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 이상은 원치 않는다. 그것은 비밀의 화원이 아니라 그냥 빈터다. 라파엘 전에도 그런 남자가 몇 명 있었다. 사랑하지 않으면 훨씬 쉽고 깔끔하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6월 뤼시는 자기가 그런 촌극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라파엘의 생각은 중요치 않다. 그 이전 남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파충류의 눈을 한 이 여자, 자신이 생각해 내고 쾌감을 얻은 비열한 지배의 장면들까지 전부 다 아는 이 여자 앞에서 6월 뤼시는 문득 혐오감으로 얼어붙는다. 포르노그래피 같은, 벌거벗은 추잡한 여자. 이제 그건 빈터도 아니고 쓰레기 매립지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41

루이가 옳다. 아이는 자기 삶을 계속 주도하되 결정의 무게를 떠안아선 안 된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44

그녀는 여기서 다윗의 아들 코헬렛(전도자)의 말을 낭독했다.

헛되고 헛되다, 코헬렛이 말한다.
하벨 하발림
하벨, 코헬렛이 가로되, 모든 것이 헛되도다.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르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강은 어디로 흐르든
다시 그곳으로 흐른다.
이미 있던 것이 장차 있을 것이요,
이미 이루어졌던 일이 장차 이루어지리니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48

"이미 있던 것이 장차 있을 것이요, 이미 이루어졌던 일이 장차 이루어지리니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51

"아무도 자기 목숨을 끊지 않습니다. 그런 건 안 가르쳐 줍니까? 고통에 시달리던 영혼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를 고문하는 이를 죽이는 것뿐입니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56

빅토르가 봉투를 뜯어본다. 휴대폰, 열쇠, 빨간색 레고 브릭이 들어 있다. 그는 주머니에서 똑같은 레고 브릭을 꺼내어 옆에 나란히 놓는다. 두 개의 브릭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끼워 맞춘다. 기억과 추억이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간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58

"조지 클루니보다 낫죠. 당신은 로맹 가리와 예수 그리스도의 중간쯤 돼요. 자살과 부활 사이."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59

빅토르가 살짝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가 들린 맨 뒷줄을 본다. 그의 얼굴이 환해진다. 아를에서 열린 번역 컨퍼런스에서 만난 그녀, 곤차로프의 유머에 관심을 보였던 그녀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63

"고전적인 주제의 책입니다. 한 남자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여자가 그 남자 앞에 다시 나타나지요. 제목은 ‘애스콧, 혹은 크렘 앙글레즈의 귀환’이 될 겁니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63

니체를 인용해도 되겠습니까? ‘진리는 우리가 환상임을 망각한 환상이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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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는 지갑에 사진도 가지고 다닌다. 사진첩에서 꺼낸,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 사진첩이라는 것이 존재하던 시절, 아직은 너무 많은 사진이 사진을 죽이지 않은 시절의. 사진 속 남자는 스무 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하루는 그가 웃으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이땐 나도 젊었지. 언제부터 모든 것이 엇나가기 시작했는지 모르겠구나." 그렇다, 새벽빛을 받고 있는 마클 기장은 빅토르가 별로 닮지 않은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22

I remember your eyes of yesterday
The way you smiled in a dazzling way
어제의 당신 눈을 기억해
당신이 눈부시게 미소 짓던 것도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23

The way to the light way to the light way to the light.
빛으로 가는 길 빛으로 가는 길 빛으로 가는 길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24

노스탤지어는 흉악범이다. 생에 의미가 있다고 믿게 하니까. 빅토르는 자석에 끌리듯 그 여자 옆에 앉는다. 매력 혹은 인력(引力)의 속성은 언제나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이기에.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27

특히 천체물리학자들은 초고(超高) 에너지 우주 광선의 움직임을 관찰하려고 한다. 그들은 물리학의 ‘현실적’ 법칙을 적용할 때 우주 광선의 100퍼센트 시뮬레이션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우주 광선에서의 이상(異常, anomaly)은 현실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터였다. 현재로서는 아무 성과도 없지만.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253

"하나만 조언할게. 다정하게 배려하되 약간 무관심한 척도 해야 해. 그리고 너무 절박하게 그녀를 원하지 마. 너도 이미 알면서 못 받아들이는 거야. 내가 기억한다고."
자기 자신을 코치하는 기회는 참으로 드물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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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맺힌 슬픔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거부하지 않고 그 느낌이 저를 감싸도록 놔뒀습니다.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처음엔 주저하는 듯하더니 점점 더 강렬하게 솟구쳤습니다. 목구멍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더니 격렬한 통곡으로 바뀌었습니다. 온몸이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절을 올렸습니다. 얼마 뒤 눈물이 조금씩 잦아들었습니다. 제 안의 번뇌가 다 씻긴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마침내 눈물이 다 마르자 저는 새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42

