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탐정 - DNA의 발견에서 유전자 조작까지 라임 틴틴 스쿨 6
타니아 로이드 치 지음, 릴 크럼프 그림, 이혜인 옮김 / 라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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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의 초록 콩, 노란 콩 이야기가 대체 언젯적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아득하긴 한데, 교과서의 그 대목을 배울 즈음 사촌 오빠의 책장에서 빌린 유전학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때는 유전공학을 전공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록 스쳐지나간 바람이 되긴 했지만.

요즘은 워낙 범죄 수사 과정에서 DNA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기도 하고, 유전자 변형 먹거리에 대한 이슈도 종종 언론에 기사화되는 터라 유전학에 딱히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그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갖추고 있는 편이다. 씁쓸하게도 사기로 결론난 황우석 교수님의 줄기 세포 복제 이야기도 많이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유전학이라는 건 우리들 삶과 굉장히 가까운 학문이다.

<DNA 탐정>은 초등/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어서 비교적 쉽게 DNA와 유전학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데, 유니크한 삽화와 흥미로운 사례들을 십분 활용해 흥미를 ㅡ충분히 끌어낸다. 들어가는 글에서 발생한 보석 절도 사건의 범인을 쫓아가는 과정과 DNA에 관한 이야기를 접목, 각 장마다 배운 것들을 자연스럽게 복습하게 만드는데 그게 또 어찌나 천연덕스럽던지. 제목만 보고서 골치아픈 책은 읽기 싫다고 인상을 찌푸리던 아이가 은근슬쩍 빠져드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다.

책은 흥미로운 도입부와 DNA 연구의 발전 과정을 훑어 따라가는 것에 끝나지 않고, DNA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아직 현대의 과학은 DNA에 대해 그리 많은 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과연 유전자를 조작해 키워낸 식물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인간을 구하기 위해 유전자를 복제해 '만들어낸' '무엇인가'를 인간으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을까? 단지 인간을 위해 다른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한 일일까?

비록 얇고 가벼운 책이긴 하지만 어른인 나도 즐겁게 읽고 묵직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다. 역시, 좀더 진지하게 전공을 고려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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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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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숭례문과 첨성대를 알 테지만 대개는 거기에서 멈춘다. 학교에서 주도하는 현장학습이 아니라면 박물관의 문을 넘어설 일도 거의 없고, 설사 무슨 유물을 본다해도 ‘아유, 오래됐구나.’ 하는 감상 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상 깊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영역이고, 그 이상 들어가는 일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게 도와준 분이 유홍준 교수님이다.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따르던 국어 선생님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남도편을 선물받은 것이 교수님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인연이라고 해봤자 내가 그 분의 책을 안다는 정도일 뿐이지만, 좋아하는 선생님 덕분에 좋아할 만한 작가를 알게 되었으니 내게는 소중한 인연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글은 지겨운 주제를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나 자신이 어떤 눈으로 과거의 유산을 보아야 할 지를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그 어떤 학교 수업보다도 유용했다.

그리고 이 책,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지금껏 보아온 유홍준 교수님의 글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 사람은 글이 곧 인생 그 자체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흡사 내 몸에 꼭 맞는 맞춤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고, 사뭇 진지하지만 웃음이 배어있고, 가슴이 아프지만 한편 위로를 받는다. 이러저러 얻게 되는 잡지식(?)도 무시할 수 없다.

교수님의 일생을 쌓아가는 동안 엮였던 인연들에서 받은 감동을 대체 뭐라 표현해야 할까. 하필 이 책을 읽는 동안 벌어진 12.3 비상계엄사태는 유신 시절을 겪으며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와 오버랩되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내가 늘 주장하는- “결국은 사람이다”라는 것이 교수님의 책에서도 읽혀 가슴이 퍽 벅찼다.

부록으로 실린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은 지금껏 교수님의 글을 좇아온 독자들에게 주시는 아주 큰 선물이다. 진심으로 이야기하는데, 이 책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부록만큼은 꼭, 꼭 보셨으면 한다. 문장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꿀팁을 이제야 밝히시다니, 약간 괘씸한데?!라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교수님의 책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어 후련한 기분이었다.

ps.
지금껏 읽었던-읽으려 시도했던- 대개의 잡문, 혹은 산문집은 그 작가의 이전 작품과는 결이 달라진 문장과 소재들에 낯설어 하다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끝까지 함께 한 책이 없었던 것 같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싶어 금새 흥미를 잃거나, 어떻게든 적응해보려 애쓰다 되려 작가 자체를 놓아버린 적도 있다. 그 정도로 독서 편식이 심한 나인데 어째서인지 이 잡문집은 몰두해서 읽게 된다. 문장이 가슴에 깊게 박혀 들어와 좀처럼 빨리 읽을 수 없는데도 손에서 놓기 어려웠다. 이 말을 문장 어디쯤이건 넣고 싶었는데 도저히 자리를 찾을 수 없어 이렇게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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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찰리 N. 홈버그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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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 했다. 얼핏 무슨 얘기인가 싶겠지만, 딱 이 얘기이다. 집이 마법에 걸렸고, 이 집에 살기로 한 이상 집을 길들이거나 집에 걸린 마법을 지워버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 집, 만만치 않다. 날 쫓아내려는 건지 가두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죽이려는 건지 그냥(?) 괴롭히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대책이 필요하다!

