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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은 아닙니다만 - 서른 개의 밤과 서른 개의 낮으로 기억하는 '그곳'의 사람, 풍경
남기형 지음 / 도서출판 11 / 2020년 12월
평점 :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다가 구경할 곳이 있으면
잠시 멈춰서 커피 한잔 마실수 있고,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만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컵을 닦고
펼쳐 놓았던 도구들을 정리한 다음,
내가 빠트린 풍경은 없는지 다시 찬찬히 살펴본 후
엔진에 시동을 걸수 있다면.
[P.207 중에서]
작가가 궁금했다. 그리고 여행을 소재로 한 책이라서 더 궁금했다. 여행을 제대로 가지 못하는 나에게 여행관련 책은 나의 대리만족을 충족해 주는 고마움이 있다. 그런 까닭에 여행과 관련된 책이라는 제목은 나를 매료 시켰는데 여행책은 아닙니다만... 이라는 줄임글의 뒷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한마디로 책이 주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여행책이라서 혹은 나와 비슷한 사람의 글을 만나서
작가인 남기형 배우님은 (본업은 배우기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백수아닌 백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음) 익히 브라운관을 통해서 본 적이 있는 분이가 싶어 찾아보게 되었다. 근데 잘 모르겠다. 익숙한 얼굴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미안함과 TV를 잘 보지 않는 나로써 혹은 연극을 완전 사랑하는 나에게 한번은 스쳐 지나갔을 것 같은 느낌은 지울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작가님의 이야기 속에는 혼자라는 즐거움이 묻어 나 있었다. 혼자인걸 당당히 말하는 사람. 그런데 여행도 혼자일 때가 많다는 이야기는 혼자의 여행에서 주는 무서움과 두려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여행을 하면서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 보는 그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표현이 다가 왔다. 나도 혼자인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그 혼자만의 사색에 온전히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색 후 돌아온 나의 감정은 온전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여행책이 아니라고 쓴 이유는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고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쓴 내용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행 안내 지도와 같이 여행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의 여행책처럼 느껴지는 그런 책은 아니라는 것. 그러나 이 책은 여행안내서 같기도 하다.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여행에서 가져봄 직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 전달하고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려 하겠는가? 다 내 생각이겠지 하면서 여행의 속 깊은 마음은 헤아려 볼 시간은 직접 다녀와 보면 안다는 표현으로 일단락 되겠지. 그렇게 때문에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얻어 들인 이야기들을 잘 새겨 넣었다. 한마디로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그것도 혼자만의 여행을 하기 위해서 기타를 좀 칠줄 알고 만인이 아는 노래를 몇곡 부를 줄 알고 특히나 영어가 능통해야 한다는 사실은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럼 난 더 여행을 가지 못하겠다. 위의 것들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으니 더구나 장거리 여행의 필수인 차타고 이동하면서 책보기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기 등등 작가님의 장점이 여행의 장점이라고 하셨는데 이것 마저도 난 여행 체질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차타면 졸고 책은 절대 보지 못하니 말이다. 그래서 여행과 관련된 책을 보면서 이런곳도 있구나 싶게 견문을 넓히게 되는 건 아닐지...
여행책은 아니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점 때문인지 처음부분에는 살짝 우울한 느낌의 감정을 접하게 되었다. 거기에 내가 읽은 대부분의 에세이 들은 뒷부분에 갈수록 글 쓰는 힘을 잃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처음의 우울함이 끝까지 이어지는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힘이 넘치는 느낌은 완전 개인적인 느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마무리가 상당히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사진으로 담아낸 몇장 안된 여행지의 모습들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하였다.
여행지를 고르는 과정만큼이나
매우 까다롭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서 책을 선정한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기 전까지 어떻게든 다 읽은 후,
그 책을 귀국하기 직전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고 그곳을 떠난다.
내 나름의 여행의식이라 할수 있다.
마치 그 책이 세계를 둥둥 떠다니는 것이 나의 항해라고 생각하며.
[P191 중에서]
나만의 의식. 생활양식.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삶의 방식을 다시 새워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기. 여행책은 아닙니다만... 이라는 제목에서 다양한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던 독자의 여행이었다. 비행기에 내려 익숙하지 않은 공기와 하늘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