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입니다. 엘리자베스 시대 시인 존 해링턴 경이 쓴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Treason doth never proper: what’s the reason?

Why, if it prosper, none dare call it Treason.

반역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지니 그 이유가 무엇인가?

성공하면 아무도 감히 반역이라 부르지 못함이라.

-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561 - P128

뭔가 questionable수상쩍은하고
querulous불만에 찬한 느낌,
quaking요동하는
quagmire진흙수렁나
quivering흔들리는
quicksand모래수렁처럼
quavering부들거리는한 느낌 또는
quibble투덜댐과
quarrel말다툼,
queasiness메스꺼움와
quackery사기꾼 같은 짓,
qualms께름칙함와
quilp(‘퀼프’)3를 연상시키는 글자이니 말이다. -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561 - P130

이렇게 사람 이름이 붙은 발명품의 경우 사람이 먼저인지, 발명품이 먼저인지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crapper변기를 발명한 Thomas Crapper토머스 크래퍼가 바로 그런 예입니다. -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561 - P136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crap, crapper변기, crap around허튼짓하다, crap about헛소리하다 같은 말들이 미국에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영국 영어에서는 crap이 Crapper에서 유래하지 않았지만, 미국 영어에서는 그렇게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Crapper는 crap이란 말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널리 퍼뜨리는 데 공을 세운 셈입니다. -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561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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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레타 전체를 어깨에 걸머진 기분이었다. 혹시 배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거나, 시험에서 일등을 하지 못하면 크레타가 수치스러워진다. 나에게는 어린아이다운 태평함과, 신선함과, 경박한 기질이 없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215

아버지가 머리에 떠오르자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아버지는 화약으로 얼룩지고 팔에 심한 부상을 입은 몸으로 얼마 전에 돌아왔다. 이제 총성은 멎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에 걸쳐, 그토록 많은 피를 흘리고 난 다음 자유는 크레타 땅에 피투성이의 발을 디뎠다. 곧 헬레네의 게오르기오스 왕자가 도착해서, 크레타와 그리스가 영원히 통일되어야 할 중대한 시기에 도움의 손을 내밀 터였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220

월계수와 조상들의 뼈로 장식된 문을 통해서 나는 사춘기로 들어섰다.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238

커다란 두 마리의 야수가 내 몸속에서 머리를 들었으니, 하나는 육체라는 표범이요, 또 하나는 인간의 내장을 파먹으며 먹으면 먹을수록 배고파하는 이성이라는 독수리였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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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 같은 휴일이면 모든 사람이 옷을 차려입고, 보석으로 몸치장을 하고, 집을 나서 골목마다 넘쳐흘렀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57

크레타의 피를 확실히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나는 참된 인간이란 아무리 곤경에 처했어도 신의 앞에서까지도 저항하고, 투쟁하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정을 내렸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64

내가 어렸을 때 크레타의 대기는 들짐승 같은 터키인들의 입 냄새를 풍겼다.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는 터키 칼이 공중에서 기다렸다. 여러 해가 지난 다음 〈폭풍 같은 톨레도 칼〉을 보았을 때, 나는 어릴 적에 내가 어떤 공기를 숨 쉬었고, 크레타 하늘에는 어떤 천사들이 유성들처럼 떠다녔는지를 알게 되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74

내가 벅찬 재앙이 닥치자마자 형언하기 힘든 비인간적인 기쁨에 사로잡힌다는 사실을 나는 이때 처음 깨달았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79

꼼짝 않고 서서 재난을 지켜보며, 모든 사람들 가운데 아버지 혼자만이 인간의 위엄을 그대로 지켰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81

불운한 일이란 거의 언제나 다른 불운과 함께 닥치기 때문에 크레타에서는 한 가지 불운만 닥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82

글을 쓰는 사람은 억압되고 불행한 숙명을 산다. 그것은 그가 맡은 일의 본질이 어휘를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인데, 다시 말하면 내적인 격렬한 흐름을 정체시켜야 함을 뜻한다. 모든 어휘는 위대한 폭발적인 힘을 내포하는 견고한 껍질이다. 그 의미를 찾아내려면 인간은 내면에서 폭탄처럼 그것이 터지게 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안에 갇힌 영혼이 해방된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90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항상 나를 지켜 준 인내와 집념을 나는 아버지의 냉혹한 가르침에서 얻었다. 삶이 끝나 가는 지금 나를 다스리고, 신이나 악마에게서 위안을 받아들이는 몰락을 범하지 않도록 해주는 모든 불굴의 사상도 나는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얻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96

이 섬은 벅찬 감미로움과 고요함이 넘친다. 잔잔한 바다의 한가운데, 어디에나 참외와 복숭아와 무화과의 더미가 쌓였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199

