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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 이 시대 2인 가족의 명랑한 풍속화
박산호 지음 / 지와인 / 2020년 12월
평점 :
책을 덮고 난 뒤 바로 했던 행동은 핸드폰을 열고 박산호 작가의 블로그를 찾는 일이었다.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는 작가님의 일상속에 잠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무래도 책속에서 표현된 내용을 토대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확인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블로그는 찾을 수 없었고 대신에 박산호 작가님의 사진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미모 하시는 작가님을 만나보고는 <생각보다> 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듯 하였다. <아주 잘~ >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나의 삶과 조금 비교하고 싶은 대상의 하나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나또한 4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 2인 가족의 명랑한 풍속화인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는 남자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 작가인 박산호 작가의 에세이 집이라고 할수 있는데 거기에 딸 ~ 릴리와의 생활이 고스란이 담겨져 있다. 혼자서 자녀를 키우면서 좌충우돌 많은 우여곡절을 통해 자녀를 성장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작가를 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일이 보통은 아니라고 표현하는데 그 언저리에 가족들의 소중한 도움의 손길이 다가와 있다는 것도 확인 할수 있었고 고양이 송이와 입양한지 얼마 되지 않는 반려견까지 가족으로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릴리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는데 털털한 성격에 언어 능력이 있는 자녀분을 참 잘 키우셨구나 싶어졌다. 엄마와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는 딸이 있다는 것은 엄마로써는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 딸이 나에게도 둘이나 있으니 언제든 나와 소통하는 든든함이다.
자녀를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일본으로의 해외여행이 전부인 나의 세아이들에게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에 너무 소홀한 건 아닌가 싶은 비교를 하게 되었다. 언어적으로 특히나 영어때문에 가장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여행을 통해 경험하는 언어를 알려주었어야 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그런 면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고 그의 유전을 받아 언어적인 면이 월등한 딸의 이야기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살짝 바라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표지만 보면 고양이 송이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들어서 반려동물을 소재로 하여 쓰여진 책에 상당히 관심이 많이 간다. 그걸것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공감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다. 요즘들어서 확인하고 공감하고 동일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꾸 드는 건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하는 행동인가 싶다. 딸 릴리가 쿨하게 받아 친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 중년의 입장이 되고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지 않으려고 하면 나의 자리를 잊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젊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일인데 그런 모습을 꼰대로써 지키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 쿨하게 넘어갈 수 도 있는데 말이다.
잘 산다는 표현은 어떤 느낌일까? 돈이 많은 것? 아님 행복하게 사는것? 나는 돈이 많고 행복하게 사는것을 꿈꾸게 된다. 한달 살아갈수 있는 돈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한다. 그럼 생각보다 잘 살고 있다는 표현을 빌리고 싶다. 지금의 나에게도 생각보다 잘 살고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카롱을 입에 문 채 길냥이들이 나와 해바라기를 하고,
강아지들이 주인과 산책하는 길을 걸어 릴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때면,
가끔 오클랜드 항구와 그 가족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어서 나와 릴리를 생각한다.
그렇게 릴리와 어깨를 맞대로 걸어가다 문득 문득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정도면 우리는 별문제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정도면 좋다.
딱 좋다.
[P23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