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평점 :
세상에 온통 나쁜 놈들만 넘쳐나니, 덩달아 지옥이 포화 상태이다. 악마들은 매일 야근에 철야에 샛별 보고 집에 가기(?) 운동 중인데, 얼씨구, 천사 놈들은 ‘노났다’. 하프 뜯으며 늴리리야 하고 있으니 배알이 꼴린다. 나, 일 안 해!
귀엽고 유쾌 발랄한 표지에서도 느껴지듯 이 책의 중심인물이자 지옥에서도 최악(최고일까?)의 악마로 꼽히는 베스탄은 꽤 냉정하고, 악독하고, 살짝 돌아 있다. 돌아서 악마가 된 건지, 악마로서의 업무가 과중해 돌아버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돌아버린 베스탄 덕분에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지옥이 터져버릴 정도로 죄로 만연한 세상의 이야기가 어찌 유쾌할 수 있을까마는, 작가의 발랄한 문체는 그까짓 것쯤은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오쿠다 히데오의 유쾌함과는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책을 읽다 보면 이 작가는 내가 진지해지는 게 싫은가 보다, 생각될 정도였으니까.
어떻게든 일을 줄여보겠다고 천사를 꼬드기는 대범함에 감탄하고, 아무리 애를 써도 천국행 티켓으로 바꿔가는 인간이 나타나지 않아 역시 악마답구나, 하며 안타까워 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간다. 가끔 이 길이 맞는 건가 의심될 때가 있기도 하지만 어느 틈에 궤도를 찾아 돌아가니 너무 걱정하지 말 것. 무겁지도 않고 사이즈도 아담한 문고판이라 출근길에 가방에 넣어 다니기 딱 좋다. 당장 챙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