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의 생물학적인 생명은 죽음을 통해서 정의(定意)된다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해서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유한한 생명체임을 알고 있는 만큼 주어진 삶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11
신학에서 진보적인 인물인 한스 큉과 과학의 팝스타인 빌 브라이슨을 자주 불러들이고 말을 걸지만 정작 상대를 뻗게 할 카운터블로는 끝내 내뻗지 않는 것은 조심스럽거나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도록 주도권을 기꺼이 넘겨주기 위함일 것이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15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이렇게 썼다(<중앙 선데이>, 2015년). "우리는 잘 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날이 오는 날, 우린 이미 ‘나’란 존재가 아닌, 그저 타인의 머리 안에 남겨질 보잘 것 없는 추억일 뿐이란 걸. 그리고 그것도 잠깐. 부모님의 부모님, 그 부모님의 부모님이 더 이상 아무 의미 없는 사람들이듯, 우리 자식들의 자식들, 그의 자식들에게 우리는 무의미할 것이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06
사르트르가 쓴 『구토(La Nausee)』는 우리 인간의 우연성과 공허함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의 발가벗겨진 모습은 바로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우주의 한구석에 내던져졌다는 것이다.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 우주는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그 많은 설명은 언어유희인 위장이며 진실을 가리는 기만이고 사기에 불과하다. 나무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도 그냥 존재하는 것뿐이다. ‘구토’는 내던져진 존재, 이유 없는 존재 앞에서 무력하게 엄습하는 오한이고 헛구역질을 의미한다. 토머스 홉스의 말처럼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궁핍하고, 비참하고, 야만적이고, 짧다."788)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06
"좋은 죽음은 아름답다. 좋은 죽음은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일 때, 그리고 죽음이 언제 어디서 온다 해도 그동안 주어진 삶의 충만함에 진정 감사할 줄 알 때에 가능하다. 죽기 직전까지 살아왔던 삶이 충분하고 만족하다고 생각되면, 존엄한 죽음이나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자의 말이다. 노자에게는 자연의 이치였지만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믿는 진리 안에서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 진리는 대체 무엇일까.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07
‘순응’의 길은 신앙의 길과 대척점에 있다. 그것은 17~18세기 몽테뉴와 파스칼에서도 잘 나타난다. ‘인간 탐구자’(moralist)는 17세기와 18세기에 인간에 관해 성찰했던 프랑스 작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철학과 문학의 중간쯤에서 현실의 인간을 들여다본 사람들이다. 『에세』의 몽테뉴, 『팡세』의 파스칼이 대표적인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길’은 달랐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08
우리가 알고 있듯이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니체도 종교를 거부하였다.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는 본인이 직접 쓴 철학적 자서전이다. 제목은 로마 총독 빌라도가 가시관을 쓴 예수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예수가 가시관을 쓰고, 자색 옷을 입으신 채로 나오시니, 빌라도가 그들에게 ‘보시오, 이 사람이오.’하고 말하였다."(요한복음 19.5.). 니체는 예수에 대항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여기서 예수는 인간과 세계의 ‘의문’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종교를 암시하는 것으로, 자신은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니체는 종교로의 도피를 거절하였다. - <코스모스, 사피엔스, 문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726 - P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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