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는 짧게 웃고 나서 승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피곤하기도, 지친 것 같기도 한 모습을. 진지한 동시에 솔직했던 모습을.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성의를 다해 답을 하던 모습을. 영주가 글을 통해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던 모습을.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84

책상에는 서점에 있는 것과 똑같은 노트북이 놓여 있다. 집에 있을 때 영주는 주로 이 책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87

그들을 보며 영주도 거쳐 왔던 어떤 시간을, 분명 청춘이었던 것은 맞지만 실은 청춘이라 부르기 아쉬운 그 시간을 그리워할 수 있었다. 영주에게 청춘은 마치 유토피아 같은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장소인 유토피아처럼 청춘도 어느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시간이지 않을까. 호주의 기적처럼 맑은 하늘 같은, 어느 젊고 예쁜 아이돌 그룹의 짧은 미소 같은, 그 아이돌 그룹에게도 딱 한 번 주어진 휴가 같은, 어쩌면 그 누구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던 그런 청춘의 시간. 영주는 청춘을 누려보지도 못했으면서 청춘을 그리워하는 자기 자신이 웃기기도 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88

어스름이 지는 저녁. 그 속을 걷는 것도, 그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청춘처럼 어느새 금방 사라져버리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매일 찾아오니 사라졌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89

이젠 하루 정도 목을 쉬게 하는 거라 생각하며 말을 않고 지내는 것에 자연스럽게 대처하고 있다. 말을 하지 않으니 마음속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도 같다. 사실 말을 하지 않을 뿐 영주는 하루 종일 생각하고, 느낀다. 생각하고 느낀 걸 표현하고 싶을 땐 말을 하는 대신 글을 쓴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190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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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생각했어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만 골몰하지 말자.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기회가 있지 않은가. 부족한 나도 여전히 선한 행동, 선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실망스러운 나도 아주,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요. 이렇게 생각을 하니 조금 기운이 나네요.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기대도 되고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32

영주는 책을 입고할 땐 다음의 세 가지를 주요 기준으로 따졌다. ‘1. 그 책은 좋은 책인가’, ‘2. 그 책을 팔고 싶은가’, ‘3. 그 책은 휴남동서점과 잘 어울리는가’. 딱 보기에도 정성적인 기준이라서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볼 땐 ‘사장 마음대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영주에겐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 영주가 서점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40

책을 읽는 일과 커피 내리는 일은 비슷한 점이 꽤 있는 것 같았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고,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든다는 점이 그렇고,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이 그렇고, 점점 더 섬세함이 요구된다는 점이 그렇고, 결국 독서의 질과 커피의 질을 좌우하는 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도 그렇다. 결국 독서가와 바리스타는 독서하는 그 자체, 커피 내리는 그 자체를 즐기게 되는 듯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44

영화를 보면서 민준은 단순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영화 속 인물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거였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등장인물의 선택에 있었다. 그렇다는 건 우리 삶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우리 삶을 이끄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우리의 선택인 것이 아닐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민준은 문득 자기 역시 그때 포기를 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한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을 벗어나겠다는 선택.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46

민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용기였다. 자신에게 실망한 사람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한 선택을 밀고 나갈 굳은 용기.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46

"내가 평생 안 썩이던 속을 한 방에 와장창 썩혀드렸거든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착한 딸 콤플렉스에서 일찍 벗어났어야 했어. 엄마 면역력 안 키워준 내 잘못이다, 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52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57

"부모님하고의 관계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는 삶보단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안타깝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한테 실망하는 건.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잖아요. 저도 한동안 후회 많이 했어요. 그러지 말걸, 말 들을걸. 그런데 이런 후회도 어차피 돌이킬 수 없으니까 하는 거더라고요. 과거로 돌아가면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59

"내가 이렇게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니 받아들이기. 자책하지 말기. 슬퍼하지 말기. 당당해지기. 나는 몇 년째 이 말들을 중얼거리며 정신승리 중이랍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4336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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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쓰코와 시선이 마주쳤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에 살의가 솟구쳤다. 목표를 정하지 못한 살인을 향한 강한 정념이 가슴 속에서 기어 다니고, 날뛰고, 몸부림쳤다.
기요하루는 말을 꺼내려던 이유를 잊은 사람처럼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알라딘 eBook <머더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중에서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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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같은 기분이시군요. 맞습니다. 정말이지 불쾌한 이야기이고 상종 못 할 쓰레기 같은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수표에 서명한 사람은 훌륭하고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변호사님의 친구이기도 하고 평판도 좋은 분이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협박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직한 신사가 철없던 시절에 저지른 실수의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요. 그래서 저 문이 달린 장소를 ‘협박의 집’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전부 시원하게 설명되지는 않았습니다."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2647 - P9

