 마하르 사람 중에 자기가 맡은 예스카를 의무를 거부하거나 대충 하다가 만 사람의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어.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41면)

 

15. "우리 민중의 존엄성을 되찾겠다고 바바사헤브운동에 동참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비인간적인 전통을 따를 수 있겠어?" (46, 47면)

 

16. 우리는 자존심을 가져야 해. 존엄성을 지녀야 한다고. (48면)

 

17. 이건 몇 달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그의 정체성, 우리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였다. (49면)

 

18. "여러분의 권리를 빵 부스러기 한 줌에 판다는 건 더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우리가 자조의 정신을 배우고 자존심을 되찾고 자각해야만 우리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53면)

 

19. 바바사헤브는 '마누법전'을 비난했다. 1500년 전에 쓰여졌다는 이 경전은 대대로 힌두교도들의 율법과 일상생활을 지배해 왔다. 이른바 상층 카스트 힌두교도들이 떠받드는 이 책에 달리트들은 치를 떨었는데, 베다를 듣거나 읽는 불가촉천민의 귀에 납물을 부어야 한다고 적어 놓은 바로 그 책이기 때문이다. 바바사헤브는 '마누법전'이 상층 카스트 힌두교도에게는 권리장전일지 몰라도 불가촉천민에게는 노예장부라고 생각했다. ... 그날 저녁 장작더미 위에 '마누법전'을 얹고 화형식을 거행할 때 불가촉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56면)

 

20.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도의 계급사회 안에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미운 오리새끼라고 생각하고 생을 낭비하는 수백만의 백조가 있다. (72, 73면)

 

21. "운명은 우리가 만드는 거야 . 우리 손에 달린 거라고." (82면)

 

22. "내 운명은 바바사헤브의 가르침을 따르고, 우리 공동체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싸우는 거야." (8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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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자아 사회 - 사회적 행동주의자가 분석하는 개인과 사회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65
조지 허버트 미드, 나은영 / 한길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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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제안하고 싶은 이론을 경험을 사회의 관점에서, 적어도 사회적 질서에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회심리학은 경험에 접근하는 것을 개인의 관점에서 미리 가정하지만, 개인 자신이 사회적 구조, 사회적 질서 안에 속해 있기 때문에 특히 어떤 것들이 이 경험에 속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75면)

 

2. 사회심리학과 개인심리학 사이에 아주 명확한 선을 그을 수는 없다. 사회심리학은 특히 개인 구성원의 경험과 행위를 결정하는 데 사회적 집단이 어떤 효과를 지니는지에 관심을 둔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자아에 부여된 영혼의 개념을 버린다면, 자아 발달과 경험의 장 안에서의 자의식을 사회심리학의 특별한 연구관심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75면)

 

3. 정신과 자아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산물인 반면, 인간 경험의 사회적 측면의 산물과 현상, 즉 경험의 바탕이 되는 생리적 기제는 유전 및 존재와 결코 무관할 수 없고 사실 필수적이다. (75면)

 

4. 심리학 자체는 의식의 영역만을 연구하는 학문이 될 수 없다. 더 포괄적인 영역의 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심리학은 다른 과학이 다루지 않는 현상, 즉 개인 자신만이 경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개인의 경험 안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내성을 이용하는 과학이다. (78면)

 

5. 개인의 경험 안에서 단지 그 개인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특히 심리학적인 것이다. (79면)

 

6. 우리가 관찰하는 외적 행위는 내부에서 시작된 과정의 일부이다. 그 도구의 가치는 그 대상과 그에 대한 태도를 지닌 사람간의 관계를 통한 가치다. 만약 사람이 내부의 신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외부의 도구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그것은 망원경이 될 수 없다. (79면)

 

7. 우리는 내적 의미가 표현되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신호와 제스처의 의미를 통해 더 넓은 범위에서 일어나는 집단 속의 협동 맥락에서 언어를 분석하고자 한다. 의미는 이러한 과정 안에서 일어난다. 우리의 행동주의는 사회적 행동주의다. (80면)

 

8. 사회심리학은 사회적 과정 안에 놓여 있는 그대로의 개인의 행위나 행동을 연구한다. (80면)

 

9. 사회심리학에서 전체(사회)는 부분(개인)에 선행하며, 부분은 전체보다 선행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분은 전체의 측면에서 설명되며, 전체가 부분이나 부분들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회적 행위는 자극과 반응의 합으로 형성된다고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계속 진행되는 역동적인 전체로서 간주되어야 하며, 어떤 부분도 그 자체로서 간주되거나 이해되어서는 안 되는,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각 개인의 자극과 반응이 함께 작용하는 복잡한 유기적 과정이다. (80, 81면)

 

10. 사회심리학에서 우리는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오는 사회적 과정에도 주목한다. 사회심리학은 관찰가능한 활동에서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행동주의적이며, 역동적이고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과정 그리고 구성요소가 되는 사회적 행위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한다. (81면)

 

11. 의식이 사회적 행위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사회적 행위가 의식의 전제조건이다. 그 행위 안에 분리된 요소로서 의식의 개념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사회적 행위의 매커니즘을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행위는 의식의 형태 없이 또는 그와 별개로, 더 기초적 단계 또는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93면)

 

12. 흄을 따르는 심리학파들은 모두 하나같이 연합주의적이었다. ... 그 요소들 중에는 즐거움과 고통의 요소들이 있다. ...연합주의는 지배적인 심리학 관점이었다. 그것은 역동적인 경험보다는 정적인 경험을 다루었다. (94면)

 

13. 이러한 분석에서 필연적으로 나오게 되는 결과는 심리학을 정적인 형태에서 역동적인 형태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내성에서 발견된 것을 유기체 안에서 발견한 것과 관련시키는 문제가 아니다. 생리적 요소들이 유기체의 생명에 관계되는 것과 같은 역동적인 방식으로 내성에서 발견한 것을 함께 관련시키는 문제가 된다. 심리학은 순차적으로 연합주의적, 운동적, 기능적 그리고 마침내 행동주의적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96, 97면)