그러자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무기력함을 마주하자 기쁨의 문이 다시 열렸던 것입니다. 슬픔 대신 경외감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42

인간이 겪는 심리적 고통 대부분은 자발적인 것이며 스스로 초래한 고통입니다. 이 진리는 부처님의 무척 위대한 발견 중 하나입니다. 또한 우리가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발달단계인 동시에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45

하지만 고통이 자기 안에서 출발한다는 통찰력을 갖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려면 아주 겸손해야 합니다. 고통이 저 자신에게서 출발한다고 받아들여 버리면 이제 상황이나 다른 사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 비로소 새로운 질문이 떠오릅니다.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어떤 식으로 다뤄야 괴롭지 않을 수 있을까요?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46

우리가 집착하며 좀처럼 놓지 못하는 어떤 ‘생각’이 불행감을 초래하는 겁니다. 그런 생각은 대체로 그 자체로 보면 꽤 합리적이고 그럴싸합니다. 누군가가 뭘 ‘했어야 했다’라는 식이죠.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1 - P147

이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생각은 ‘내가 그랬어야 했다’라는 생각입니다. 예컨대 ‘내가 달라졌어야 했는데’, ‘내가 더 현명했어야 했는데’, ‘내가 더 열심히 일했어야 했는데’, ‘더 돈이 많았어야, 더 나았어야, 더 날씬했어야, 더 성숙했어야 했는데’. 이 함정에 빠지면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마구 날뛸 때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조심스럽게 한 발짝 멀어집니다. 그러고는 말하는 겁니다.

‘그래, 알았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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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햇살이 비친다. 썩 좋은 타이밍은 아니지만 금빛 햇살이 데이비드에게 드리운다. 오후 5시 21분, 서쪽에서 3번가의 고층 빌딩 사이로 비치는 이 엄청난 햇살은 생명의 빛, 일시적인 기적이다. 그 기적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정확히 십이 분 동안 지속된다. 그러니 5시 33분이면 끝나리라.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53

순탄한 비행은 모두 비슷하다. 반면 난비행은 각기 나름대로 힘들다. 파리-뉴욕 간 AF006 여객기가 노바스코샤주 남부 상공을 지나던 오후 4시 13분, 푹신한 거대 적란운 벽이 전방에 나타난다. 구름 낀 전선이 아주 빠르게 일어난다. 비행이 아직 십오 분 남았지만 북쪽과 남쪽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아치형으로 펼쳐진 전선은 이미 최고치인 4만 5000피트 상공까지 올라와 있다. 3만 9000피트 고도에서 비행 중인 보잉 787 여객기는 뉴욕을 향해 하강을 시작해야 했으므로 구름 전선을 피할 도리가 없다. 조종실이 돌연 부산스러워진다. 부조종사가 지도와 기상 레이더를 분석한다. 구름을 동반한 거대한 한랭 전선은 예보에 없었다. 지드 파브로는 이제 놀란 것을 넘어 진지하게 걱정이 된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56

어쩌면 조종사들은 죽기 전 인생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조차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클은 승객들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단지 이 크고 무겁고 둔중한 보잉 여객기를 구하려고 애쓸 뿐. 그는 암기하고 있는 동작들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반사 신경과 이십 년의 경험치에 자신을 맡긴다. 그래도 엉망진창이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1

베티의 피부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의 정원 흙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죽음 속에 굳어진 베티는 개구리의 엑토플라즘6)이 되었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66

문학적 소양이 생뚱맞게 여겨지는 경영인들의 세상에서, 그는 그 소양을 상징적 지배의 강력한 도구로 삼았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86

어둠의 텍스트, 거리를 둘 줄 모르고 야유조차 고통스러운 텍스트. "맙소사, 종교적 정신에서는 얼마나 많은 어리석음이 배어 나오는지. 모든 신념은 지성에 비수를 꽂는다. 신자는 죽음을 또 하나의 불운에 불과한 것으로 만들려다 이성을 잃었다. 나는 의심으로 인해 생의 독학자가 되었고, 그리하여 매 순간을 한층 더 즐거이 누릴 수 있었다. 신의 영광을 드러내며 반짝이는 구름 앞에서도 나는 신비감에 빠지지 않았다. 물에 빠져 죽어 가는 순간 헤엄을 치려고 용을 쓰겠지만, 아르키메데스에게 기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물속에 가라앉으면서 어떤 명제도 진리로 통하지 않는 심연을 향해 눈을 뜬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7

