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기억의 도시 -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간과 장소 그리고 삶
이용민 지음 / 샘터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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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스퀘어와 센트럴 파크가 있고, 9·11 테러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곳. 뭔가 미진하다. 검색엔진에서 '뉴욕'을 검색해 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 트렌드와 가깝지 않게 지내서 나는 그곳을 모르는 걸까? 뉴욕이 대체 어떤 도시이길래 이토록 다양한 분야, 다양한 시선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는 걸까? 스스로 천상 도시 여자라 칭하면서도 정작 사람이 몰리는 대도시에 로망을 가진 적이 없는 터라 뉴욕을 선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오늘도 읽는다. 뉴욕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뉴욕에 대하여.


나는 이 책을 뉴욕의 건축과 도시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었지만 이 책을 매개체로 하여 건축 공간과 장소에 대해 대중과 함께 소통해보고자 한다. 책에 등장하는 뉴욕의 건축, 도시, 장소를 떠올리고 기억하며 한국 도시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자. (중략) 한국인 대부분은 획일화된 아파트라는 이름의 공동주택에 살고, 도시는 아파트 단지로 뒤덮여 있다. (중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아파트 건축이 멋지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이러한 대형 아파트 단지가 우리가 보물로 물려받은 한반도의 자연적 요소인 산이나 하늘을 가리고 있다. 건축과 도시 문화가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라이프를 만드는 도시를 만들 수는 없을까?

- 작가의 말, 들어가며 중에서


개인적으로 작가의 말 중에서 이 부분에 강하게 사로잡혔다. 이후 책을 읽는 내내 계속 이런 관점에서 뉴욕의 건축물과 거리를 살피게 되었다.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였을 거다. 도시건 도시 외곽이건 눈을 돌리면 어디에나 우뚝 솟아있는 아파트 기둥들이 시선을 죄다 가려버리고, 온통 콘크리트에 매몰되어 겉보기에 누구나 똑같아진 이런 몰개성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흉한 줄 모르고 계산기 두드리기 바쁜 모습들에 늘 염증을 느꼈던 터다.


뉴욕이라고 늘 좋은 방향으로만 발전하진 않았다. 알다시피 미 대륙 정복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무자비하게 살던 곳에서 쫓겨났고, 그 후로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이들이 터전을 잃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숨 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능에만 치우치지 않고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건축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포용할 줄 아는 또 다른 결정권자들과 뉴욕 시민들이 있었다.


저자는 뉴욕의 공원과 거리, 건축물들을 살피며 그런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 들려준다. 건축을 중심으로 뉴욕의 발전사를 짚어주고, 거리와 공간을 이동하며 뉴욕이 어떻게 개성을 살리며 뉴욕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는지 짚어준다. 뉴욕에 반한 사람이니만큼 감상은 대체로 후한 편이지만 저자 본인의 시선에서 아쉬운 점도 날카롭게 평가함으로써 중심을 잡는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한국의 도시들이 이제는 경제 논리를 벗어나 좀 더 여유롭게 공간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지시킨다.


건축 전문가의 글이니만큼 다소 생경한 건축 용어들이 종종 언급되지만 나 같은 문외한도 적절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은 인문학 도서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막론하고 뉴욕을 색다른 시선으로 즐기고픈 이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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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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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스러울 만큼 비참했다. 수십 수백 마리의 모기떼에 둘러싸이고, 발에 맞지 않는 장화 속은 늘 진흙과 흙탕물이 차있다. 때로는 허리까지 빠지는 늪을 매일같이 건너다녀야 하고 쥐똥과 불개미가 득실대는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떠날 생각을 하는 사람이 비단 저자 뿐일까.. 게다가 자원봉사자로서 돌봐야 할 동물들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다. 그럴 수 밖에 -그들은 모두, 소중한 자신을 인간에게 파괴당했으니까!

이 글의 저자인 로라와 특별한 교감을 나누었던 와이라, 학대당한 트라우마로 슬픈 원숭이 코코와 파우스티노, 그외에도 피오들과 모로차, 사마, 루 - 정말로 비참한 것은 더 나아지긴 커녕 점점 더 커져가는 - 멈출줄 모르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다.

후진국은 우리도 배불리 먹어봐야지 한다. 선진국은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한다. 먹고 살 만한 개인들은 야생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아야 마땅할 존재들을 잡고, 가두고, 구경하고, 조롱하고, 버린다. 그러나 버려진 이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 와이라는 자유를 누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줄 어미는 밀렵꾼에게 죽었고, 와이라가 배운 건 고통과 두려움, 케이지 속 세상 뿐이었다.

문명 사회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하루는 커녕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울 그곳에서 열악한 환경과 싸우며 기어코 「고양이들」과 다른 동물들 곁에 남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진부하고 상투적인 말이지만 사랑이다. 인류에게 남은 유일하고 절대적인 희망이다.

놀랍게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비참한 파르케의 모습에 진저리치던 나는 그곳의 시간을 좇을 수록 그런 것이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들 자신이 웃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인상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저 와이라와 남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길 바랄 뿐.

