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 - 하루 10분, 작은 습관이 만드는 커다란 변화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
퍼포먼스 코치 리아 지음 / 넥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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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께부터 이런저런 소소한 취미에 도전해 보고 있는데, 이번엔 영어 필사를 시작해봤어요. 매일 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원서를 필사한다거나 하는 일은 도저히 무리라 생각했고, 그런 건 또 끝까지 해낼 자신도 안 생기더라고요.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은 일단 분량 면에서 합격이에요. 반 페이지 분량이라 집중하면 10분 아니라 5분 만에라도 끝낼 수 있고, 고작 20일 남짓했을 뿐이지만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그만큼 재미도 있고요. 한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열 개씩 나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요?


몇몇 단어들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해석할 만한 난이도여서 먼저 한번 쭉 훑어보며 어떤 내용인지 유추해 보고, 문장을 따라 쓴 다음 해석본을 보며 그날의 이야기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했어요. 저는 영어 실력보다 그저 필사가 하고 싶어 시작한 거여서 더 부담이 적었던 것 같기도 해요. 게다가 매일의 문장들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서 더 즐겁게 적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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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일제강점기 역사
이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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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대한제국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역사는 언급하는 이의 사견이 섞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되도록 추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애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치욕의 역사인 일제강점기 시대를 복기하며 그러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익히 알고 있는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도 감정적인 묘사로 문장을 채우기보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담담히 기술하여 보는 이가 각자의 생각대로 역사를 판단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었다.

일제의 탄압 아래에서 우리네 선조들이 무슨 이유로 자신들이 가진 재산과, 능력과, 심지어 목숨까지 걸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어야 했는지, 어째서 그만한 열정을 품고도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는지, 그 과정에서 하나로 뭉쳐도 일이 될까 말까 한데 기어이 사상과 입장에 따라 갈라져야 했는지-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진다. 그 역사가 여전히 이 땅에 남아 현재의 대한민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생각하면 약간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각 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된 독립운동가들의 어록을 한 문장씩 읽다 보면 때로 슬프고, 때로 감탄스럽고, 때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시대를 돌아가 내가 그 시절을 살았다면 과연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당장의 내 안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애써 변명할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읽어야 할 책,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역사이기에, 남녀노소 모두가 읽기에 부담되지 않도록 글자는 크고 문장 또한 어렵지 않다. 한글만 읽을 수 있으면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부터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지난 역사를 충분히 반성하고 검토하고 그에 대해 제대로 숙고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또다시 잘못된 선택으로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게 될지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렇게 된다. 수많은 목숨을 바쳐 얻어낸 그 진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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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 최첨단 과학이 제시하는 '사후 세계'의 가능성
다사카 히로시 지음, 김윤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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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시작해 철학으로 끝나는 책-이라고 정리해도 될까? 양자물리학(혹은 양자역학)이라는 생소한 세계에 대해 배우던 중이었는데, 어느 틈에 저자의 체험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사후 세계 이야기로 넘어가있다. 후반부를 철학으로 간주한 이유는, 과학이라는 이름을 덧대기에는 그것이 아직 너무 먼 존재라는 내 개인의 인식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저자 역시 끊임없이 '가설'임을 강조하니까 그리 잘못된 인식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과학자이자 연구자로 일생을 살아온 저자가 현대 과학의 한계를 고백하는 부분이다. (요소 환원주의의 한계/물질 소멸이라는 한계/설명 불가능의 한계, 제2장) 이는 곧 이 책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양자물리학의 한계와도 관련이 있다. 검색을 조금 해봤는데, 「양자역학을 통해 얻은 결과 자체는 명확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학자들이 최신 기술을 총동원하여 연구에 전념하고 있지만, 인간의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는 진리를 규명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한계 앞에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의식을 확장하고 최대한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찾아 자신의 가설을 입증해가는 과정이- 비록 그 신념이 내가 가진 것과 상충할지라도 - 멋있었다.