그녀는 『아노말리』를 이 작품이 예고한 참사에 비추어 다시 읽어 본다. 그리고 작가명이 빅토르 미젤(Victør Miesel)로 되어 있음을 알아차린다. 공집합의 기호로 쓰이는 그리스 문자 ø. 비극적인 재치의 발휘.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7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충분히 깨달을 만큼 오래 산 사람은 없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98

위상학을 연구하는 그 영국 여자가 프린스턴에 온 지도 두 달. 너무 가는 다리와 너무 얌전한 갈색 머리, 너무 긴 코와 너무 까만 눈을 한, 언제나 냉담한 그녀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에이드리언을 사로잡고 있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19

그는 스무 살에 마르코프 사슬, 켄달 표기법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간략히 말하자면 그는 대기 행렬에 관심이 많다. 특히 리틀의 법칙, 즉 안정적인 시스템 내의 평균 객체 수는 시스템에 유입되는 객체의 양과 객체가 시스템 안에 머무는 시간을 곱한 값과 같다는 법칙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자.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30

에이드리언 밀러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광팬이고, 그 책에 나오는 역사상 두 번째로 강력한 컴퓨터 ‘깊은 생각(Deep Thought)’이 ‘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거대한 물음’에 대해 750만 년의 계산 끝에 ‘42’라는 단순한 답을 내놓았기 때문에 해당 프로토콜 번호는 42가 된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33

그렇다, 뤼시가 그를 흔들어 놓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가 스무 살만 젊었어도 그녀에게 아이를 만들자고 했을 텐데. 나이 차 때문에 다 어림없는 일이 되었다. 앙드레의 딸 잔이 조금 있으면 뤼시 나이가 될 판인데 무슨. 얼마 전 농담 삼아 어떤 여자에게 "내 과부가 되어 주겠소?"라고 청한 적이 있었다. 과부로 추정되는 그녀는 웃지 않았다. 요즘 그가 만나는 여자들은 왜 하나같이 어린가? 친구들은 그와 함께 늙어 갈 수 있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자들은 그럴 수 없다. 그는 도망친다, 겁이 난다. 다가오는 죽음과 저녁 식사는 같이할 수 있지만 잠자리는 불가능하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7

죽음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부터, 요컨대 오래전부터 그는 욕망을 그가 생각하는 사랑의 중심에 두었다. 그런데 뤼시는 누가 봐도 욕망을 주변에 두는 여자였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8

그가 서른 살이라면, 피부가 탄탄하다면(죽음도 주름도 겁내지 않는 불멸의 피부 말이다), 그의 머리가 새까맣고 숱이 많다면, 그렇게 잘난 남자가 옆에 누워 있었어도 뤼시가 아침마다 쌩하니 욕실로 달려갔을까? 가령 저 잘생긴 닐센이라면. 그래, 닐센, 안 될 것 없지. 그는 사랑스러운 뤼시의 몸에 올라탄 눈부신 닐센의 몸뚱이를 얼핏 떠올리고는 부르르 떤다. 그는 이미 답을 알고, 그 답이 그를 고통스럽게 한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9

그래도 때때로 뤼시는 그에게 손을 뻗어 그 육(肉)의 실린더가 단단한지 확인하고는 그 위에 올라탔다. 그는 그녀 안에 깊이 처박히고, 그 체위로는 키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즉시 허리를 세우고 신속하게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 날씬한 몸이 땀에 젖었다면 이제 그도 빨리 절정을 맛봐야 한다는 신호다. 앙드레는 해방의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위해 그녀를 거칠게 취하려 든다. 하지만 섹스의 빈도도 그렇고, 속전속결의 리듬도 그렇고, 그와는 무엇 하나 맞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49

그는 갈망했고, 슬펐고, 불안했다. 그래서 차츰 조심성을 잃고 자꾸 눈치 없이 집요하게 굴었다. 하지만 눈치 있는 집요함도 있나? 존재를 부정당하고 육체적으로 좌절한 그는 어디서 새로운 무게 중심을 찾아야 할지 알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50

뤼시는 완전히 떠났다. 건축가는 ‘다른 데로 옮겨 갔다.’는 표현을 거듭 되뇐다. Sic transit(지나갈 것이다). 앙드레는 이미 알고 있다. 모든 점을 고려할 때, 바로 옆에 누워 있지만 몇 광년 너머에 있는 여자를 미적지근한 무관심의 그늘 속에서 끝없이 욕망하기보다는 아예 떠나 버린 여자를 매일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알라딘 eBook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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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티코, 이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네. 이 일을 끝내고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 그 점이 중요하다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38

이상하게도 그해 내내 가슴속에서 뭔지 모를 슬픔이 맺히더니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요. 그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려 애썼습니다. 말을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썩 물러가라고 호통도 쳐보고 외면하고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슴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서 제 삶의 즐거움을 앗아갔습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5852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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