많은 이별과 변화가 생겨났지만 그곳을 떠나간 이들의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적어도 그 사랑이 남아있는 한 이 땅의 비극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비록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만큼, 그렇게.

또한 늘 기억하리라.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동물이 사냥되고, 마지막 강이 오염되면,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을 것이다. 돈을 먹을 수는 없다는 것을.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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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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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하고 불렀습니다."

다정한 한 마디로 시작하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름의 코코에게 띄우는 편지.

시인의 서간시 한 편과
화가의 그림들이 어울려
이토록 마음 따뜻한 책이 되었다.

이 땅에는 온 마음을 다 주고도 버림받은 무수한 코코가 있다. 아팠을 수도 있고, 애교를 부릴 줄 모르는 성격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그저 생김새가 눈에 안 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중 어디에 생명을 유기할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그럼에도 버려진 코코에게는 더는 믿지 않을, 더는 눈 마주치지 않을, 더는 사랑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되었으나 - 코코, 너의 사랑은 기어코 다시 시작되었구나.

세상보다 따뜻한 것을 한 입 가득 물고서
심장을 포개어 주려고 달려오는
작고 기쁜 영혼아.
(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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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 인간 파란 이야기 13
방미진 지음, 조원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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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은 결국 멸망할 거야"

이 한마디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지금도 충분히 멸망의 날이 코앞에 닥친 듯 한데, 인간의 욕심은 도무지 채워질 줄을 모른다. <비누 인간>, <진화 인간>을 거쳐 <도플 인간>까지 오는 동안 줄곧 멸망을 향해 달릴 뿐이다.

지구 밖에서 온 (이 부분은 추정이다. 애석하게도 1, 2부를 읽지 못해서 <도플 인간>에 잠깐씩 언급되는 것들로 앞부분을 추정해야 한다.) '다엘'이라는 진화인간에게서 추출한 나노 세포. 이것은 아무래도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기술로 만들어낸 인공 세포인 듯한데, 이 세포를 이식받은 사람은 불치병이 낫는 것은 물론이고 지능과 육체면 등에서 월등히 뛰어난 '진화인간'으로 거듭난다.

20여 년에 걸친 회사 생활에서 내가 깨우친 것은, 사람은 1을 허용하면 거기에서 멈추거나 만족하지 않고 2와 3까지 바란다는 것이다. 1이 되면 2도 해줄 수 있지 않냐, 전에 2까지 해줬는데 이번에만 3까지 해달라, … 요구는 끝없이 이어진다. 누구 한 사람에 특정한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욕심이 그러하다.

<도플 인간>은 이 부분을 분명하게 짚어낸다. 처음에는 그저 당장의 고통을 멈추는 것에 기뻐했을 그들은 점차 욕심을 부풀려 간다. 남보다 잘난 내가 되고자 한다. 그 주사가 불러올 미래를 생각해볼 여유 따위 없이, 당장 얻게 될 이익에 눈이 먼다. 주사를 맞은 사람은 세포 하나까지 똑같은 또 다른 나로 분열한다. 버려진 손톱을 먹고 똑같은 사람으로 변해서 나타난 쥐처럼, 이제 도플 인간들은 누가 '진짜 나'인지 입증해야 한다. 과거의 추억과 감정까지 고스란히 똑같은 상황에서,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버려지는 나는- 대체 어느 부분이 가짜여서 죽임당할 것인가. 이쯤 되면 이야기는 SF의 범주를 넘어서 공포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초등학생 용으로 각색된 것일 뿐 실제로는 성인용 소설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과연 이 책을 읽은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 궁금하다. 바로 읽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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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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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심상찮다. 시종일관 자신을 억누르며 속을 내비치지 않는 소요코, 그 자체이다. 화려한 붉은 꽃에 둘러싸여 눈물을 떨어뜨리는 쪽과 섬뜩하도록 무표정한데다 무지개빛 코팅에 반사되는 빛 때문에 자꾸만 형태가 흐려지는 쪽, 어디가 참된 소요코일까?

첫 페이지부터 익숙치 않은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가 몇 페이지나 이어지기에 이거 좀 지루하려나 하는 순간, 사건이 시작된다. 적어도 겉보기에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가정을 한 순간에 파괴해버린 그 사건은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 그로 인해 남은 사람들 사이에 의심의 씨앗이 뿌려진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언령 -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서 자주 언급되는 그것이 이 책에서도 핵심의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말이 가진 힘이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크기가 결정된다. 애석하게도 모든 사람이 타인의 말에 굳건할 수는 없다. 악마는 교묘하게 그 틈을 노린다. 또한 사람은 어리석기 그지 없어서 한번 품은 의심을 여간해서 버리질 못한다. 그 앞에 어떤 증거를 들이민다해도, 구마모토의 말처럼 의미 없는 일이다. 믿지 않기로 결심한 이상은.

도무지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의심의 덩굴 안에서 이 가족의 앞날은 과연 어찌될 것인지. '믿는다'는 말의 무게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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