 

14.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유기체의 관점에서 심리학 이론에 접근하려면 행동을 강조하는 것, 정적인 측면보다는 역동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점이다. (100면)

 

15. 내가 주장하는 것은 중추신경계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패턴은 명상의 패턴도 아니고, 감상의 패턴도 아닌 바로 행동의 패턴이라는 것이다. (102면)

 

16. 위치가 달라짐에 따라 어떤 지점에 동전이 놓여 있는 것과 같은 대상에 관해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 한 사람에게 이렇게 보이는 동전이 다른 사람에게는 저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전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실체로 거기에 존재한다. (106, 107면)

 

17. 행동주의 심리학이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경험이 발생하는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그런 경험은 우리가 따를 수 있는 행위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심리학 연구를 독특하게 구분짓는 요소이기도 하다. (112면)

 

18. 심리학은 의식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은 개인의 경험을 그 경험이 진행되는 조건들과 관련시키는 것을 다룬다. 그 조건들이 사회적인 것일 때 사회심리학이 된다. 경험에 접근할 때 행동을 통해 접근하면 행동주의적인 것이다. (116면)

 

19.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과학 분야는 다윈의 연구와 분트의 정교한 사상을 통해 열렸다. (119면)

 

20. '제스처'는 이와 같은 사회적 행위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것은 다른 개체의 반응에 자극을 준다. (121면)

 

21. 다윈이 제스처에 관심을 둔 이유는 이런 제스처가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는 감정 표현이 마치 제스처의 유일한 주된 기능인 것처럼 다루었다. ... 하지만 이것은 제스처의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못한 것이다. 이 사실을 분트는 쉽게 보여주었다. 제스처는 본질적으로 감정 표현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 표현 기능만으로는 제스처가 다른 개체의 사회적 행위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데, 제스처는 여러 형태가 포함되는 복잡한 행위의 일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제스처는 일종의 도구로서 다른 개체들이 이에 반응하는 역할을 했다. 개체들이 어떤 반응을 시작하면 그들은 다른 개체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반응하여 스스로 변화시켰다. 제스처는 사회적 행위 조직의 일부이며, 그 조직 안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121면)

 

22. 그러한 일련의 상호작용 과정이 제스처를 통해 연속적으로 일어나서, 마침내 최종적인 사회적 행위가 실행될 수 있다. (122면)

 

23. 이것을 나타내는 또 다른 예는 부모와 유아의 관계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이가 울어서 자극을 주면 이에 대해 부모 쪽에서 목소리로 대답하고, 뒤이어 아이의 울음 소리가 변화한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를 돌보는 장면에 포함되어 있는 공통적인 사회적 행위를 두 개체가 세트가 되어 실행하는 적응 과정으로 파악할 수 있다. (122면)

 

24. 우리가 사회적 과정에서 다른 개인들과 함께 진행하는 제스처의 외적인 대화를 경험함으로써 내면화되는 것이 생각의 핵심이다. 제스처는 이렇게 내면화되어서 의미 있는 상징이 되는데, 그 이유는 주어진 사회 또는 사회적 집단의 모든 개개 구성원들에게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의미 있는 상징이 된 제스처는 그 제스처를 하는 사람과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에게 똑같은 태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은 그것을 내면화할 수도 없고 그것을 의식하여 의미를 파악할 수도 없을 것이다. (125면)

 

25. 이 제스처가 다른 개인에게 닮은 제스처를 불러일으키고 유사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면, 그것은 의미 있는 제스처가 된다. 이것은 두 개인 모두의 정신 속에 있는 생각을 상징한다. (126면)

 

26. 정신은 사회적 과정이나 경험의 맥락 안에서 제스처의 대화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지 커뮤니케이션이 정신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분트는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이 우리가 '정신'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을 이루는 기초가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이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정신을 행동주의적으로 설명하는 데 가치와 이점이 있다는 것을 정확히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분트의 커뮤니케이션 분석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정신의 존재를 미리 가정하며, 이 존재는 그의 심리학적 기반 위에서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반면에 커뮤니케이션의 행동주의적 분석에는 그런 전제가 없고, 그 대신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 경험의 측면에서 정신의 존재를 설명하거나 해석한다. (128면)

 

27.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것이 같은 것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135면)

 

28.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다른 소리를 만드는 자극이 된다. (143면)

 

29. 그 기제는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서 불러일으키는 반응을 자신 안에서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그 결과로서 다른 반응보다 바로 그 반응에 더 큰 비중이 주어지고, 점차적으로 그런 반응들의 집합이 형성되어 지배적인 전체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144, 145면)

 

30. 우리가 성공적인 음성 대화를 수행할 수 있다면 우리의 제스처에 지속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것의 의미는 그에 대해 반응하는 경향성이다. (145면)

 

31. ... 다른 사람의 역할을 떠맡고, 다른 사람이 행동하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미에서의 떠올림까지 포함한다. 개인은 다른 사람이 실행하는 것과 똑같은 과정에 참여하여, 그 참여과정에 비추어 자기 행동을 통제한다. (153면)

 

32. 우리는 특히 인간 수준의 지능, 즉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서 여러 다른 인간들의 행위에 서로 적응해가는 과정에 관심이 있다. 이 적응의 과정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생한다. 즉 인간 진화의 낮은 단계에서는 제스처를 통해, 높은 단계에서는 의미 있는 상징(의미를 처리하기 때문에 단순한 대체자극 이상이 되는 제스처)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적응 과정이 일어난다. 이러한 적응 과정의 핵심적인 요소가 '의미'이다. 한 사람의 인간 유기체와 이 유기체가 뒤이어 다른 인간 유기체에게 보이는 행동의 관계 안에서 의미가 발생하며 그 안에 의미가 놓인다. 만약 그 제스처가 다른 유기체에게 해당 유기체의 나중 행동(즉 뒤따르는 행동)을 나타낸다면, 그것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156면)

