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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 최첨단 과학이 제시하는 '사후 세계'의 가능성
다사카 히로시 지음, 김윤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2월
평점 :
과학으로 시작해 철학으로 끝나는 책-이라고 정리해도 될까? 양자물리학(혹은 양자역학)이라는 생소한 세계에 대해 배우던 중이었는데, 어느 틈에 저자의 체험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사후 세계 이야기로 넘어가있다. 후반부를 철학으로 간주한 이유는, 과학이라는 이름을 덧대기에는 그것이 아직 너무 먼 존재라는 내 개인의 인식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저자 역시 끊임없이 '가설'임을 강조하니까 그리 잘못된 인식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과학자이자 연구자로 일생을 살아온 저자가 현대 과학의 한계를 고백하는 부분이다. (요소 환원주의의 한계/물질 소멸이라는 한계/설명 불가능의 한계, 제2장) 이는 곧 이 책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양자물리학의 한계와도 관련이 있다. 검색을 조금 해봤는데, 「양자역학을 통해 얻은 결과 자체는 명확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학자들이 최신 기술을 총동원하여 연구에 전념하고 있지만, 인간의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는 진리를 규명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한계 앞에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의식을 확장하고 최대한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찾아 자신의 가설을 입증해가는 과정이- 비록 그 신념이 내가 가진 것과 상충할지라도 - 멋있었다.
아마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한다면 초반에는 예상치 않은 난이도에 제법 고생할 것이다. 종장을 제외하고 총 12장 중에서 5~6장까지 나 같은 사람은 평생 들어볼 일이나 있겠나 싶은 낯선 과학 용어들이 제법 나온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종이와 펜을 찾아들었다. 마치 고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책에서 설명해 주는 양자물리학의 개념을 정리했다. 저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 위치에 있지는 않아서일 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쓰려고 노력한 것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이론과 가설은 생소한 것인 만큼 꽤 흥미로웠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각자 처한 입장과 지금껏 가져온 사고방식, 신념 등에 따라서 이 책의 주장은 달리 보일 것이다. 주장의 근거가 아직 가설의 단계에 있기에 비판의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주장하는 모든 것들은 어차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 내에 있을 뿐이다. 죽기 전에는 죽음 이후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확실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탓에, 나는 저자의 의견에 가타부타 의견을 내지 않으려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죽을 것이나 소멸되지 않기에 결국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 책을 추천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