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로즈 트러메인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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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소가 문을 닫았다. 이유는 매우 타당한 한편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더는 벨 나무가 없었던 것이다.

낙후한 경제, 희망없는 국가, 그럼에도 먹고 살아야 할 입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현실을 꾸려가야 했기에 레브는 영국행 유럽횡단버스에 몸을 실었다. 몇 벌의 옷과 몇 갑의 담배, 몇 병의 보드카, 몇 장의 이십 파운드짜리 지폐를 가지고서.

시종일관 암울한 이야기일 거란 우울한 예측과 달리 런던에서의 레브의 삶은 썩 나쁘지 않았다. 어려운 순간들은 늘 있었지만 그에게는 도와줄 이웃과 위안이 되는 친구가 있었고, 무엇보다 시련을 이겨나갈 레브 자신의 의지가 있었다. 돌아갈, 돌아가야 할 집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타국으로 건너가 고생한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한 나라의 노동자인 레브의이야기지만 곧 우리네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낯선 곳에서 홀로서기를 해야했지만, 진실로 혼자였다면 그는 결코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점을 다시 한번 깨우쳤다. 진실된 마음으로 성의를 담아 상대를 대할 것.내 삶이 다해 집으로 돌아가는 날, 미래를 향한 기대와 벅참이 내게도 가득할 수 있도록, 내일도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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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케치 습작 노트 (스프링) - 수채 컬러링 + 펜 드로잉
배은윤 지음 / 북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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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치.. 늘 멋지다 생각했지만 애초에 밖을 다니는 것도, 남들 보는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못 하는 터라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었는데 마침 이렇게 컬러링북으로 나와줘서 저같은 사람도 그 맛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게 됐어요^^


습작 노트라는 제목에 걸맞게 마치 연습용 드로잉북처럼 스프링 제본으로 되어 있고요, 뒷표지에 전체 그림 목록이 나와있어요. 목록에 나와있는 그림들은 컬러링 시트 앞부분에 지명 소개와 함께 어떤 식으로 채색하면 되는지가 섬네일로 제공이 돼서 저같은 초보도 어영부영 따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은 물감 쓰는 법에 대한 내용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아요. 작가님이 따로 색 번호를 첨부하진 않았지만 조색을 거의 하지 않고 원색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초보도 어렵지 않게 색을 쓸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기법이니 뭐니 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자기의 느낌을 살려 채색해보길 바라셨나봐요.


또 각 시트마다 큰 사이즈의 완성본이 첨부되어 있어서 어떤 색을 사용했는지, 음영을 어떤 식으로 처리했는지 참고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컬러링 시트를 따로 잘라내서 완성본을 보며 채색했답니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아무래도 수채화라 물을 많이 쓰다보니 종이가 좀 울긴 했지만, 덧칠도 여러번 하고 물 조절도 실패하고 했어도 종이가 일어나거나 마른 뒤에도 많이 꿀렁(?)거리진 않았어요. 그래서 뒷면에는 오일파스텔로도 컬러링을 해봤는데요, 앞뒤를 다른 색으로 칠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같은 그림이 총 세 장 제공되는데, 한 장은 펜 선이 연하게 되어 있어서 펜 선부터 그리는 연습도 되고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재료를 사용해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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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수훈 - 성경에서 찾은 성공의 원칙
에밋 폭스 지음, 박에스더 옮김 / 판미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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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첫째로 깨달아야 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예수가 가르친 건 신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P.15 예수는 무엇을 가르쳤나 中에서)


“예수의 가르침에는 교회 중심의 교리를 세우고 성직자의 위계질서나 조직, 의례 등을 타당하게 해 줄 근거가 없다.”

(P.18 예수는 무엇을 가르쳤나 中에서)


성경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기적을 존재하지 않는 비과학의 영역이라 치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 논란이 될 것이 분명한데도 - 적극적으로 성경을 옹호하며 예수의 가르침을 지지한다. 다만 오직 말씀 그대로. 말씀을 이용한 인간의 권위가 아니라 오직 말씀의 권위, 그리스도의 말씀 그 자체에 집중하라 강권한다.


