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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사
S.P.램프레히트 지음, 김태길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 1만 2천원 이라는 건 '책값이 금값'인 요즘 세상에서 정말로 흔한일이 아니다.
각설하고,
시중에 나온 '서양철학사'는 크게 2가지로 나눌수 있다.
첫번째는 입문서 격으로 각 철학자를 간단히 소개하고 친근하게 꾸민 내용의 책들이다. 과거 80년대의 맑스주의 철학사나 친근한 입문서가 수없이 다양하고 많은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원전'에 이해없이 단순히 짜깁기나 자기자랑(김용옥), 재밌지만 다소 왜곡된 (이진경) 책들이 대부분이라 조심해야 될 책들이다.
두번째는 전문 철학사가들의 두툼한 책들인데. 어렵지만 본격적으로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전공자든 아니든) 반드시 보아야 할 책들이다.
이 책은 두번째 종류에 해당한다.
우리가 철학사를 공부하면서 취할수 있는 것은 상당히 많다. 각 철학사의 진리탐구방식과 삶의 방식, 시대적 흐름을 엿볼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실은 과거 철학자들이 이미 결론낸 것이거나 오래전부터 탐구되어 왔음을 철학사를 통해서 확인할수 있다.
철학에 대한 편견 즉 '현실과 안맞다' , '내용이 엉뚱하다' 등의 오해는 각 철학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이해력 부족'을 반증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철학사는 말해준다. 결국 철학사는 우리가 철학하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그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철학사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바로 철학이다. 이것이 철학이 다른 학문과 다른 점이다.
그런데 이 목적에 걸맞는 '철학사'라면 우선 원전을 통한 설명은 기본이 되어야 하고 , 과거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다루었던 문제와 탐구방식이 무엇이고 시대를 거치면서 이것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단순히 상식사전을 뛰어넘는 철학사 고유의 통찰력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철학사는 거의 암기 수준에 이르러야 그 '위력'을 발휘할수 있다.
아울러, 가장 높이 평가 받는 힐쉬베르거 철학사는 다소 독자적인 입장을 보인다. 물론 러셀의 철학사가 가장 심하긴 한데.... 반면 이 책은 밸런스 측면에서 오히려 힐쉬베르거 보다 중립적인 입장이라는 생각이다.
이런점에서 이 책은 너무 두껍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여러번 반복 학습하기에 무리 없는 책이라 본다.
다만 저자가 영미권 철학자라 로크, 흄, 밀 , 산타냐, 제임스, 듀이 등 영,미국철학자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반면 칸트, 헤겔 등의 관념론들자와 철학자는 아니나 철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마르크스는 불과 2페이지로 다루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부족함은 휠시베르거나 코플스톤의 철학사등으로 메울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