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생활에 익숙한 사람의 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청각장애인들의 삶은 그들만의 세계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 수어가 모국어인 그들에게 한국어는 외국어나 마찬가지였기에 정보 습득이나 교육에서도 소외되기 일쑤였다. 자연히 그들끼리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만들어진 청각장애인들의 문화에서는 비장애인들에게 당연한 것들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67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불통과 오해, 속임수와 이간질이 난무하곤 한다. 말이 통한다 하더라도 신뢰가 없다면 서로 거짓된 말만 하지 않는가. 그러니 핵심은, 직원들이 듣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공장장, 그리고 대표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데 있었다. 보통이라면 평생 마주치지도 않을 법한, 생전 처음 보는 부류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데 모여 일을 하게 되었으니 신뢰가 없는 것도 당연했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72
때로는 갈등을 달래거나 막을 수 없는 환경도 존재한다. 그럴 때는 직접 부딪치며 서로 간에 이해를 적립해나가야 한다. 그 적립된 이해를 팀워크라 한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72
그러나 사람들의 발 모양이 제각각이듯, 모든 소비자는 저마다의 이유로 까다롭다. 굳이 수제화를 찾는 소비자라면 더욱이 그렇다. 게다가 신발은 하루의 안락을 책임지는 물건이 아닌가. 소비자의 요구가 무엇이든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따끔한 가르침이 가슴속 깊이 아로새겨졌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83
그때부터 재고로 남아 있던 수녀화는 ‘건강화’ 또는 ‘효도화’로 불렸고 지금까지도 편안한 구두를 찾는 중년 여성들에게 각광받는 아이템이 되었다. 유석영이 소비자에게 또 한 수 배운 순간이었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85
철저한 현실 분석과 그에 따른 전략. 작은 기업일수록 위기를 만났을 때 견디는 힘은 거기에서 나온다. 아지오에는 이 현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했다. 사회적 기업일수록 날카로운 현실감각을 가져야만 그 이상을 구체화시킬 방안이 보인다. 감성과 이성,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노련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바로 ‘사업’이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하는 건 어렵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92
"저희는 청각장애인 직원들과 구두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다 소가죽으로 되어 있어 발이 무척 편하거든요. 천연 가죽이라 가죽이 숨을……" 그때 유석영의 손에 종이가 한 장 쥐어졌다. 이게 갑자기 무엇인가 하고 만져보니 천 원짜리 지폐였다. "그냥 이거 들고 가세요." 천 원짜리를 쥐여준 사람은 식당 주인이었다. 유석영과 직원이 구걸을 하러 온 줄로 알았던 것이다. 식탁에 천 원을 내려놓고 일어나 다 먹지도 못한 밥값을 치렀다. 그리고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왔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01
문득 지하철 안에서 승객의 허벅다리 위로 껌이며 잡동사니를 재빠른 손길로 던지던 장애인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나타날 때마다 늘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헛기침하는 소리, 안내문을 탁 쳐내는 소리, 바닥에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02
‘저 아주머니도 소녀 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겠지. 그 꿈이 지금의 일은 아니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옛날의 꿈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듯 스스럼없이 자기 할 일을 했다. 이 일이 그와 가족의 생계를,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 그동안의 의구심은 존경으로 바뀌었다. ‘내 앞에 놓인 삶이 있고, 내가 책임질 사람들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거다. 나쁜 일만 아니라면 나 역시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그게 경영하는 마음이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03
장애인으로 사는 일이 힘든 건 장애 그 자체보다도, 장애로 인한 외로움에서 비롯한다. 시각장애인은 사람들이 다 자신을 쳐다봐도 시선을 알아차릴 수 없다. 청각장애인은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자기 얘길 해도 말을 들을 수 없다. 따라서 그토록 고독하다. 또 하나의 아픔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꿈꾸는 구둣방> (아지오 지음) 중에서 - P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