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식물 친구
김태평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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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는 공포를 낳는다. 잘 알지 못하는 대상은 그래서 늘 두렵다. 개나 고양이와 한 번도 함께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그네들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혐오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나에게는 파충류나 양서류가 그런 대상이니까.


식물은 좀 다르긴 하다. 일단 눈에 보이는 속도로 움직이지 않고 호오옥시라도 위협을 느낀다면 거의 아무 죄책감 없이 처분(!!)해버릴 수도 있다. 요즘엔 식물도 감정과 기억을 가진다는 연구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지 않나. 하여 오히려 그런 이유로 식물을 돌보는 일은 영 관심이 가지 않았다. 상호 교감할 수 없는 상대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이런 내 손에 맡겨져 예견된 죽음을 향해 나아갈 식물을 생각하면 불쌍하다. 그렇게 되고 말 거란 생각에 두려워 어쩌다 눈이 가는 아이들이 있어도 고민 끝에 그만두곤 했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림 친구들 중에 유난히 식집사가 많아서인지 갈수록 마음이 흔들린다. 함께 사는 남편이 자꾸 화분을 들이고, 와중에 또 잘 키워내니 어쩌면 나도 제법 괜찮은 식집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도 생겼다. <초보 식집사의 그림 에세이>를 선택한 건 흔들리는 마음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초보인 저자가 어떻게든 성공했으니 책도 썼겠지 싶었다.


갓 피어난 어리고 여린 새 잎 같은 연둣빛 표지와, 「태평」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편안한 그림체, 꾸밈없는 소탈한 문장들이 여러모로 식집사 이야기에 잘 어울렸다. 감추지 않고 위트 있게 그려낸 실패담 덕분에 웃으며 위안도 얻었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결국 교감과 역지사지 정신이 필수인 거였다. 개, 고양이, 쥐마다 대하는 태도와 챙겨줘야 하는 포인트가 다른 것처럼, 식물도 그 종류에 따라 포인트가 달라진다. 이건 이미 알던 것이다.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올리브 나무에 대한 편견’ 편이었다. 올리브는 나도 키워보고 싶었지만 환경이 전혀 맞지 않을 거란 생각에 금세 포기했던 아이였고, 태평 씨 역시 같은 생각으로 주변에서 키우고자 하는 이가 있어도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물 받게 되어 돌보다 보니 우려와 달리 쑥쑥 잘 자라더란 거다. 물론 아무렇게나 놔둔 것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만큼 환기를 시키고 햇볕을 쬐도록 노력 해주었고, 올리브 나무는 그에 화답한 것이다. 무지한 상태에서 가졌던 막연한 공포를 버리고, 상대에 맞추어 노력하는 것 - 상대에, 맞추는 것.


아무래도 식집사의 삶은 좀 더 보류해야겠다. 게으른 나와 척박한 사무실 환경을 생각하면 예쁘다고 무작정 데려올 수 없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서 내가 처한 상황에서 잘 맞춰줄 수 있는 예쁜 아이를 찾아봐야지.


흔들리는 마음에 박차를 가하긴커녕 멈추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길 잘했다. 막연한 공포 대신 구체적인 실천의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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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작별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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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손에는 형이 있다"니, "내 왼손에는 흑염룡이 산다"도 아니고 대체 뭐람. 중2병 걸린 남자애 얘긴가 했더니 무려 고등학생이란다. 골치 아픈 애네. 그렇게 콧방귀를 뀌며 읽기 시작했는데 좀처럼 멈출 수 없다. 어린 애가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의심하면서도 행여나 뒤에 남겨질까 조바심 내며 다음 장, 또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쉴 새 없이 이야기가 엎치락뒤치락 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늘 힘들지만, 하필 그 직전에 다툼이라도 있었을 경우 남겨진 사람이 가지는 부채감은 엄청나다고 한다. 고작 고등학생, 게다가 상대는 영혼의 단짝이라 할만한 쌍둥이 형이다. 힘든 일은 모두 잊게 해준다는 마약 사파이어(하필 마약이다. 제발 그런 건 죄다 사라졌으면)로 인해 여러 가지 사건이 계속 생겨나지만, 결국 작가가 바란 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약에 의존하거나 의식의 저편으로 도망치는 식으로는 온전한 이별을 할 수없다. 제대로 정신 차리고,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거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남은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가이토와 다케시는 두 번의 작별을 해야 했을지 모르겠다.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친 첫번째 작별, 그리고 제대로 떠나보내기 위한 두번째 작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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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복순이
김란 지음 / 소미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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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력은 떨어지지만 발이 닿는 한 열심히(내 나름대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취미였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무척 열정적인 사람들을 더러 보게 되는데, 눈살을 찌푸릴 때가 종종 있었다. 더 좋은 사진을 찍겠다고 출입 금지 선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 날아오르는 모습을 찍겠다고 일부러 쉬고 있는 새들을 쫓아내는 사람 등- 내가 보는 이 좋은 모습을 사진이라는 도구로 잡아두고자 하는 마음은 다들 같을 테지만, 그 행위가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 본말전도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자연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느끼고 경험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덧 욕심이 되어 그토록 바라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내 손으로 파괴하는 결말을 낳는다.