이것은 내 지적인 삶의 첫 번째, 그리고 아마도 가장 결정적인 도약이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209

무엇보다도 나는 시(詩)라는 방법을 통해 고통과 노력이 꿈으로 변형되기도 하며, 아무리 덧없는 고뇌라고 해도 시가 영원한 노래로 바꿔 놓기도 한다는 커다란 비밀을 이제야 의식하게 되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209

나는 읽고 쓰기를, 머나먼 곳을 보기를, 고통과 기쁨을 직접 경험하기를 원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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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간염으로 술을 중단했을 때도 "육체적으로는 알코올이 전혀 그립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혼 깊숙이 알코올이 그립습니다"라고 썼다(1958.10.14.). 결국 챈들러는 죽을 때까지 술을 끊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72

하드보일드란 헤밍웨이,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가 확립한 ‘스타일’로, 불필요한 묘사나 감정을 배제한 문체를 바탕으로 주인공(독자)의 시점을 1인칭으로 제한하여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구조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지요.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96

그러다가 2011년 무렵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의 한 권인 『심플 아트 오브 머더』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만들면서 챈들러가 쓴 논픽션들을 이리저리 훑다가 그가 쓴 서간문을 모은 책에서 하루키가 ‘챈들러 방식’이라고 부른 편지 한 통을 발견합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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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시나리오에는 성숙한 예술이 없습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47

둘째, 성인용, 즉, 추잡하거나 노골적인 영화도 헤이스 오피스1와 지역 검열위원회가 허락하기만 하면 언제든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48

셋째, 시나리오 문학에는 유효한 실체가 없습니다. 작품은 작가가 아니라 영화사의 소유이고 영화사에서는 시나리오를 보여 주질 않으니까요.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48

넷째, 시나리오라는 예술 분야는 가르치고 배울 수가 없어요. 가르칠 게 없으니까.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48

다섯째, 시나리오란 그 자체로 고통스럽고 지속적인 투쟁의 결과입니다. 그 투쟁이란 작가(혹은 작가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자유를 주지 않은 채 작가들의 재능을 착취하려는 사람들과 작가들 간의 투쟁입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49

여섯째, 지루하고 쓰라린 투쟁 끝에 거대 영화사들이 작가를 기업 윤리의 합리적인 기준에 맞게 대우하는 데 동의한 지가 고작 삼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중소 영화사들은 올해부터 겨우 그렇게 됐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49

일곱 번째, 작가가 영화사의 간섭 없이 작품을 쓸 권리를 얻으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왜? 작가가 영화 만드는 법을 모르니까, 그리고 작가가 그걸 모르게 하는 것이 제작자와 감독의 이익으로 직결되니까요.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50

작가들을 대하는 할리우드의 태도는 불가피하게 진실성이라 부르는 것을 가진 소수의 작가가 아니라, 다수의 작가 집단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들은 질이 떨어지는 말을 사랑하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52

생각이라는 현실적인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 이상 지성인을 위해 글을 쓰지 않을 겁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63

사실은 원래부터 그랬지만 자기들만 몰랐던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끝없는 두려움, 헐뜯는 기술, 그 빌어먹을 개판이 이 세계를 갉아먹어요. 엄청난 소설거리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64

보가트는 진정한 물건입니다. 에드워드 G. 로빈슨2이 조금 더 젊었을 때처럼, 보가트 역시 등장하기만 해도 장면을 장악해 버리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67

영화 <빅 슬립>(1946)은 하워드 혹스 감독,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보가트와 바콜은 영화 <소유와 무소유To Have and Have Not> 촬영시 처음 만났는데 당시 두 사람은 스무 살 넘게 차이가 나는 데다 보가트가 결혼한 상태였음에도 사랑에 빠졌다. <빅 슬립>의 제작사는 이런 점을 홍보에 활용하고자 했고, 두 배우의 성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대사들을 추가해 재촬영한다. 보가트와 바콜은 1945년 결혼하여 보가트가 사망할 때까지 여생을 함께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70

의회는 현재든 미래든 공산당 가입이 죄라는 법률을 제정한 바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사람들을 다른 이들과 똑같이 대우할 겁니다’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멋지겠습니까? 제작자들이 이런 말을 할 배짱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78

좋은 영화 대본의 빌어먹을 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삭제되어 버린다는 거죠. 왜냐, 카메라와 배우가 더 잘, 더 빨리 표현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속도가 빨라지지요. 하지만 어쨌든 처음에는 대본에 있어야만 하는 겁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90