 

33. 의미는 따라서 객관적으로 사회적 행위의 어떤 단계들끼리의 관계로 발달하는 것이다. (156면)

 

34. 사회적 과정은 한 개인의 반응을 다른 개인의 제스처에 관련시키는데, 이것은 후자의 의미가 된다. (158면)

 

35.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생활의 환경을 구성하는 대상들은 설익은 생각이나 인쇄된 단어가 아니라 주로 사회적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주된 역할을 한다. (160면)

 

36. 사실 인간의 사회적 경험 과정에 포함되는 의미 있는 상징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의식적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상징과 동일시될 때에야 비로소 의미가 의식적이 되는 것이다. (161면)

 

37. 의미의 의미 문제에 관해 많이 민감하게 다루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에서 정신적 상태에 의지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보아왔듯이, 의미의 본질은 사회적 행위의 구조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 의미는 3종의 기본적인 개개 요소들 사이의 관계 안에 내재되어 있는데, 즉 한 개체의 제스처, 그 제스처에 대한 두 번째 개체의 반응, 그리고 첫 번째 개체의 제스처에 의해 시작된 해당 사회적 행위의 완성이 3종의 기본 요소이다. (162면)

 

38. '의미'라고 부르는 것에 속하는 두 가지 속성이 있는데, 하나는 참여이고 다른 하나는 의사소통 가능성이다. 의미는 한 개체가 스스로 내부 안에서 발생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를 다른 개체 안에서 불러일으키는 단계에 있어야만 발생한다. 항상 이 정도에 이르기까지 참여가 있다. 그리고 이 참여의 결과가 의사소통 가능성인데, 이는 개체가 스스로에게 자기가 타자에게 의미했던 것을 그대로 의미함을 뜻한다. (162면)

 

39. 자아는 발달 과정을 지니는 것이다. 자아는 태어나자마자 처음부터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험과 활동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즉 자아는 사회적 과정 전체에서, 그리고 사회적 과정 속에서 다른 개인들과 이루어가는 관계의 결과로, 특정 개인 안에서 발달해 가는 것이다. (223면)

 

40. 인간의 행동은 스스로에게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회적 집단 안에 존재한다. 그래서 하등동물보다 진화적 발달에서 더 앞선 상태를 인간이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개인으로서 하등동물과 구분될 수 있는 것은, 동물은 가지고 있지 않고 인간은 신비롭게 초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영혼이나 정신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와 같은 사회적 사실 때문이다. (225면)

 

41.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은 그것이 유기체나 개인이 스스로에게 대상이 될 수 있는 행동의 형태를 제공한다는 사실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 의미 있는 상징이라는 의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즉 다른 사람을 향해서뿐만 아니라 개인 스스로에게도 향하는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이런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이 행동의 일부가 되는 한, 그것은 적어도 자아를 도입하는 행동의 일부가 된다. (227면)

 

42. 스스로에게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아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구조이며, 사회적 경험 안에서 일어난다. 자아가 일어난 후에는 어떤 의미에서 그 자체로서 사회적 경험을 제공하며, 따라서 우리는 절대적으로 혼자 있는 자아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자아가 사회적 경험 바깥에서 일어나는 것을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228면)

 

43. 제스처의 대화에서는 다른 사람에게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그 후에 스스로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그리하여 우리가 하려고 시작했던 것이 다른 사람의 반응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229면)

 

44. 우리가 말하는 의미 있는 발언은 행위가 개인 스스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 그리고 개인 스스로에게 주는 효과가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지적으로 실행하는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229면)

 

45. 사람이 스스로에게 반응해야 하는 것은 자아에 필수적이며, 그 자아가 등장하는 행동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사회적 행위다. 나는 개인이 스스로에게 대상이 되는 것은 언어 이외의 어떤 다른 형태의 행동에서도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한, 개인은 스스로에게 대상이 되지 않으면 반사적 의미에서 자아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결정적인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이 스스로에게 반응하는 행동 유형이기 때문이다. (230면)

 

46. 두 개의 분리된 '객체로서의 자아'(me)와 '주체로서의 자아'(I), 즉 두 개의 서로 다른 자아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성격을 나누는 경향이 있는 조건이다. (231면)

 

47. 우리는 어떤 것들을 잊을 수 있어서, 과거 경험에 자아가 얽매여 있는 것을 제거할 수 있어서 기뻐한다. 우리가 여기서 처해 있는 상황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자아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될 수 있는 자아가 무엇인지에 관련되어 있는 사회적 반응들의 집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231, 232면)

 

48. 어떤 것을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자기가 말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236면)

 

49. 커뮤니케이션에 필수적인 것은 그것이 다른 개인에게서 불러일으키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상징은 스스로 같은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누구에게나 그런 종류의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239면)

 

50. 그녀(헬렌 켈러)가 깨달았듯이, 그녀가 정신적 내용, 또는 자기(self)라고 부르는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불러일으키는 반응들을 스스로에게서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징을 통해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을 때 비로소 가능했다. (239면) 

51. 우리는 하나의 대상으로서의 자아가 생겨나는 사회적 조건들을 말하고 있다. 언어에 대하여 우리는 두 가지 사례를 더 찾았는데, 하나는 놀이, 다른 하나는 게임이었다. (243면)

 

52. 그래서 나는 자아가 완전히 발전하는 데 일반적인 두 단계가 있음을 지적해왔다. 첫 단계에서 개인의 자아는 단순히 자기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는 특수한 사회적 행위 속에서 자신에 대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다른 개인들의 특별한 태도를 조직화함으로써 구성된다. 그러나 개인의 자아가 완전히 발달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자아가 이러한 특별한 개인의 태도들이 조직화되는 것만으로는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일반화된 타인이나 사회적 집단의 사회적 태도 전체의 조직화에 의해 구성된다. (248, 249면)