캐서린 드 마토스에게

신의 명령으로 이어진 것을 떼어 냄은 옳지 않으니,
우리는 여전히 헤더와 바람의 자식이구나.
고향에서 멀리 떠나왔건만, 오, 아직도 우리에겐
저 멀리 북녘에 피는 금작화 꽃잎이 아름답게 흩날리는구나.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2647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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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사람들은 조금씩 변해갔다.

이젠 누군가 노래를 불러도 돌을 던지지 않았다. 흥얼거리는 이들마저 있었다.

벽에 그림을 그려도 화를 내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눈 감고도 그려낼 수 있도록 벽에다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몇몇 사람들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이곳의 이야기를 써내었다. 또 하루 종일 사람들을 외웠다. 자기 전에도 외우고 꿈속에서도 외웠다. 또한 그들은 사명감을 가졌다. 꼭 살아남아서, 우리들 중 누군가는 꼭 살아남아서 이곳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여전히 사람들은 배가 고팠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아무리 돌가루가 날리고 묻어도, 사람들은 회색이 아니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22

"통조림 몇 개 때문에 한 노인을 죽이려고 했을 때, 저희는 짐승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살려주고 나니, 그제야 저희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살았습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36

그러나 또다시. 서로의 언론들이, 복수엔 복수라고 말하는 대중들이, 이미 자리 잡은 권력자들이, 그들의 말을 조롱하고 묵살했다.

인류는 저주가 풀려 괴물이 사라진 줄 알았지만, 괴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류는 여전히 낮인간이고, 여전히 밤인간이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44

[멸종 위기 동물 : 인간]

"…"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85

최 기자는 맑은 눈빛으로, 올곧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전 인류를 아웃팅하러 왔습니다."

그날 인류는 너무나도 당연하였던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86

그렇게 12시가 되었다.

[소원을 말하라.

천진난만한 소녀는 밝은 미소로 소원을 빌었다.

그것은 인류가 잭에게 상상했던, 마르크스에게 상상했던, 김 군에게 상상했던, 스크류지에게 상상했던 그 어떤 소원들보다 더, 재앙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인간처럼 똑똑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물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바퀴벌레도 그 물음에 대답해줄 수 있는 세상이, 와버렸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99

시민들은 작은 차별에도 크게 분노했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시스템으로, 법적으로 최대한 지원했다. 언론들은 연신 고쳐야 할 차별을 뉴스로 내보냈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무엇이든 차별을 하는 것들은 희대의 몰상식한 것들이고, 매장당해 마땅한 것들이었다.

그러자,

"뭐야? 가능하잖아?"

세상에 모든 차별이 사라졌다. 사람들 스스로도 놀랐다. 세상에서 차별을 없애는 게 가능했다니?

시간이 흘러 신인류 아이들이 자라난 뒤에도, 아이들의 여섯 손가락을 놀리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 스스로도 창피해하지 않았다.

그냥 별것 아닌 당연한 일이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110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라는 벽 너머의 그들은, 대표의 결정에 수긍했다.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옳은 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지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훌륭한 결정이었다며, 그의 공명정대함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156

공부만 죽어라 시키던 부모들도, 당장 아이들과의 시간을 늘리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학교를 아예 안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성공만을 좇으며 인간 같지 않은 삶을 살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사람들에게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당장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159

김 대리는 꿈에도 몰랐다.

정 대리가 비 오는 날을 가장 좋아했다는 것을 몰랐고,

자신이 맑은 날을 가장 좋아했다는 것을 몰랐고,

아내가 흐린 날을 가장 좋아했다는 것을 몰랐고,

아기가 지진이 있었던 날에, 그 흔들림이 좋아 방긋방긋 웃었던 것을 몰랐다.

그렇게 자신하던 보물의 사용법을, 그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몰랐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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