아마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한다면 초반에는 예상치 않은 난이도에 제법 고생할 것이다. 종장을 제외하고 총 12장 중에서 5~6장까지 나 같은 사람은 평생 들어볼 일이나 있겠나 싶은 낯선 과학 용어들이 제법 나온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종이와 펜을 찾아들었다. 마치 고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책에서 설명해 주는 양자물리학의 개념을 정리했다. 저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 위치에 있지는 않아서일 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쓰려고 노력한 것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이론과 가설은 생소한 것인 만큼 꽤 흥미로웠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각자 처한 입장과 지금껏 가져온 사고방식, 신념 등에 따라서 이 책의 주장은 달리 보일 것이다. 주장의 근거가 아직 가설의 단계에 있기에 비판의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주장하는 모든 것들은 어차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 내에 있을 뿐이다. 죽기 전에는 죽음 이후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확실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탓에, 나는 저자의 의견에 가타부타 의견을 내지 않으려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죽을 것이나 소멸되지 않기에 결국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 책을 추천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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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사구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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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심상찮다. 분명히 K -디자이너로 상사의 쥐어짬 아래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건만,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 했던가. 직장 상사에게 씐 악령을 쫓아내려다 졸지에 무당의 조수가 되었다.

📃
직장 상사가 이상하다. 누군가는 이 말을 듣고 동의어 반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직장 상사는 본디 이상한 존재인 것을 또 말할 필요가 있느냐고.

이 대목에서 빵 터졌는데, 아뿔싸. 쪼그만 회사에서 20년을 장기근속한 결과 현재 나는 직급상 위보다 아래로 사람이 더 많은, 명실상부한 - ‘본디 이상한’ 직장 상사 아닌가! 웃어도 되는 것, 맞습니까?

솔직히 제목만 봤을 때는 으레 일본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한국 작가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직장 생활을 하는 틈틈이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난 그저 이상한 직장 상사일 뿐인데!

이토록 재기 발랄한 문장으로 가득 찬 책이라니, 마치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어서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어 안달이 나고, 불가피하게 책을 놓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마음이 불편하다. 드디어 최종장에 접어들면 이게 끝이라고? 아직 이야기가 더 필요한데? 말도 안 돼! 하며 현실 부정을 하게 된다. (무당 언니의 이야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으나 곧 속편이 나올 테지만)

책이 나오기 전에 드라마화 확정이라니 더 반갑긴 한데 그전에 속편이 나오면 더 좋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활자형 인간이니까. 그나저나 하용과 무당 언니 역은 누가 맡게 될까? 장르는, 음- 코믹스릴러액션호러퇴마굳세어라금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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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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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다는 말은 어감이 좋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나 달리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 혹은 하지 않고 -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 바랄 뿐인 그 무기력함이 자못 분하다.나는 천성이 게으른 것치고는 본질적으로 투쟁하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말도 안 좋아하고, 어떻게든 어쩔 수 ‘있게’ 싸워서라도 바꿔야 한다는 주의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저 운이 좋았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싸우면 이길 수 있을 정도, 고작 그만큼의 고통뿐이었던 것이다, 내 삶은.

헤세는 ‘견디는’ 삶을 이야기한다. 성직자 가정에서 태어나 아마 틀림없이 신의 사랑을 배우며 자랐을 사람에게, 자신이 속한 국가가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온갖 문제를 벌이는 상황은 씻기 힘든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국가를 따를 수 없다. 그러나 예수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고 하셨다. 어쩌면 감수성 예민한 예술가의 영혼은 그 괴리로 갈가리 찢기기 직전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 삶은,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참으로 다행히도- 그는 견디는 것만 생각하지 않았다. 고통을 견뎌냄으로써 얻어지는 기쁨, 그것을 얻을 수 있는 힘에 대해 가진 지혜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때로는 산문으로,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시로 -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으로 말미암은 결실이 바로 이 책, < 삶을 견디는 기쁨 >이다.

📝
아픔을 주는 것은 다른 것에 있지 않다.
그것을 거부하는 마음이 네게 아픔을 줄 뿐이다.
네가 그것과 함께 한다면
고통은 고통이 아니며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P. 110)

📝
오, 나는 안다.
편안한 날을 맞이하자마자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랑스러운 나날을 고통으로 보낸다는 것을
(쉼 없이 달려감 중에서)

데미안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알 테지만, 사실 헤세의 문장은 술술 읽히는 쪽은 아니다. 꼬여 있고, 불편하다. 졸린 상태에서 읽으려 들었다간 까만 건 글자구나 하는 깨달음. 얻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체하지 않도록 천천히, 꼭꼭 씹자.

분주한 걸음을 멈추고 담벼락 아래 소복한 들꽃을 살펴보듯이, 하늘을 떠가는 구름을 오래도록 바라보듯이, 여유를 부려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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