 

53. 자아들은 다른 자아들과의 분명한 관련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자아와 타인들의 자아 사이에 확고한 선이 그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의 자아가 존재해 우리 경험 속으로 들어올 때만 우리 자신의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기가 속한 사회적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의 자아와 관련해서만 자아를 소유한다. 그리고 개인 자아의 구조는 마치 이 사회적 집단에 속하는 모든 다른 개인의 자아 구조가 그러하듯이 자기가 속한 사회적 집단의 일반적인 행동 양상을 표현하거나 반영한다. (254면)

 

54. 자아가 발생하는 과정은 집단 속 개인들의 상호작용을 시사하며 집단의 사전 존재를 시사하는 사회적 과정이다. 그것은 또한 그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이 포함되는 협동적 활동들을 시사한다. (255면)

 

55. 자아를 다소 격리되고 독립적인 요소로,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되는 일종의 실체로 다루는 것이 심리학의 경향이었다. (255면)

 

56. 자아에 도달할 때 우리는 어떤 종류의 행위, 즉 서로 다른 개인들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면서도 개인들이 어떤 종류의 협동적 활동에 개입됨을 시사하는 사회적 과정의 유형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러한 자아가 생겨날 수 있다. (256면)

 

57. 나는 지금 형이상학적 문제를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유기체만이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대상들의 집합의 주관적 경험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사회적 행위 안에서 발생하는 구조임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257면)

 

58. 이 제스처의 대화가 개인의 행위 속에 반영되어 다른 유기체의 태도가 그 유기체에 영향을 주고, 그 유기체가 대응하는 제스처로 응답할 수 있을 때, 자아가 발생한다. (257면)

 

59. 우리는 사물들의 질서를 다시 만들 수 있고, 공동체의 기준을 더 좋은 기준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에 의해 단순히 구속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말하는 것을 공동체가 듣고, 우리가 말해야 하는 것이 그 반응에 영향을 주는 대화에 개입된다. (259면)

 

60. 한편, 자의식은 분명히 사회적 개인의 주변에서 조직화되며, 우리가 보아왔듯이 그것은 단순히 사회적 집단 속에 있거나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고 그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내가 강조해온 점이기도 한데) 자아로서 그 자신의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행동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태도를 취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듯이 스스로에게도 행동할 수 있는 한에서 자아가 된다. (262면)

 

61. 자아의 근원과 토대는 사고의 근원과 토대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이다. (264면)

 

62. I는 타인의 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생겨나는 자아에 대응하며 반응한다. 타인의 태도를 받아들여 me가 등장하여 그 me에 대해 우리가 I로 반응한다. (265면)

 

63. I는 타인의 태도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이며, me는 스스로 가정하는 타인의 태도를 조직화한 세트다. 타인의 태도가 조직화된 me를 구성하고, 사람은 그 me에 I로 반응한다. (266면)

 

64. 미래에 대한 운동은 소위 에고(ego)의, 즉 I의 걸음이다. 그것은 me에는 부여되지 않은 것이다. (269면)

 

65. I와 me의 분리는 허구가 아니다. 양자는 동일하지 않다. I는 이미 논한 것처럼 완전하게는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위 속에 부여되는 의무에 응하는 한 me는 어떤 종류의 I를 요구하는 반면, I는 그 상황이 요구하는 것과는 언제나 어떤 부분인가는 서로 다르다. (270면)

 

66. 타인의 태도를 채용하는 것이 자신의 반응을 수정하여 또 다른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다음으로는 자신의 반응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차례가 되는 것을 발견한다. 기본적인 태도는 단지 점차적으로 조금씩 변하는 태도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어떠한 개인이라고 해도 혼자서 사회 전체를 재구조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은 자기 자신의 태도에서 끊임없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왜냐하면 그는 그 자신에 대한 집단의 태도를 수용하고 그에 반응하여 그 반응을 통해 집단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272면)

 

67. me와 I는 사고과정 속에 존재하며, 그것을 특징짓는 내부적 의견교환, 즉 주고받음을 나타낸다. 가령 me가 없다면 여기서 말하는 의미에서의 I가 존재하지 않는다. I라는 형태에서의 반응이 없다면 me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우리의 경험 속에 출현하는 양자는 인격을 구성한다. (274, 275면)

 

68. 자아는 처음부터 먼저 존재하고 그 다음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조류 속의 작은 소용돌이며, 따라서 그것은 여전히 사회적 조류의 일부다. 자아는 개인이 자신이 속하는 상황에 대하여 끊임없이 사전에 자기 자신을 적응시켜가며 상황에 대하여 반응하고 답해가는 과정이다. 거기서 I와 me, 즉 사고활동이자 의식적 작용인 I와 me가 사회과정 전체의 부분이 되고, 좀더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275면)

 

69. 내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 과정이 자기의식적인 개인보다 시간적, 논리적으로 더 앞서 존재하며, 자기의식적 개인이 사회적 과정 안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280면)

 

70. 인간이 객관적인 무엇인가를 채택하여 주관적인 것을 형성한다고 하는 시사점은 피하고 싶다. 제스처라는 수단을 통해 발생하는 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함께 살아가는 실제적 과정이 존재한다. 제스처는 전 과정을 매개하는 협동적인 활동 속에 존재하는 단계다. (282면)

 

71. 남성과 여성 그리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로 구성된 간단한 가족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이 집단에는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진행되는 과정이 존재한다. 여기서도 개인이 먼저 존재하고 공동체가 나중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 마찬가지로, 개인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과정이 존재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을 부분으로서 포함하는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인도 개체도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은 생리학적 상황 속에서나 사회 속에서나 마찬가지로 진실이다. (283면)

 

