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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평점 :
허균이 탐식가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는 이제야 알았는데, 작가는 어떻게 알고 허균을 식탐정으로 내세운 글까지 썼다. 탐정이라니, 이미 재미가 보장돼있지 않은가!
셜록 홈스의 팬이라면 허균에서 셜록을, ‘여인(재영)’이라는 인물에서 왓슨을 연상할 수 있다. 거기다 남성의 시선에서 비롯된 수사의 빈틈을 메워줄 ‘작은년’까지, 신분도 성격도 제각각인 이 주요 인물 삼인방의 궁합은 의외로 좋다. 하나는 외롭고, 둘은 폐쇄적이다. 셋은 딱 좋다.
탐정 소설의 기본은 살인이다. (물론 예외도 많지만) 부제가 '화왕계 살인 사건'인 만큼, 『식탐정 허균』 역시 여러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서로 다른 수법으로 일어난 여러 건의 살인을 연쇄 살인으로 엮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뒤쪽의 사건을 해결하느라 앞선 사건이 뇌리에서 잊힐 즈음 재소환하여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깔끔하게 매듭짓는다.
살인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악한 범죄지만, 묘하게도 이야기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기력도 없고 신분도 낮은 여인의 시점에서 전개되지만, 허균·여인·작은년이 만들어내는 호흡이 그 우울함을 상쇄한다. 덕분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가볍고, 무더운 여름에 지친 머리를 달래기에도 제격이다.
‘식탐정’이라는 명성답게,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까지 해박하게 풀어놓고, 그것들이 사건과 어우러져 참 좋은 맛을 낸다. 하필 간식을 먹어야 할 즈음 읽기 시작한 탓에 침이 절로 넘어갔다. 꿀-꺽. 기왕이면 음식에 '미친' 자의 면모를 좀 더 보여줬더라면 한층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조선명탐정』이 떠오르는 이야기의 마무리는, 속편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부디, 이대로 끝내지 말아주시길.
그것을 전복하여 보는 것이 바로 탐정의 시각일세. 아내와 남편의 갈등에서도 남편이 틀릴 수 있으며 아비와 자식의 갈등에서도 아비가 틀릴 수 있어. 모두가 틀릴 수 있음을 알고 바닥부터 시작하여 진실을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작점일세.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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