필립 말로 씨, 근무중일 때는 결코 자기 의뢰인과 자지 않는, 단순하고 알코올 중독증이 있는 그 속물이 나를 북돋우려 애쓰고 있습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95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원했던 것은 매혹적인 새로운 언어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비지성적인 사고 수준에 머무를지 모르지만, 보통은 문어적인 형태로만 말해지던 것들을 말하는 것이 힘을 지닌 표현의 수단으로써 어떨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96

필립 말로에게 사회적 양심이라고는 말馬이 가진 것만큼이나 없어요. 다만 개인적 양심이 있을 뿐이죠. 이 둘은 극히 다른 문제입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96

필립 말로와 나는 상류층 사람들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돈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경멸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그 사람들을 경멸하는 이유는 그들이 위선적이기 때문입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97

말로의 지성이 나와 대등하고(더 높을 수는 없겠죠), 그에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많은 기회가 마땅히 있다고 가정할 때, 그는 왜 턱없이 적은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가, 그에 대한 답이 이 전체 이야기입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98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하는 전문직 두세 종을 제외하면, 이 시대에 한 남자가 어느 정도 타락하지 않고, 성공이란 언제 어디서나 부정한 돈벌이이게 마련이라는 냉혹하고 명백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삶에서 적절한 풍족함을 누릴 방법이 전혀 없다는 씁쓸한 현실 때문이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99

타락한 사회에 반항하는 것이 미숙한 것이라면, 필립 말로는 극단적으로 미성숙하지요. 더러운 면을 더럽다고 보는 것이 사회적 부적응이라면, 필립 말로는 사회 부적응자입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14

내 아내는 뉴욕에서 왔습니다. 그녀는 아주 더운 몇 달만 빼고는 캘리포니아를 좋아하죠.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위선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는 나와 의견이 같습니다. 틀림없이 수년 내에, 혹은 수 세기 내에 이곳은 문명의 중심지가 될 거예요. 문명이 남아 있기만 하다면 말이죠. 하지만 다문화의 현장에는 끔찍할 정도로 질립니다. 나는 교양 있고, 우아하고, 사회적인 식견도 좀 있으며, 《리더스 다이제스트》보다는 조금 더 배우고, 삶의 자부심을 주방도구나 자동차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좋습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24

나는 돈이나 어떤 특권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랑 때문에, 어떤 세계에 대한 이상한 미련 때문에 글을 쓰는 거죠. 사람들이 치밀하게 생각하고 거의 사라진 문화의 언어로 말을 하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나는 그런 세계가 좋습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28

나는 하드보일드 작가로 간주되긴 하지만,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하드보일드는 그저 생각을 형상화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41

미국파派 추리소설가들은 대다수가 제대로 읽고 쓰질 못하는데, 나는 제대로 읽고 쓸 줄 알 뿐만 아니라 지적이기까지 하죠. 지적이라는 말 자체는 싫어하지만. 고전적 교육은 하드보일드 특유의 언어로 소설을 쓰는 데는 오히려 좋지 않은 기반인 것 같아 보여요. 달리 생각하게 되기는 했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42

하지만 텔레비전은 완벽해요. 채널 손잡이를 좀 돌리고 뒤로 기대앉으면 모든 생각이 빠져나가죠. 그리고 거기서, 태고의 진흙 바닥에서 보글대는 거품을 보는 겁니다. 집중할 필요도 없어요. 반응할 필요도 없고. 기억할 필요도 없죠. 뇌를 아쉬워할 필요도 없어요, 쓸 일이 없으니까. 당신의 심장과 간과 폐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기능하죠. 그 부분만 제외하면 전부 평화롭고 조용할 거예요. 빈자貧者의 열반에 있는 거죠. 그러다 어떤 고약한 심보를 가진 사람이 와서는 당신보고 쓰레기통에 붙은 파리 같다고 해도, 아무렴 어떻습니까. 도대체 화를 낼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당신은 광고 회사들이 음란물을 만들고 그걸 받아들이는 저능아를 양산했다고 생각합니까? 나에게 텔레비전이란 매끈한 십 달러 지폐 말고는 딱히 기준이랄 게 없는 우리 문명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측면에 불과합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45

나는 서른여덟 살이고 지난 이십 년간 같은 나이였습니다. 그다지 스스로를 명사수라고 여기지는 않지만, 젖은 수건을 들면 꽤나 위험한 남자가 되지요. 하지만 대체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기는 이십 달러짜리 지폐입니다. 남는 시간에는 코끼리를 수집하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53

그녀는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이며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녀는 삼십 년 동안 내 심장박동이었어요. 소리의 가장자리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이었지요.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54

삼십 년 하고 열 달, 이틀 동안 그녀는 내 삶의 빛이었고, 내 모든 목표였습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그녀가 따뜻하게 손을 녹일 수 있게 불을 지펴 준 것뿐입니다. 할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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