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결과로 승부하는 세계였고, 아지오는 이 리그에서 프로 팀 사이에 낀 아마추어 팀에 불과했다. 결과를 내지 못한 자는 무대에 서 있을 자격을 박탈당하고, 무능과 실패에 따르는 혹독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사업의 세계였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10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합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고객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구두만드는풍경은 2010년 1월 청각장애인의 자립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사회적 기업입니다. 자체 브랜드 아지오를 개발하여 최고의 제품은 언젠가는 인정받는다는 믿음과 신념으로 최고의 소재, 기술, 정성으로 명품 수제화로 기억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지난 3년간 고객 여러분의 관심과 도움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으나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운영 법인에서 사업 포기 결정을 내려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아지오 고객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믿음과 신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노력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지오를 구매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평생 에이에스를 해드리겠다는 약속을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되어 너무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사죄드려야 마땅하지만 이렇게 서면으로 인사드리게 된 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객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2013. 8. 30 구두만드는풍경 직원 일동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14
"저도 성공할 테니 아지오도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문재인 후보는 그렇게 아지오의 성공을 빌어주었고, 유석영도 따라서 그의 성공을 빌어주었다. 그해 12월에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낙선했다. 아지오가 문을 닫은 것은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나서였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24
2018년 2월 1일, ‘구두만드는풍경 일터 여는 날’ 행사를 시작으로 아지오의 두 번째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모였고 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 치수를 무료로 재어주는 이벤트도 열렸다. 행사가 끝난 후의 구두 공장에는 기계 소리와 망치 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파주 시절에도 만들었던 심플한 디자인의 ‘아지오 드레스’라는 더비 구두를 가장 먼저 만들었다. 어디서나 신을 수 있을 만큼 점잖으면서도 밑창이 두텁고 발등을 조이지 않아 쉽게 신을 수 있는 더비 구두는 아지오가 지향하는 편안함의 가치와도 꼭 맞았다. 아지오 공장이 다시 돌아가고 최초로 완성된 1호 제품, 블랙 더비를 유석영이 시착을 할 겸 구입했다. 마치 잃어버렸던 자식을 찾은 것 같은 기분에 유석영은 그날 저녁 그 구두를 고이 모셔 갔다. 설레고 벅차서 잠이 오지 않았다. 누웠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구두를 신어보았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52
특히 2020년 코로나의 여파로 아지오가 추운 봄을 보내던 중, 이효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아지오의 신제품인 샌들, 로퍼 등을 신고 찍은 사진을 여러 장 올려주었다. "청각장애인들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아지오 구두. 이렇게 예쁘기까지"라는 글과 함께.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56
그는 믿는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말을. 일터에서의 행복이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것을. 투입되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이렇게 해서 청각장애인 구두 장인이 배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아지오의 성공이다. 그다음, 그다음의 장인을 길러내며 아지오와 청각장애인 장인들이 한국의 제화 기술을 보전하는 날을 꿈꾼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60
여전히 아지오에서 첫 번째로 소중하고 강력한 자산은 청각장애인의 일터를 마련해 직업인으로 자립하게 돕는다는 설립 철학이며, 두 번째는 어떤 어려움에도 그 철학을 잃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진심에서 비롯된 철학으로 창업하고 이를 지켜나갈 때 가치가 만들어지고 성공의 기회 또한 열린다는 것을 새로운 아지오는 증명해가고 있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61
아지오는 ‘경과형 일자리’라 하여 구두 기술자가 경험 없는 직원들을 훈련해가며 일을 하는 구조의 직장이다. 직원 교육과 생산을 같이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유석영은 처음부터 고용주가 노동력을 사는 데서 끝나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기업과 직원이 함께 성장해가는 풍경을 그렸다. 청각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애초부터 구두 일을 해온 이들만 채용하지도 않는다.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구두 장인으로 키워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직업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아지오의 궁극적인 목표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97
안 보이는 CEO와 안 들리는 직원들은 그렇게 아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치 층층이 엮인 구두끈과 같이. 좁은 길 위를 걸어갈 때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는 것처럼, 이 관계는 겉으로는 위태로워 보일지 몰라도 훨씬 더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12
집을 짓는 사람이 있고 지어진 집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지은 집이니 꼭 자기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짓는 데 사명이 있는 사람은 짓는 것이고, 그 집이 좋아서 사는 사람은 따로 있을 수 있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29
2019년 2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지오몰에서 ‘드레스 1001 블랙’을 주문했다. 아지오 시즌 2를 시작하며 개설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통령이 직접 구두를 주문한 것이다. 그에 앞서 2월 12일에 청와대 연풍문에서 두 시간 동안 아지오 팝업 스토어를 열었을 때는 김정숙 여사가 직접 와서 발을 실측하고, 다음 달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순방에 신고 가게 될 ‘드레스 7005’ 모델을 구매했었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35
소비에는 태도가 포함되어 있다. 물건을 하나 살 때마다 그들은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아동 노동력 착취로 만든 옷을 사 입으면 아동 노동력 착취에 찬성 의견을 던지는 것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기업의 물건을 사면 자연 파괴를 지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면 노동력 착취에 반대 의견을 던지는 것이고 유기농 생산물을 사는 것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가진 구매력을 현명하게 사용하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된다. 소비의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는 가성비 좋은 소비만이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착한 기업에 소비하는 것이 더 큰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43
더 소중한 것을 지키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소비에 신중해지고 대량생산과 기계화에 지쳐 다시 사람의 손길이 깃든 물건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 세상의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아지오도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43
패자는 말이 없다지만 우리는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실패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있다. 우리의 실패와 거기에서 얻은 깨달음을 나누면 누군가는 실패하지 않고도 실패의 원인을 알고 그것을 경계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실패가 누군가에게는 교훈과 지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실패담은 성공담만큼, 아니 어쩌면 성공담보다 귀하다고, 그러므로 누군가는 실패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보통 창피해서라도 쉽사리 꺼내지 못할 처참한 실패담을 마치 부끄러움도 모르는 듯 모조리 털어놓았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49
아지오는 손으로 사랑을 말하고 손으로 꿈을 꾼다. 큰 소리도 귓속말도 아닌 손으로 정직을 이야기한다. 고객들의 발에 꼭 맞도록 일일이 손으로 어루만지며 구두를 만든다. 돈의 크기보다 사람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긴다. 아지오는 정직한 손으로 만든 좋은 구두이므로 이를 신는 사람들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52
우리는 새로운 꿈을 꾼다. 참된 생각을 손에 담아 자유와 평등이 범람하는 아지오 세상을 만들 것이다. 조금이어도 나누고 모자라도 베풀며 더 어려운 곳에 제일 먼저 달려갈 것이다. 이제부터는 손으로 만들어가는 아지오 세상을 기대해도 좋다. 실천하는 힘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쪽은 말보다는 손일 테니까.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53
진정한 명품은 고유한 철학과 역사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만들어낸 물건이다. 그러한 명품이 되기 위해 아지오는 견디고 버티며 묵묵하게 역사를 쌓아가는 중이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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