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법정 단상

1

최근 법정이 소멸했다. 싯다르타보다 겨우 2살 적게 살았으니, 절대 짧게 살지는 않았다. 진화 생물학자들은 40년만 살아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니, 어쩌면 지나치게 오래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서울에서만 하루 100명이 죽어 나가는 마당에 한 개인의 죽음에 이렇게 난리법석을 떠는 것도 불교스럽지 못하다. 게다가 난리 법석을 떠는 자들의 면면을 보니, 무소유는 커녕 재물과 권력에 침을 질질 흘리던 배불때기들이라 모양새가 영 좋지 않다.

2
40년 동안이나 눕지도 자지도 않고 수도와 공부에 열중한 스님이 있었다. 그가 하산해서 설교하자 그 ‘내공’과 방대한 지식에 사람들이 열광했고 급기야 KBS는 석가 탄신일에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다. 이런 화려한 이력에 귀가 솔깃해 그가 써놓은 책을 잠깐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방대한 지식이나, 치밀한 사색의 흔적은 볼 수 없었고, 온통 부처님 만세 타령뿐이었다. 너무도 단순하고 빈곤했다. 

3  

한국 승려들의 지적 수준은 냉정하게 말해 ‘양아치’ 수준이다. 실제로 큰 스님들의 상당수가 조폭 출신이다. 이렇게 무식과 수도를 동일시하는 한국 불교계의 현실은 불교TV에서 당장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 강사로 등장하는 비구들은 그야말로 무식과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심지어 승복 입고 보험 광고도 한다. 낡은 김지하도 불교 TV에서는 ‘진보 지식인’으로 대접받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4.  


그는 자신을 ‘보수주의자도 혁신주의자도 아니며, 부처의 지혜와 자비를 믿고 따르는 수행자’라고 말했지만, 반공주의는 없애지 못한 것 같다. 그는 북한에 다녀온 임수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미군이 철수하고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등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언동에 아연해하지 않을 수 없다.’ (버리고 떠나기)

5
 

문제는 사회적 차원의 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 강준만 (인물과 사상 16 - 법정)

법정은 1954년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출가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굉장히 까다롭고, 성깔 있는 사람이었던 모양인데, 사회를 전혀 경험하지 않고 출가한 스님들이 그렇듯이, 현실적인 분석 없이, 그저 절간의 단순하고 문학적인 논리로 세상을 판정하고 있다는 점이 법정의 가장 큰 한계다.  

그가 읽었거나 추천했던 책들을 보면 사회과학 분야는 거의 없고 다른 도사들이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법정에게 냉정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6
 

혼자 ‘무소유’로 청정하게 사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삶인가 하는 것이다. 소유하면서 소유당하면서 .....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나는 스님이 사람들의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  

- 김영현 ‘김영현의 깊이읽기’ - 경향신문

스님은 무소유 하기 쉽다. 일단 먹고 잘 곳이 보장되어 있다. 절간의 주지 정도 되면 어떤 사찰에 가도 숙박이 해결될 것이다. 요즘 절간은 TV,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는 물론이고 스카이라이프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밥, 빨래, 심지어 자가용 까지 대주는 든든한 아줌마들이 버티고 있다. 
 

그러면 아들 병원비 3천만원을 대기 위해 새벽마다 인력시장에 나가는 40대 가장이나, 먹고 잘 곳도 없어서 노숙하는 이들, 고시원 방값에 허덕이는 알바 청년들에게 무소유는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글쓰기, 문방구에 대한 집착, 클래식 음악, 좋은 책, 잦은 해외여행, ....  

어떤 면에서 법정은 스님의 전형이라기보다는 귀족 인문주의자에 가까웠다.  



7
 

그 혹독한 감방 독방을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인쇄물이 3가지가 있었다. 보수 기독교 신문, 법정 스님의 수필집, 그리고 샘터라는 잡지.... 사람을 골방에 처넣고 인간의 논리적 깨우침의 능력을 아예 뭉개버리자는 문화적 범죄였다. - 백기완 ‘박정희 유신독재와의 정면대결’ 

 

법정은 안전하다. 사실 그 누구보다 무소유를 실천해야 할 사람들은 시민들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이건희 패밀리, MB와 같은 자본가, 권력자들이 아닌가?  

그러나 법정은 이들에게 전혀 부담되는 인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탐욕에 물들어 보기 싫다고 고시생을 절간에서 내쫓았다고 자랑스럽게 썼던 그가 정작 힘있는 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병원비를 댄 사람은 이건희의 부인이었다. 