72. 태도 그 자체는 제스처의 이러한 상호작용으로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283면)

 

73. 언어는 사회적 상호관계 속에서 생겨났다. (283면)

 

74. 인류가 훌륭하게 성공한 것은 사회적 행위의 일부를 이루는 어느 상징에 대한 반응을 조직화해 가는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신과 협동하는 타인의 태도를 취한다. 그리하여 그에게 정신이 부여된다. (284면)

 

75. 인간이 자아의식을 획득하는 것은 그가 타인의 태도를 채용한 경우이거나 타인의 태도를 채용하기 위해 자극이 되는 자기 자신을 깨닫은 경우만이다. 그 경우 그는 자신 속에 어느 타인의 태도에 대해 반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290면)

 

76. I는 me에 대한 것이다. ... I는 그 자신의 경험 속에 나타나는 공동체의 태도에 대한 그 개인의 반응이다. (291, 292면)

 

77. 우리가 아무리 주의깊게 미래를 계획해도 미래는 항상 우리의 예견에서 벗어나 있다. (299, 300면)

 

78.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것은 사회적 자아이기에 자아는 당연히 타인에 대한 관계 속에서 실현된다. 그 자아에게 기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대로 그 가치를 자아가 가지기 위해서는 자아가 타인들에게 주목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타인들에 대한 우월감을 통해 그 자신을 실현한다. (301면)

 

79. 지금까지 I와 me를 자아의 서로 다른 측면으로 구분해왔다. me는 타인들의 조직화된 태도(그것을 우리는 확실히 상정하고 있고 그리하여 자각적인 성질을 가지는 한에서 우리 자신의 행동을 거꾸로 그것이 결정한다)에 대응하는 것이다. 한편 me는 I의 형태를 부여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혁신은 I의 활동에서 생기지만 자아의 구조나 형태는 인습적인 것이다. (307면)

 

80. 충동적인 행위는 통제되지 않은 행위다. 그 경우에는 me의 구조가 I의 표현을 결정하지 않는다. (308면)

 

81. 한편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면 이러한 한계는 무시되고, 그는 조금은 격렬하고 거친 자세로 자기를 주장한다. 그 경우 I는 me를 지배하는 요소다. (308면)

 

82. 사회통제는 I의 표현에 대항하는 me의 표현이다. 그것은 전체 성원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을 수행하는 수단으로서 me를 I가 활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공인된 한계를 규정하고 재판을 한다. (308면)

 

83. 눈에 띄는 훌륭한 기술을 보여주는 야구 선수는 그가 속한 팀이 요구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그는 자기편을 위해 플레이하는 것이다. (309면)

 

84. 가치는 그 자아에서 독자적인 자아 표현에 밀접하게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자아에서 독자적인 것은 그 자아가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한편 이 가치는 사회적 상황 속에 존재하며, 사회적 상황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가 얻어지는 것이 단순히 사회적 상황 속에서만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상황에 대한 개인의 공헌이다. (310면)

 

85. me는 본질적으로 어느 사회적 집단의 일원으로 그 집단의 가치, 그 집단이 가능하게 된 종류의 경험을 표상하고 있다. 그것들의 가치는 사회에 속하는 가치다. (312면)

 

86. 이러한 상황에 대비되는 것으로서 우리가 이미 논한 것은 me에서보다도 I에 특별히 부착되는 가치이며, 발견되는 경우의 과학자나 예술가, 발명가의 즉시적인 태도에 있는 가치이며,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사회의 재건을 내포하고 있어 그 사회에 속하는 me의 재건도 포함하며, 계산대로는 될 수 없는 I의 행동에 존재하는 가치다. (312면)

 

87. 어떤 사람이 어떤 환경에 자기 자신을 적응시켜가는 것과 함께 그는 다른 개인이 된다. 한편 다른 개인이 됨으로써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다. (313, 314면)

 

88. 개인, 그것도 I의 이러한 반응, 그 I가 살아가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야말로 중요한 사회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315면)

 

89. 정신은 사회적 생활과정에서 발생하며 거기서부터 발현된다. 그러므로 조직화된 사회행동을 가진 형태도 기본적으로는 그 사회적 생활과정 위에 세워진다. (320면)

 

90. 다른 개인들과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그는 사적 또는 '주관적'인 자신의 경험을 자기 자신에게도 관계짓지 못할 것이며, 자신의 경험이 가지는 이러한 내용에 의해서만, 또는 그것과의 관련 속에서였다면, 자기 자신을, 즉 개인이나 인간으로서 지각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325면)

 

91. 사회적 질서를 우리가 변화시킨다면, 그것에 동반해 우리 자아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사회의 재건과 자아 그리고 인격의 재건과의 관계는 상호적이거나 내재적, 유기적이다. (327면)

 

92. 모든 유기체는 그들의 지속적인 생존의 근거인 전체적인 사회적 환경이나 사회적 상황, 즉 복잡한 사회적 상호관계와 상호작용에 연결된다. (330면)

 

93. 사회, 생리학적 충동은 본질적인 생리학적 요소로서, 그것에 따라 인간의 본성(인간성)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인간성은 철두철미하게 사회적이며, 진정으로 사회적인 개인을 항상 전제로 한다. 인간성에 관한 심리학적 또는 철학적 토론을 해본다면, 인간 개인은 조직화된 사회공동체에 소속되고 그 공동체의 전체와 그것에 속하는 다른 개인 구성원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 가운데에서 자기 인간성을 획득한다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 (331, 3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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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사회의 브레이크인가, 엔진인가
에마뉘엘 피라 지음, 이충민 옮김 / 모티브북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1. '법률사회학', '법철학', '법률사' 등의 학문이 존재하며 이들이 대학에서 학문 분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이는 분명하다. 그런데 교수들이 게으르다보니 법대생들은 진정한 역량이 발휘되어야 할 분야에서 법 조항과 판례 목록을 무턱대고 외우는 것으로 만족하게 된다. 그래서 법학 공부는 시작부터 매우 이론적인 일련의 전문 자료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요약되며 비판적 관점을 취하거나 '현실 세계'에 적용해보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은 형법이나 상법을 무더기로 암기한다. (12면)

