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작로에 선 조선 여성
한국고전여성문학회 엮음 / 소명출판 / 2020년 2월
평점 :
공부하던 중에 신여성이라는 단어를 알았고 그에 관해 70년대 부터 시작되어 온 여성의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단어가 기억이 안나서 걱정입니다.)
모던걸이라는 명칭을 듣고 나서 모던걸이 보여주었던 패션의 패턴이나 그림속 여인들의 모습 등을 바라 보면서 한복을 정갈입고 안방마님 같은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내 보이던 모습과 거기에 반대로 낡고 낡은 일옷을 입고 일만 열심히 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모던걸은 그저 영화속에서나 등장하는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상상이 교육을 더 받으니 내게도 들어온 이야기였습니다. 동경하고 싶은 그 고귀한 자태를 보면서 여성학에 대해 깊은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저의 동경에 도화선을 준 책이라 할수 있습니다.
한가지 조금 의아스럽게 생각한 부분은 '신작로에 선 조선여성'이라는 제목인데 신작로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내용은 그보다 꼭 과거 그보다는 더 먼 미래 같은 느낌인데 역사적인 시간이 그때를 딱 고집할수 없기 때문이겠지만 신작로와 내용상의 맞춤은 자꾸 멀게만 느껴집니다. 신작로하면 근대 여성의 등장으로 봐야하는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지고 구여성보다는 신여성에 가깝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선 이 책은 한국고전여성문학회에서 펴낸 책입니다. 고전여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학문이 따로 있다는 것에도 놀랍고 여성의 이야기를 글로 펴낸 작가님들이 더욱 대단해 보였습니다.
책을 펼치고 들어가는 글을 통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야기를 주목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근대의 다층성에 접근하기 위해 시도한 고전여성문학.
근대를 둘러싼 말의 성찬은 지난 세기부터 차고 넘치다 못해 이제는
피로감까지 유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시점에 굳이 다시 '근대'를 화두로 삼은 이유는 '전통'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조선의 여성이
'근대'라는 낯선 시.공간을 어떻게 체험하고, 기록하고, 부딪혀 왔는지,
그 지난한 자취를 탐색하고픈 의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P3 / 책머리에]
근대와 전통 그리고 그 시.공간을 살다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간증해 보며 현시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책의 목차를 들여다 보니 이 책의 구성을 제대로 파악할수 있었습니다.
제1부 여성이 기록한 여성의 삶에서는
병인양란록 / 양주조씨의 이야기 / 덴동어미 / 경성유록 / 위모사 / 옥성댁에 관한 내용으로 병인양요를 직접 겪은 양반가문의 나주임씨가 쓴 이야기가 역사적 고증으로 어떻게 확인이 되는지를 알수 있었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덴동어미화전가를 통해 17세에 첫 남편을 여의고 반세기를 돌고 돌아 친정까지 오는 동안 겪었던 이야기는 꼭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 같은 느낌으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특히 봄춘자 노래에 전해 내려오는 여성들이 태어난 곳의 지명을 따라서 붙은 '~댁'은 격식이 있는 단어라는 말에 그냥 불리어 진게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제2부 여성에 대한 근대적 시선과 재현에서는 기생 / 과부 / 여학교 주변의 여자들 / 음반(SP) 속 기생에 관한 내용으로 특히나 기생이 문화적으로 접근할수 밖에 없던 시절에 기생으로써 살아온 여성들의 희노애락을 접할수 있었던 것이 새로운 사실 이었습니다. 모던걸이 먼저 될수 밖에 없던 기생들의 삶은 여성의 문화를 높이 올려준 선지자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3부 근대전환기 여성 형상의 변화에서는 모성과 / 책 읽는 여성 / 춘향 / 설화집의 여성 형상화의 내용의 글이 있습니다. 특히나 춘향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기생의 삶을 살다가 신여성으로 넘어오면서 신분의 형태가 달라져 있는 것은 꾀나 신선하였습니다. 춘향을 기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가 기생이었기 때문에 이도령과의 관계가 그리 될수 있었다는 사실 말이지요.
짧은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이 글 속에 표현이 되어 있는 최초 한글을 제대로 읽어 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해석글을 보면서 책을 보아야 하는 것 때문인지 몰라도 상당히 흥미롭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책읽기 시간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국고전여성학회에서 추구하고자 하였던 방향대로 고전 여성의 생태를 살펴 봄으로써 여성으로써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차리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책을 통해 볼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꼼꼼하고 깊게 읽어내려가다 보면 여성으로써 느낄수 있는 느낌이 충분히 다가 왔습니다. 특히나 50개가 넘는 주석은 글을 해석해 내는 작가님의 노고에 감동스러웠습니다. 고전여성에 대한 학업을 마쳐야 하는 분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