그의 책은 할 수 없이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아니면 재물과 명예를 탐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에게(그가 경멸해 마지않는) 잠깐의 위안을 제공하는 진통제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법정은 너무도 안전한 사람이었고, 그가 부르짖었던 ‘무소유’는 이미 배부른 돼지가 된 한국인들에게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P.S

난데없이 절판하면서 책값이 최대 25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차라리 블로그에 공개했다면 이런 난장판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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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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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다단계 회사들이 추천하는 책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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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사유의 정치학 클리나멘 총서 6
이진경 지음 / 그린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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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박태호가 책 좀 안냈으면 좋겠다는 식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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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2012-04-0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이랑은 상관없지만 문과 계열 전공자인 저자가 수학책인 '수학의 몽상'을 냈다는 사실이 전 엄청 짜증나더군요

블루비니 2012-04-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칭 '석학'이니 무슨 책을 못내겠습니까 ㅎㅎ

깜한 2019-03-24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이성적인 책에 비이성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ㅋㅋ

wailz 2025-02-1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왜 병신들이 똥을 이리 싸놓고 갔지.서재가 아니라 똥간이네
 
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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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대로 인문학 하는 놈은 함부로 인문학 운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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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 2009-08-08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까칠하시네요. 전 이 책 좋던데요^^.
 
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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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B급 좌파' 김규항이 마주 앉은지  '5분만에' 못견디고 그 자리를 뛰쳐나올 정도의 'A급 퇴물' 이어령이 오기 하나는 남아 있는 모양이다. 책 전반에  젊은이를 어찌해보자는 열정은 보이나, 차라리 입을 닿는 것이 나았다.   

이  시대 젊은이들을 구속하는 시스템은 외면하고, 애꿎은 학교선생에게 딴지 건다고,  입시지옥, 취업지옥, 노동지옥, 의료지옥이 조금이라도 바뀔까?  

정치적 의식은 한줌도 없는 학생들이 교수에게 딴지 걸어서 뭐가 바뀐다면, 세상은 이미 천국이 되고 남았을 것이다.  

교수가 학생을 제 맘대로 굴리는 그 대학에서, 등록금 500만원을 퍼붓는데도 취업 하기 힘든, 서울대를 시작으로 철저하게 서열화된 그 대학에서 '창의력'을 가지란다. 돈 지랄하는 대학생이면 뭐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이어령은 '청소년 바이블' 을 만든다니 하는 개풀 뜯는 소리는 그만하고, 88만원 세대에게 머리 싸매고 배워야 한다. 이런 책을 보고 무슨 '반성'을 하거나, 삘링이 몰려온다면 '나는 이어령보다 더 퇴물이구나'하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런 퇴물이 아닌 이상, 이 책을 사는 것은 출판사 사장의 기름값을 보태주고,  이어령에게 노잣돈을 쥐어주는 셈이 된다. 그래도 호기심이 생긴다면, 도서관에서 빌려 화장실에서 눈요기 하는 것이 최선이고, 아예 안보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 

이어령을 끔찍히 경멸했던 김수영이 살아와서  이렇게 호의호식하고, 다 늙어서도 책을 내는 꼴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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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미숙이 2008-05-12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대학생, 20대에 대한 어둡고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젊음!을 대표하는 창조, 창의력을 가져보자라는 단순한 의도 였던 것 같습니다.
퇴물이라고 하든 노인이라 하든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으로 인정받아 온 할아버지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발상의 전환, 창조적인 생각을 갖고 새롭게 살아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지요. 현실이 우울하다고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음.. 저자가 싫다고 하여 책의 내용까지 비하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우리가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게 대해 한번 더 건드려 보면 뭔가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찾을 수 있고 그럴 때 우리의 젊음이 다시 한번 확인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요즈음 나온 책이라 할 수 없는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블루비니 2013-07-1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주장에 대한 본인의 입장은 위 글 맨 아래에서 세번째 단락에 명시해 놓았으니 참조하기 바람~

monegis 2008-05-12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보고 후회했습니다. 좋은 글이지만 은근히 우향우!를 외치는 모습에 실망했어요. 노무현 비판이 두번이나 등장하고 독수리 오른쪽으로 머리 돌린 이야기는 뭐하러 그렇게 할애해 썼는지.. 축소지향..은 감탄하며 읽었는데 이번 책은 아니네요.. 다 읽자 마자 중고샵에 등록했습니다..

마늘빵 2008-05-15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별 관심 없었는데 리뷰보니 관심이 생기는군요. 책을 통해 무슨 말을 할지는 대략 짐작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