 

2. 하지만 변호사가 실제 현장에서 그런 식으로 하는 일은 없다. 현실에서는 우선 의뢰인의 얘기를 듣고 그가 꺼내는 단서들을 훑어본 후 질문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는 수많은 요소가 얽힌 사건을 단 하나의 법조항에 맞춰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법규를 잡다하게 검토해야 하며 (승산이 적어 보이는 사건을 맡은 변호사 입장에서는 다행이지만) 이 법규들은 서로 상충되는 경우도 흔하다. (15면)

 

3. 교수들은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서 이 모든 내용을 '법학 개론'이라는 잡동사니 가방에 담아 떨이로 팔고, 필요한 경우 '법학사'나 '헌법학' 시간에 특정한 사상가나 이론을 꽤 길게 다루기도 한다. (27면)

 

4. 하지만 법철학자들의 복잡한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에 대한 개념만큼이나 다양한 자연법의 개념이 존재한다. (44면)

 

5. ... '세대'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그래서 30년 전에만 해도 정신질환으로 간주되던 동성애와 성전환이 지금은 이인권의 문제가 되었으며 최근에는 '환경권', '평화권' 등도 인권 목록에 추가되었다. (45면)

 

6. 자연법 개념의 최종 단계는 국제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법 조문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추상적 차원의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국제법이라는 개념을 실제로 실현시키려 할 경우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며 특히 각국의 전략적, 지정학적 이해관계는 도저히 넘어설 수가 없다. (47면)

 

7. 더구나 진보(즉 인권)는 실증주의적 법학 이론과는 갈등 관계에 있으므로 진보를 추구하려면 자연법 개념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일부 전위적 인사들은 실정법에 그와는 완전히 대립될 듯한 개념을 도입하려 한다. (63면)

 

8. 하지만 부유한 고객들이 전직 변호사협회 회장에게 일을 맡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한번 회장직을 맡은 변호사는 이후 (한번 장관은 평생 장관의 호칭이 따라다니는 것처럼 변호사협회 회장의 호칭도 평생 따라다닌다) 수임사건 숫자가 세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92면)

 

9. 법과대학은 근대화에 저항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중세 카톨릭교회에서나 쓰였을 요상한 미사여구를 쓰기를 좋아한다. 더 웃긴 것은 이러한 라틴어 문구를 남발하는 교수들이 라틴어 문법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99면)

 

10. 법대 교수들은 방대한 민법전을 다룰 때면 스탕달이 자신의 문체를 풍요롭게 할 생각으로 매일 같이 법조문을 하나씩 읽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천년을 살아갈 학생들은 법대 1학년을 마치면서 교수가 괜찮은 소설을 읽은 지 정말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01, 102면)

 

11. 교수들은 책에만 머리를 파묻고 사는지라 이론가들의 생각처럼 단순한 법리적 삼단논법이 실제 법정에서 독주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법이란 투명하고 흠이 없는 순 법리적 추론이 아니다. 법은 살과 뼈(와 붕대와 상처)로 이루어진 실제 사건이며 대립되는 이해관계들이 표출되고 판사들을 설득시키려 하는 싸움터이다. (108면)

 

12. 판사들이 가능한 두 답안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웅변술은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재판에서는 판사와 배심원을 설득해야 한다. (109면)

 

13. 세상에는 변호사라는 단일한 직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이한 여러 직종이 변호사라는 명칭으로 묶이는 것이다. (129면)

 

14. 결국 구호단체처럼 사건을 맡거나 관선변호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변호사들은 얼마 되지 않는데, 이들도 사실은 수임 사건이 워낙 적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까지 건드리는 것이다. 이 업계에도 덤핑 전략은 유효한 것이다. (132면)

 

15. 과거와는 달리 이제 판사들은 자국의 국내법만을 생각할 수 없다. 예컨대, 이제는 국제 조약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보니 표현의 자유나 사생활 침해 같은 사건에서는 원고나 피고 측에서 유럽 인권 협약에 근거하여 변론을 펼치는 일이 허다하다. 따라서 프랑스의 법조문과 유럽연합의 원칙, 가치를 꼼꼼히 비교하는 일이 필수적이 된다. 더구나 국내법만 보면 명확한 사건일지라도 상급 법원에서 국제법을 얼마나 고려할지 미리 내다보아야 한다. (139면)

 

16. 한편 법대에서는 판례라는 것을 여전히 고루하고 건방진 태도로 폄하하고 있지만, 현실 법조계에서는 판례가 법규범의 위계체계에서 점점 중시되고 있다. ... 현실에서는 법이 바뀌지 않는 한 판검사든 변호사든 유사한 사건에 대한 과거 판결을 참조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원고 측이든 피고 측이든 수많은 유사한 상황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문이나 조례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다. ... 결국 대학에서 배우는 법률이란 실제 현실보다는 몽상에 가깝다. (140면)

 

17. 시드니 루멧 감독의 '12인의 분노한 사람들'은 이 장르의 고전이 되었다. (151면)

 

18. 원칙적으로 보면 정기적으로 낡은 법을 폐지해서 법체제를 깔끔하게 청소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입법부에서는 항상 새로운 법을 만들기만 할 뿐 법을 폐지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다 보니 낡아져서 사문화된 법률들도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적용 가능하다. (167면)

 

19. 하지만 최근 들어 프랑스 법에는 존엄성 개념이 들어와 명예 개념과 공존하고, 심지어 법정에서 그보다 윗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사법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드러내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367면)

 