돌고래 복순이는 그런 사례 중에서도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명한 드라마 '우영우' 덕분에 이런 쪽으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아마 많이들 알게 됐을 터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기에 이야기는 복순이를 비롯한 돌고래들이 어떻게 자유를 잃었으며, 인간의 이기와 이타가 어떻게 충돌하고 타협해 결국 해피 엔딩으로 이어졌는지의 이야기를 되도록 부드러운 어조로 들려준다.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삽화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도 썩 좋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고래며 돌고래를 보겠다고 배를 타고 그들을 쫓아다니며, 친환경이라는 명목으로 세운 풍력 발전은 도리어 연안의 돌고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살기는 해야 할 텐데, 뭘 잘 해보겠다고 하는 것마다 부작용이 크니 이를 어쩌나. 이렇게나 부족한 우리들이기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애쓸 수밖에 없다.

어린 아이들에게 말해 주기엔 다소 잔인할 지 모르겠지만, 해피 엔딩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더 희망적인 메시지일 수도 있겠다. 얘들아, 우리 손으로 해피 엔딩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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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림소다
누카가 미오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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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치카, 료, 와카나, 교코, 아카시 - 입시 지옥을 벗어난 청춘들답게 풋풋하고 미묘하지만,  장르는 청춘 로맨스가 아니라 미숙한 청춘들의 가치관 충돌기, 일명 성장소설.


재혼 가정의 상황에 놓인 적이 없어서 료나 와카나 같은 마음을 아주 잘 알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그냥 싫다'라는 게 뭔지는 알 것 같다. 싫다는데 자꾸 착한 척, 좋은 가족인 척 연기하라고 강요받으면 나라도 폭주할 테지. 하지만, 싫어도 괜찮은 거다. 싫을 수 있지. 싫어하는 걸 잘못이라고 생각하니까 자꾸 문제가 생기는 거다.


"사이좋게 잘 지내자. 사이 안 좋은 남매로서."


애초에 싸울 수 있다는 건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유효한 감정이 남아있다는 얘기이다. 적어도 상대와 인연이 맺어진 상태라야 비로소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은 싸운다. 때로 도를 넘어버릴 때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그렇게 되기 전까지 싸우고 또 싸우며 상대를 깎고, 나를 깎으며 맞춰간다. 남이 아니기에 어지간해서 한 번의 싸움으로 연이 끊기지 않는다. 질기디질기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으니까, 가족이 되자. 싫으면 싫은 대로, 싸움이 나면 나는 대로, 그렇게 가족이 되어가자.

"사이좋게 잘 지내자. 사이 안 좋은 남매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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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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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다. ‘어서 와’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매우 행복한 일이다.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NHK 작가 인터뷰 중에서)

치요 엄마는 진짜 내 엄마가 아니다. 그저 호텔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거금을 받고 진행하는 서비스용 엄마일 뿐이다. 내가 가진 어떤 추억도 치요 엄마와는 공유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엄마조차 간절한 사람들이 있었다.

갈 곳을 잃어버린 채 산산히 부서지려는 마음을 겨우 붙들고 버티는, 그런 사람들.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라는 책 제목처럼,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몹시 필요한 그런 사람들이, 치요 엄마를 찾아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갈아타며 노쇠한 시골 마을을 찾는다.

그다지 거창한 서비스는 아니다. 그저 끝내주게 맛있는 치요 엄마의 밥상을 받고, 잠자리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된 시골집에서 하룻밤 묵는 것이 전부이다.

그것뿐인데, 아아, 엄마- 치유된다는 것, 위로받는다는 것은 특별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것을..!

내 엄마, 아빠가 아직 내 곁에 계셔서 감사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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