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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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이라 함은 남의 귀 가까이에 입을 대고 소곤거리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소설가의 귓속말은 독자에게 하는 소곤거림이라고 정의하면 되겠다. 소곤거림. 가장 친근한 상태에서 할수 있는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소근 거림을 소설가의 귓속말에서 경험해 보았다.


책을 열고 책에 씌여 있는 텍스트들을 하나 하나 읽어 내려가보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소크라테스의 대화를 읽어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묘한 언어로 씌여 있는 첫 문장에서 부터 시작해서 중간이상을 갈 때까지만 해도 소설가님의 이야기는 그냥 일상에서 말하는 식의 혼자만의 생각 형식의 글을 만날수 있었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 사람들은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다. 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 듣게 된다. 뭔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언을 할 타이밍을 만들려고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소설가의 귓속말은 그냥 저냥 사소로운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던 느낌의 글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러다 중상을 넘어서서 갑자기 누군가의 이야기들을 옮겨 온다. 아마도 그전에는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곁들여 이야기를 했어도 그렇게 보이지 않다가 어느 시점부터 누군가의 이야기를 곁들어 이야기 하는 것이 눈에 들어 오는 듯 했다. 그래서 눈에 보여진 사람이 이청준 소설가와 버지니아 울프이다. 거기에 카프카의 철학과도 같은 언어의 유희는 카프카의 <황제의 전갈>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고 도는 실체가 없는 이야기. 사람들의 삶이 돌고 도는 실체를 찾기 위해 운신하는 것처럼 그러나 결코 그 운신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귓속말은 듣는 자를 말하는 자에게 예속시킨다.

귓속말을 들은 자는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귓속말을 들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밀 준수의 의무를 떠안는다.

듣는 것이 비밀 준수 서약의 방식이다.

준수할 수 없거나 준수하지 않으려면 듣지 않아야 하는데,

듣지 않고서는 준수할 수 없는 것인지 준수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할수 없으므로 듣지 않을 수 없다.

[P114 본문 중]




돌고 도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이 책 전체에 녹아 내려가 있다. 어떤 판단이 옳은 판단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앞서 이야기의 골자를 찾기 위해 혼자 중얼거린다.


여기에서 가장 듣고자 했던 말이 있다. 글쓰기의 좋은 날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느날 어느 시간이라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와 행동이 요구되지 않는다. 언제나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해 놓아야 글을 쓸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마음의 위안을 가지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작가들도 글을 쓰기 위해서 엄청난 고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살며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도 글쓰기를 미룬다면 쓸수 있는 글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소설가의 귓속말을 읽어 내려가면 무엇을 느꼈을까를 혼자 중얼거렸다. 책에서 이야기 하려고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어떤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히고 그 의미를 파악 했어야 할까? 각 장의 이야기들을 통해 주제를 정하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담아 쓴다면 누구나 소설가 혹은 작가가 될수 있음을 상기해 본다. 부단히 노력하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소재를 제공해 주고 있는 소설가의 귓속말을 들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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