20. 이제 결투는 사라졌다. 대신 명예훼손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그리고 '존엄성'이라는 말도 법원에 초청받고 있다. (36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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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1부 '도덕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도덕적 가치가 왜 중요한가를 살피고, 경제적 도덕, 사회적 도덕, 교육과 도덕, 종교와 도덕, 정치적 도덕 등 5개의 주제로 나눠 지난 20년 동안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었던 도덕적 현안들을 다룬다. (11면)

 

2. 사람들은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하지만 공정함과 시민 덕성에 대한 공유된 이해 없이 좋은 삶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하다. (20면)

 

3. 공정한 사회에서는 시민들이 공공생활에 대해 어떤 태도나 생각을 갖는지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만 좋은 삶을 정의하는 태도를 멀리하고 건전한 시민 덕성을 배양해야 한다. (21면)

 

4. 현대사회의 뚜렷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장원리가 과거에는 비시장 규범에 지배받던 삶의 영역들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사업자에게 전쟁을 아웃소싱하는 것, 상업적 대리 임신의 증가, 학교에 시장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관행이 늘어나는 일,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 교도소의 출현 등을 생각해 보라. (21면)

 

5.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서 빈부격차가 전례 없던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빈부격차는 민주사회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동의 결속이 이뤄지는 것을 방해한다.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부자와 빈자의 삶은 점점 더 분리된다. 부유층은 자녀들을 일류 학교에 보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 이외의 다른 학교에 보낸다. 시립 체육시설이나 수영장 대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부유층이 자신들의 삶을 공공 영역과 공공 서비스로부터 점차 분리시킴에 따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공공서비스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22면)

 

6.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로운 결과를 낳는다. 하나는 정부재정과 관련된 것이고, 또 하나는 시민생활과 관련된 것이다. 첫째, 공공서비스를 덜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지원하는 데 쓰이는 세금을 납부하려는 의지를 덜 갖기 때문에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둘째, 공공의 공간이 다양한 계층과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만나 소통하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한다. 그런 공간이 사라지면 민주사회 시민의식의 기반이 되는 결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경제적 불평등은 시민적 덕성을 부식시킬 수 있다. (22면)

 

7. 설령 정부가 그런 여러 견해들 사이에서 중립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상호존중에 기반을 둔 정치를 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23면)

 

8. 타인의 관점과 견해를 알아갈수록 그것을 전보다 더 싫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도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법이다. (23면)

 

9. 시장의 영향력이 강해지면 보다 근본적인 도덕적 논쟁과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가 화두인 시대, 경제적 풍요가 최고의 선이 돼버린 상황에서 여타의 가치들은 쉽게 무시되곤 한다. (25면)

 

10. 부분적으로 부도덕이라는 의미에 대한 개념이 변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도덕과 부도덕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을 과거에 비해 더 꺼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27면)

 

11. 스포츠의 경우 이러한 경쟁은 훨씬 더 나쁘다. 홈팀에 가졌던 주민들의 애정과 충성, 자부심을 철저히 무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35면)

 

12. 기업과 국가를 가르는 경계선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37면)

 

13.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사설에서 '디즈니에게 받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팔았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하다. 기마경찰대는 중요한 점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그것은 자존심이다"라고 썼다. (40면)

 

14. 상업주의는 수많은 이익을 제공하지만 명예와 자존심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42면)

 

15. 서로 다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다. (43면)

 

16. 첫째, 배출권 거래제는 선진국들이 의무 감축량을 피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준다. ... 둘째,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면 지구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수반되어야 마땅한 도덕적 죄책감을 덜 느낀다. (45면)

 

17. 벌금과 요금의 구분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는 1인 탑승 자동차도 요금만 내면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의 카풀 차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료화하자는 제안과 비슷하다. (46면)

 

18. 셋째, 배출권 거래제는 갈수록 국제사회 공조가 늘어나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인류 공동의 책임감을 약화시킨다. (47면)

 

19. 사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소수집단 우대정책 옹호론이 미국인들의 신성한 믿음에 도전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오로지 노력한 사람만이 일자리를 얻고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49면)

 

20. 출신 배경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여 있을 때보다 서로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50면)

 

21. 그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인과응보 논리다, 즉, 배심원단에게 범죄의 도덕적 무게감을 충분히 인식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3면)

 

22. 첫째는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마땅한 역사적 유물이 사유화된다는 점, 둘째는 지극히 사적인 물품들이 대중 앞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역사적 중요성을 띠는 자료를 개인 수집가에게 판매해버리면 일반 대중은 도서관이나 박물관, 문서보관소 등을 통해 집단 정체성과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역사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일은 공적인 영역을 타락시킨다. (59면)

 

23. 고대 사회에서는 미덕과 영광을 중요시했지만 오늘날은 공정성과 권리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까지만 그렇다. (74면)

 

24. 소득이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중시하는 것들에 대한 하나의 척도 역할까지 한다. (78면)

 

25. '열심히 일하며 규칙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자신이 흘리는 땀에 대한 조롱으로 느껴진다. 물론 사회복지에 대한 그들의 분노가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분노는 공정성과 자격, 의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78면)

 

26. 윤리적 기반을 잃은 정치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공공선에 해악을 끼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따라서 공직자와 정치인의 도덕성은 일반인보다 높아야 한다. (121면)

 

27. 철학을 제쳐두고라도 덕치를 거부한 민주당은 커다란 대가를 치렸다. 도덕 영역에서 보수주의자들이 독점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129면)

 

28. 의사와 변호사, 공무원은 언제나 필요한 곳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있으며 그들이 누군지 알 수도 없다. ...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는 공동체가 없다. (140면)

 

29. ... 케네디는 복지 혜택이 수혜자들의 시민적 능력을 타락시킨다는 이유에서 비판했다. (141면)

 

30. 소득이 보장되는 것만으로는 "자부심도, 민주사회 시민에게 꼭 필요한 공동체적 삶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없다." (142면)

