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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이지연 지음 / 엔씨소프트(Ncsoft) / 202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도착 했을때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책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책을 받으면 우선 글자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매번 먼저 확인하는 작업인데요. 책을 펼치는 순간 글씨를 만날 수 없다는 건 살짝 두려움이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아이와 함께 이거 봐봐 하며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아이와 함께 신비의 나라를 여행하듯 책을 탐구하였을 것이었습니다. 함께 해줄 아이는 없지만 호기심의 나래를 혼자서 열심히 펼쳐 보았습니다.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의 눈에 띈 것은 작은 개미입니다. 아이는 개미가 나오는 작은 구멍에 물을 뿌려 넣습니다. 작은 개미들이 탐색을 하면서 어딘가로 이동을 합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아니다. 이건 사람의 시점으로 보는 책이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미의 시점으로 봐야 하는 책입니다. 아이의 등장으로 위험을 감지한 병정개미들은 이동을 준비합니다.사람을 피하고 언덕을 넘고 산을 건너서 닭을 비켜서 개 우리를 피해서 도착한 곳은 안락하다고 느끼게 되는 공간입니다. 도착한 곳에서 다시 새로운 둥지를 마련합니다.
작은 개미의 몸으로 이동한 거리는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때 어른걸음의 두걸음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였을 뿐인데 하루 종일이 걸려 도착합니다. 서로가 의지를 하면서 이동을 하다보니 하루가 다 갔습니다. 쉼없이 이동하는 개미들을 보면서 주변의 모습들이 비춰집니다. 관찰하는 아이의 모습과 모이를 쫒는 닭의 시선이 지나갑니다. 강아지는 지나가는 개미들을 보면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보고 나면 앞부분이 이해가 됩니다. 전체가 하나로 연결이 되어 있는 책을 펼치면 이게 뭘까 싶었는데 뒷부분에서 알 수 있었어요. 쉼없이 움직이는 개미의 여정을 지켜 보았던 어린 시절이 아련하게 떠 오릅니다. 돋보기를 들고 개미를 더 크게 관찰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하였습니다.
커다란 둘레가 만들어 지듯 책을 펼쳐 놓고 개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