책의 초반은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도, 장소도, 주요 인물들도 왔다갔다 하는 터라 이야기의 갈피를 잡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몰입하게 된다. 왜 하필 이런 구성인 거냐고 투덜거리며 페이지를 앞뒤로 넘겨보던 나는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쯤되면 더는 작가에게 뭐라고 할 틈이 없다. 오로지 다음, 다음 이야기를 좇을 뿐이다. 메릿도 이야기한 것처럼,

“칭찬(그리고 비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좋은 신호였다. 그 사람이 이야기에 몰입했다는 뜻이니까.” (P. 339)

블라우던 섬의 이 집이 어쩌다 마법에 걸린 것인지, 무슨 심술로 메릿의 지갑과 스카프를 삼키고 욕조를 숨겼는지, 헐다 부인과 메릿이 과연 이 집을 사람이 살 만한 집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프롤로그의 사일러스는 대체 언제쯤 재등장할 것인지 아무 것도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판타지 소설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재미없었다’라는 말은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지팡이를 휘둘러 사슴을 불러내진 않지만, 찰리 N. 홈버그의 마법 세계는 그 나름으로 현실과 묘하게 얽혀 어쩌면, 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북리포터의 평처럼, ‘판타지, 서스펜스, 로맨스’가 적절히 버물려져 꽤 재미있는 한 편의 영화를 본 기분도 든다.

또한 보호자의 학대와 애정 결핍이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를 어떤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고 한탄하게 될 것이고, 설사 가족이 아니라 해도 누군가의 관심과 진정한 도움이 사람을 바로 서게 도울 수 있음에 감탄할 것이다. 사람은 늘 부족한 존재이고, 누군가로 인해 채움받는다는 사실이 늘 나를 감동시킨다.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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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몰입하는 시간 -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감각 되찾기 100일 필사
김영아 지음 / 마음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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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는데,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더라.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온전히 내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쉬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결혼 전 취미로 즐겼던 직소퍼즐을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전혀 손댈 수 없게 되어 커뮤니티에 하소연을 했더니, 십년만 참으라는 답이 올라왔다. 하지만 십년이 지난다고 알아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슬프게도.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상황이 몰아가는 대로 살다보면 불현듯 내가 지금 뭘 하는 걸까 의문이 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쉬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지라 자칫 잘못된 답을 찾거나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해 방황할 수도 있다.

위로와 격려, 공감에 관한 글감을 모아 필사 책으로 엮어낸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은, 그리 많은 시간을 빼앗지 않는다. 짧게는 5분 남짓, 길어야 10분이면 충분했다.

길지 않은 글감을 읽고, 따라 쓰는 것까지는 여느 필사책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두 가지 더 요구하는 것이 있다. 저자의 글에 대한 내 생각을 적고, 어떻게 행동할 지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요구가 처음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덕분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느라 돌아볼 틈이 없었던 내 자신의 가치와 신념 같은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저자의 생각에 꼭 동의할 필요는 없다. 사람이 열이면 생각도 열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미라클 모닝을 하건 밤올빼미가 되건 그 역시 상관없다. 다수에게 맞는 방식이 나에게도 당연히 맞을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고, 누구나 각자의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그저 하루 한 순간, 그조차 여의치 않다면 며칠에 한번이라도 아무 필기구나 하나 꺼내들고 앉으면 그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 집중할 것, 다른 누구가 아닌 나의 생각에 초점을 맞출 것. 그러면 준비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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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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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온통 나쁜 놈들만 넘쳐나니, 덩달아 지옥이 포화 상태이다. 악마들은 매일 야근에 철야에 샛별 보고 집에 가기(?) 운동 중인데, 얼씨구, 천사 놈들은 ‘노났다’. 하프 뜯으며 늴리리야 하고 있으니 배알이 꼴린다. 나, 일 안 해!

귀엽고 유쾌 발랄한 표지에서도 느껴지듯 이 책의 중심인물이자 지옥에서도 최악(최고일까?)의 악마로 꼽히는 베스탄은 꽤 냉정하고, 악독하고, 살짝 돌아 있다. 돌아서 악마가 된 건지, 악마로서의 업무가 과중해 돌아버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돌아버린 베스탄 덕분에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지옥이 터져버릴 정도로 죄로 만연한 세상의 이야기가 어찌 유쾌할 수 있을까마는, 작가의 발랄한 문체는 그까짓 것쯤은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오쿠다 히데오의 유쾌함과는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책을 읽다 보면 이 작가는 내가 진지해지는 게 싫은가 보다, 생각될 정도였으니까.

어떻게든 일을 줄여보겠다고 천사를 꼬드기는 대범함에 감탄하고, 아무리 애를 써도 천국행 티켓으로 바꿔가는 인간이 나타나지 않아 역시 악마답구나, 하며 안타까워 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간다. 가끔 이 길이 맞는 건가 의심될 때가 있기도 하지만 어느 틈에 궤도를 찾아 돌아가니 너무 걱정하지 말 것. 무겁지도 않고 사이즈도 아담한 문고판이라 출근길에 가방에 넣어 다니기 딱 좋다. 당장 챙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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