 

31. 루이스 D. 브랜다이스는 '거대함의 재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독점과 거대 은행들이 민주주의에 가하는 위험을 지적했다. (144면)

 

32.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이 존재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공동 세계의 영속성이 필수적이다. (149면)

 

33. 일반적인 사상으로서 공리주의는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왔다. 공리라는 개념과, 모든 인간의 이익을 원칙적으로 똑같은 단위로 잴 수 있다는 가정에 의문이 따랐기 때문이었다. (157면)

 

34. 공리주의에 반대하는 주장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칸트의 주장이었다. 그는 공리주의와 유사한 경험주의는 도덕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159면)

 

35. 권리 기반 도덕은 경쟁 상대인 공리주의를 이기고 널리 확산되었지만 최근에 시민들과 공동체의 과도한 요구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도전은 점점 커지고 있다. (162면)

 

36. 무연고적 자아와 연고적 자아에 대한 이 같은 논쟁은 정치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권리를 중시하는 정치와 공동선을 중시하는 정치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164면)

 

37. 자유주의자들은 충성과 의무, 전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공동선의 정치가 선입견과 편협한 태도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165면)

 

38. 한나 아렌트는 이같이 썼다. "대중사회를 견디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그 구성원들의 수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그들을 결집시키고 관계시키고 분리시키는 힘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166면)

 

39. 그(왈저)가 제시하는 해법은 돈의 분배보다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제한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있다. 이것이 정의의 영역에 대한 논의에서 핵심이 된다. 그는 재화마다 나름의 원칙들이 지배하는 영역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68면)

 

40. 왈저는 불평등한 부는 요트나 고급 음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하지 않은 영역을 지배하려는 돈의 힘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돈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사려는 경우처럼 말이다. (169면)

 

41. 왈저는 권리에 호소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 대신 특정 공동체 내의 구성원 자격이라는 개념, 즉 권리를 우선시하는 정치이론에 강력히 도전하는 개념을 채택한다. (170면)

 

42. 휴가에 의한 공휴일 쇠퇴는 도덕적 유대의 약화를 암시한다. (173면)

 

43. 옳음을 (좋음에) 우선시한다는 것은 첫째, 개인의 권리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될 수 없다는 의미이고(이러한 점에서 공리주의와 대립한다), 둘째, 이러한 권리를 서술하는 정의 원칙들은 결코 좋은 삶에 대한 비전을 전제로 삼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이러한 점에서 목적론적 관점과 대립된다).

 

44. 롤스는 이 두 가지 원칙을 주장하면서 두 가지 익숙한 대안, 즉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를 반박한다. (186면)

 

45. 듀이는 이 가설을 거부했다. 그의 실용주의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특정 진술이나 믿음의 진리 여부가 경험을 이해하거나 행위를 인도하는 데 있어서의 유용성에 달려 있다는 개념이었다. (205면)

 

46.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출발점이 되는 첫 번째 논쟁은 공리주의자들과 권리지향적인 자유주의자들 간의 논쟁이다. (217면)

 

47. 롤스의 저서가 불을 지핀 두 번째 논쟁은 권리지향적인 자유주의 내에서 발생한 논쟁이다. (218면)

 

48. 롤스의 저서가 유발한 세번째 논쟁은 자유지상주의자들과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들 모두 가졌던 가정을 중심으로 한다. 이 가정은 좋은 삶에 대한 여러 개념들 사이에서 정부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 (219면)

 

49. 1980년대의 많은 철학자들은 정의에서 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이의를 제기했다. 오늘날 권리지향적 자유주의에 대한 이의 제기는 앨러스데어 매킨타이어나 찰스 테일러, 마이클 왈저의 저서와 필자의 저서에서도 나타난다. (219, 220면)

 

50. 권리의 근거를 선에 관한 특정한 개념에 둔다면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게 되며, 결국 각자의 목적을 선택하는 개개인의 능력을 존중하지 못한다. (221면)

 

51. 롤스는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옳음이 좋음에 우선한다는 주장을 지지했다. 그는 그 책 전반에 걸쳐 처음 두 문제들, 즉 공리 대 권리의 문제, 그리고 분배 정의에 대한 자유지상주의적 견해 및 평등주의 견해 문제는 제쳐두었다. 대신 세 번째 논쟁, 즉 옳음의 우선성을 둘러싼 논쟁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223면)

 

52. 사람들의 도덕적, 종교적 신념이 하나가 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그러한 논쟁과 관련해 중립적인 원칙에 대한 합의를 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224면)

 

53. 자치에 대한 위협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하나는 대기업의 거대한 권력 집중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 권위와 공동체의 붕괴였다. (275면)

 

54. 새로운 정치경제학의 출현은 공화주의의 소멸과 현대 자유주의의 등장이라는 결정적인 흐름을 낳았다. 현대 자유주의에 따르면, 정부는 자신의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자아로서의 개인을 존중하기 위해 좋은 삶이라는 개념에 반드시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283면)

 

55. 첫 번째 반론은 현대 사회의 규모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공화주의 전통에서 생각하는 자치가 비현실적이라는 의미다. (289면)

 

56. 두 번째 반론은 공화주의적 이상을 부활시키는 것이 설사 가능하다 해도 사람들이 그것을 원치 않으리라는 것이다. (290면)

 

57. 절차적 민주주의 이론의 문제점은 그것을 장려하는 행동에서 나타난다. 도덕성과 종교를 완전히 배제하는 정치학은 얼마 못가 스스로 환멸에 빠진다. (295면)

 

58. 보수주의와 달리 현대 자유주의에는 두 번째 목소리, 다시 말해 공동사회적 가치가 결여되어 있다. 그들의 주요 기조는 '개인주의'이기 때문이다. (311면)

 

59. 토크빌에 따르면 "시민들의 손이 미치는 작은 범위 내에서 통치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게 해준다." (3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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