솔직히 지긋지긋했다. 스스로를 목자라 칭하며 자기 말이 곧 성경의 법도인 양 내리누르며 왕 노릇 하려는 일부 목회자들의 행태가. 어쩌면 명령조의 말에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반발하는 습성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식의 부정적인 생각들까지 모두 걷어내라고 말한다.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고 가르침을 살펴 악에 대적하지 말라. 정신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삼가라. 말하자면 그것에게 자기 영혼의 양식을 먹이기를 거부하라.”

(P. 160 악에 대적하지 말라 中에서)


매일 매순간 말씀에 집중하고 그리스도의 성품을 좇는 것에만 힘쓰며 오직 선한 것을 생각하라, 악에 대적하거나 저항하려 애쓰는 것이 도리어 악한 생각을 곱씹게 만들어 내 영혼을 좀먹는다고 강변한다. 악한 일을 당했을 때에도 상대 안에 존재하는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선한 마음으로 돌려줌으로써 악을 소멸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예수께서 말씀하신 "다른 뺨을 돌려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라고 짚어준다.


도둑질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이와 같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제는 고차원의 사고가 어려웠던 구약 시대의 것이다. 인간은 세월을 따라 충분히 진화했고, 예수는 이제 어린아이의 단계를 벗어나 속사람이 성장하기를 바라신다. 법이 있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의 성품을 가짐으로써 법을 넘어서는 삶을 살라고 하신다.


또한 이것은 긍정적인 사고로 인해 삶을 긍정하는 것으로, 그로 인해 온전한 축복 속에 들어가는 삶으로 이끈다. 그리스도의 선한 성품을 닮고자 매순간 노력함으로써 부정한 기운이 끼어들 틈을 차단하고, 모든 순간을 긍정의 눈으로 살펴 불평•불만의 소리를 차단하는 것, 그리하여 이 땅에서 진정한 축복을 누리며 성공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PS. 종교를 떠나 실로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다만 번역은 좀더 쉬운 문장으로 다듬어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고 가르침을 살펴 악에 대적하지 말라. 정신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삼가라. 말하자면 그것에게 자기 영혼의 양식을 먹이기를 거부하라.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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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슬픈 거예요?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0
임수정 지음, 김혜원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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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떠나셨어요. 할머니와 함께 관찰했던 개미도, 할머니가 곱게 접어 만들어주신 기사의 투구도, 할머니와 함께 만났던 꽃들도 다 있는데 할머니의 안경, 할머니가 보시던 책, 할머니 - 할머니가 떠나셨어요. 할머니가 없어요!

사랑하는 할머니가 떠나신 후의 일들을 편지 형식으로 담아낸 이 책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어린이들에게 슬쩍 보여준다.

- 준아, 그리움이 뭘까?
- 글쎄, 뭔가 보고싶다는 마음?
- 흠. 그럼 그리움은 슬픈 걸까?
- 에이, 그건 좀 아니지 않아?

서정적인 그림과 아이다운 언어로 쓰여진 책이 참으로 아름답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할머니가 괜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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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너머 집 비룡소의 그림동화 320
소피 블랙올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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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너머, 굽이굽이 흘러가는 시냇물의 반짝임이 머무는 곳에 이층집 한 채가 서 있어요.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그 오래된 농가는 사람 소리가 끊긴 곳이 어디나 그렇듯 기울고, 휘어지고, 부서진 채, 깊은 한숨을 두르고 있었죠. 소피 블랙올이 찾아낼 때까지요!

소피는 집을 찾아냈을 뿐 아니라 낡은 집이 소중하게 품고 있었던 열 네 명의 스완택 가족의 이야기도 발견했어요. 따스한 햇살 아래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의 키를 재던 계단 옆의 나무 기둥, 감자 도장으로 장식된 귀여운 벽, 별들의 반짝임에 맞추어 연주하던 거실의 오르간, 화덕에서 익어가는 파이와 따끈한 스튜-

낡은 농가에서 찾아낸 그들의 흔적이 소피의 손 안에서 되살아나 그림책의 페이지들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오래된 잡지에서 오려낸 그림과, 예쁘지만 낡은 천들, 부스러진 가구의 잔해와 먼지들- 죽은 줄 알았던 이 모든 것들이 소피의 손에서 다시 이야기를 얻고, 생명을 얻습니다.

겹겹이 레이어드된 그림들은 낡은 집이 품어온 이야기만큼이나 풍성하고 깊습니다. 당신에게도 언덕 너머 집이, 있을까요?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낡은 집 하나가 가슴에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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