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사람들은 조금씩 변해갔다.

이젠 누군가 노래를 불러도 돌을 던지지 않았다. 흥얼거리는 이들마저 있었다.

벽에 그림을 그려도 화를 내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눈 감고도 그려낼 수 있도록 벽에다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몇몇 사람들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이곳의 이야기를 써내었다. 또 하루 종일 사람들을 외웠다. 자기 전에도 외우고 꿈속에서도 외웠다. 또한 그들은 사명감을 가졌다. 꼭 살아남아서, 우리들 중 누군가는 꼭 살아남아서 이곳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여전히 사람들은 배가 고팠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아무리 돌가루가 날리고 묻어도, 사람들은 회색이 아니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22

"통조림 몇 개 때문에 한 노인을 죽이려고 했을 때, 저희는 짐승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살려주고 나니, 그제야 저희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살았습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36

그러나 또다시. 서로의 언론들이, 복수엔 복수라고 말하는 대중들이, 이미 자리 잡은 권력자들이, 그들의 말을 조롱하고 묵살했다.

인류는 저주가 풀려 괴물이 사라진 줄 알았지만, 괴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류는 여전히 낮인간이고, 여전히 밤인간이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44

[멸종 위기 동물 : 인간]

"…"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85

최 기자는 맑은 눈빛으로, 올곧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전 인류를 아웃팅하러 왔습니다."

그날 인류는 너무나도 당연하였던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86

그렇게 12시가 되었다.

[소원을 말하라.

천진난만한 소녀는 밝은 미소로 소원을 빌었다.

그것은 인류가 잭에게 상상했던, 마르크스에게 상상했던, 김 군에게 상상했던, 스크류지에게 상상했던 그 어떤 소원들보다 더, 재앙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인간처럼 똑똑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물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바퀴벌레도 그 물음에 대답해줄 수 있는 세상이, 와버렸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99

시민들은 작은 차별에도 크게 분노했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시스템으로, 법적으로 최대한 지원했다. 언론들은 연신 고쳐야 할 차별을 뉴스로 내보냈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무엇이든 차별을 하는 것들은 희대의 몰상식한 것들이고, 매장당해 마땅한 것들이었다.

그러자,

"뭐야? 가능하잖아?"

세상에 모든 차별이 사라졌다. 사람들 스스로도 놀랐다. 세상에서 차별을 없애는 게 가능했다니?

시간이 흘러 신인류 아이들이 자라난 뒤에도, 아이들의 여섯 손가락을 놀리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 스스로도 창피해하지 않았다.

그냥 별것 아닌 당연한 일이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110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라는 벽 너머의 그들은, 대표의 결정에 수긍했다.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옳은 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지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훌륭한 결정이었다며, 그의 공명정대함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156

공부만 죽어라 시키던 부모들도, 당장 아이들과의 시간을 늘리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학교를 아예 안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성공만을 좇으며 인간 같지 않은 삶을 살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사람들에게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당장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159

김 대리는 꿈에도 몰랐다.

정 대리가 비 오는 날을 가장 좋아했다는 것을 몰랐고,

자신이 맑은 날을 가장 좋아했다는 것을 몰랐고,

아내가 흐린 날을 가장 좋아했다는 것을 몰랐고,

아기가 지진이 있었던 날에, 그 흔들림이 좋아 방긋방긋 웃었던 것을 몰랐다.

그렇게 자신하던 보물의 사용법을, 그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몰랐다. - <회색 인간>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8255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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